① 연근해 어업생산량은 왜 줄었을까?
① 연근해 어업생산량은 왜 줄었을까?
  • 정석근 제주대 교수
  • 승인 2020.02.1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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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의 자기모순
서울대 해양학과를 졸업하고 부산수산대 해양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이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메릴랜드주 체사피크생물연구소 연구원,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연구사를 지냈으며, 국립제주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최근 연구실적으로 ‘생체량 크기 스펙트럼모델에 의한 수산자원량 추정 연구’, ‘해양먹이망 기반 해양생태계 변동 예측시스템 설계연구’ 등이 있다.
정석근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교수

[현대해양] 아이들이 잘 자라려면 잘 먹어야 하듯이 물고기도 잘 자라려면 잘 먹어야 한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다른 생물을 먹어야 자랄 수 있다. 양식장에서 넙치를 키울 때 폐사를 일으킬 수 있는 전염성 질병을 억제하기 위한 좋은 수질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먹이를 매일 잘 공급해주는 일이다.

그런데 넙치 양어장에 무생물인 돌멩이나 콘크리트 구조물을 집어넣으면 넙치가 더 잘 자라고 살아남아 넙치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인공어초 사업은 일본에서 어획고를 높이기 위해 1950년대 시작한 것인데, 자연이치에 맞지는 않지만 현대 생태학이라는 학문이 나오기 전의 일이라 수긍은 해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는 이 인공어초를 1970년대부터 사업을 시작해 지금도 매년 1,000억 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도 1970년대에 ‘인공어초’라는 이름으로 오스본이라는 산호초에 던져 놓은 200만 개의 자동차 폐타이어를 요즘 수거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해류에 떠다니는 폐타이어가 산호초에 부딪치면서 환경재앙이 되어버린 것이다. 프랑스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폐타이어를 인공어초라는 이름으로 제주도 앞바다에 넣으려 했으나 다행히도 타이어에서 녹아나오는 중금속과 같은 유해물질이 알려져서 중단됐다. 처치 곤란한 온갖 덩치 큰 쓰레기를 인공어초라는 이름을 붙여서 바다에 던져 넣은 사례는 그 외에도 많다. 지금도 우리나라에는 인공어초가 우리나라 연근해 물고기 생산량을 늘여줄 수 있다고 믿는 수산학자들과 공무원들이 의외로 많다. 어떻게 선진국에서도 정부 공무원이나 관련 학자들이 폐타이어와 같은 쓰레기를 바다에 집어넣으면 수산물 생산량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 믿게 되었을까?

미국 플로리다주 오스본 산호초에 ‘인공어초’ 이름으로 던져진 폐타이어(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Osborne_Reef)
미국 플로리다주 오스본 산호초에 ‘인공어초’ 이름으로 던져진 폐타이어(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Osborne_Reef)

어업생산량을 결정하는 요인은 식물플랑크톤

바다 속에 설치한 콘크리트 구조물이나 폐타이어에 물고기가 모여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위집효과라 한다. 그런데 인공어초는 주변에 있는 물고기를 한 곳에 몰리게 하는 효과, 즉 위집효과는 있지만 물고기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은 질량보존의 법칙을 망각한 것이다.

육지와 마찬가지로 바다에서 수산물 생산량과 어업생산량을 유지하는 근원적인 힘은 태양에서 지구로 온 빛에너지이다.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물속을 떠다니는 작은 식물플랑크톤은 엽록소에서 빛에너지를 받아 광합성을 한다. 쌀이나 과일처럼 에너지를 탄소와 물의 결합체라고 할 수 있는 탄수화물에 비축하는 것이다. 바다 생태계 먹이사슬에서는 이 식물플랑크톤이 광합성으로 만든 탄수화물은 모든 수산생물 먹이의 근원이다.

따라서 식물플랑크톤은 바다 생태계 먹이사슬 가장 아래에 위치한다. 먹이사슬에서 식물플랑크톤이 이들을 먹는 동물플랑크톤을 떠받치고 있고, 동물플랑크톤은 작은 물고기의 먹이가 되어 다시 그 위에 있는 물고기를 떠받친다. 궁극적으로 식물플랑크톤 생산력의 변화가 수산자원을 포함한 생태계 전체의 생산력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바다에서 잡을 수 있는 수산물 생산량의 일부, 즉 어업생산량은 결국 식물플랑크톤 1차 생산력과 이어지는 먹이사슬에서 먹이와 에너지 전달 효율에 따라 결정된다. 인공어초와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은 물 흐름을 바꾸거나 지나가는 물고기들이 일시적으로 피신할 수 있는 서식처가 될 수 있을 지언정 수산생물 생산량 증대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자원량과 생산량의 상관관계

먹이사슬
먹이사슬

일반인들이 흔히 혼동하는 것이 자원량(현존량)과 생산량이다. 어떤 수산생물종의 자원량이라는 것은 계절에 따라 크게 변동하기 때문에 대개 1년 평균값으로 나타내며, 생산량이라는 것은 대개 1년 동안 그 어종이 생산한 것을 말한다. 따라서 자원량 일부를 어업으로 잡은 양을 흔히 어업생산량이라고 한다. 이 때 생태계 균형을 깨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 최대로 어획할 수 있는 양을 최대 잠재 어업생산량이라고 하는데, 간단히 잠재 어업생산량, 또는 잠재어획량이라고도 한다.

이 자원량과 생산량 차이를 상추에 비유해서 설명해보자. 우리집 텃밭에 상추가 있고 이 상추 한 포기에 잎사귀가 5장 있다고 가정한다면 이 5장이 현존량(자원량)이 된다. 그렇다면 1년에 따서 먹을 수 있는 상추 잎사귀 수는 5장이 다일까? 아니다. 상추 잎사귀가 자라 하나 떼어내면 몇 주 지나지 않아 다시 새 잎사귀가 자란다. 새로 자란 잎사귀를 떼어내면 또 다시 거기서 잎사귀가 자라는 과정이 여름 내내 반복된다. 이렇게 새로 자라는 과정이 10회 반복된다면 여름에 상추 한 포기가 생산한 잎사귀 숫자는 5x10=50장이다. 텃밭에 상추가 4포기 있다면 상추 잎 현존량은 4x5=20장 밖에 되지 않지만, 여름에 우리 가족들이 따 먹은 상추 잎사귀 생산량은 4(포기)x5(장)x10(회)=200장이 되는 것이다.

바다 생물도 상추와 마찬가지로 솎아 잡아내면 다시 자라 채우는 과정을 반복한다. 바다생물이 생산한 단백질은 어획이 없다면 대부분이 먹이사슬에서 다른 생물 먹이로 잡아먹히게 된다. 가령 우리나라 남해 바다에 1년 평균 멸치 현존량이 100만 톤이라면 생산량은 700만 톤가량 된다. 어획이 없다면 이 700만 톤은 대부분이 방어나 돌고래와 같은 다른 육식성 동물 먹이로 잡아먹힌다. 그런데 이 중 20만 톤 정도를 권현망과 같은 어구로 잡아들이면 멸치 연간 어업생산량은 20만 톤이 되는 셈이다. 이 때 20만 톤을 잡았다고 자원량이 100만 톤에서 80만 톤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잡지 않았으면 다른 바다 생물들 먹이로 갔을 700만 톤 중에서 20만 톤을 어획으로 잡았고, 나머지 680만 톤은 다른 바다 생물 먹이로 가는 셈이다.

결국 어획이라고 하는 것은 상추 잎사귀를 솎아내서 먹는 것과 같다. 상추를 통째로 뽑아서 먹지만 않는다면 상추 잎사귀는 계속 자랄 것이다. 마찬가지로 물고기도 통째로 다 잡지만 않는다면 자연질서에 따라 계속 세대교체를 하고 생산을 해 다른 생물들 먹이가 될 것이다.

 

수산생물 생산량과 잠재 어업생산량 추정

전 세계 바다에서 잡을 수 있는 물고기 양은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은 19세기부터 사람들 관심거리였다. 1950년 대 이후 몇몇 수산학자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세계 바다에서 잡을 수 있는 최대 잠재 어업생산량을 추정했는데, 우리가 여기서 주목할 것은 식물플랑크톤을 전공한 미국 생태학자 리더(John H. Ryther)가 1969년 유명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이다. 과거에는 수산학자들이 자기들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잠재어업생산량을 추정했는데, 수산학자가 아닌 플랑크톤 생태학자가 이를 추정하자 어업 현실을 모르고 너무 단순화했다는 비평도 있었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보면 리더의 추정치가 가장 잘 맞아떨어졌다. 리더는 세계 바다를 3가지로 나눈 다음, 1)해역별 식물플랑크톤 평균 생산량 2)해역별 먹이사슬에너지 전달 효율을 써서 세계 잠재 어업생산량을 계산했다.

세계 바다 일차 생산량 추정치
세계 바다 일차 생산량 추정치. 출처: https://www.nasa.gov/centers/goddard/news/topstory/2003/0815oceancarbon.html

여기서 에너지 전달 효율이라고 하는 것은 ‘생태학적 효율’을 말하는데, 먹이사슬 한 단계에 있는 생물이 그 바로 위에 단계에 있는 생물에게 먹힐 때 어느 정도 비율로 전달되는가를 말한다. 대사나 배설 등에도 에너지가 쓰이기 때문에 이 전달 효율은 100%가 될 수는 없다. 생태계 생태학에서는 대체로 이 효율을 10%로 가정한다. 리더는 이런 단순한 가정을 전제로 세계 물고기 생산량을 2억 4,000만 톤으로 추정하였으며(표), 실제 세계 어업생산량은 1억 톤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 최근 통계에 따르면, 세계 수산생산량은 8,500만~9,500만 톤에서 더 이상 늘지 않고 있어 리더의 예측과 거의 가깝다.

리더 논문 방법을 이용해 우리나라 연근해 수산자원 생산량을 추정한 결과 약 250만 톤이 나왔는데, 리더(John H. Ryther)와 마찬가지로 이중 40%를 실제 어획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나라 연근해에서는 약 100만 톤을 어획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금 우리나라 연근해 어획고와 거의 같은 양이다.

세계 해역별 어류 생산량 추정치
세계 해역별 어류 생산량 추정치
세계 수산물 연별 생산량 통계(세계식량농업기구, 2018). 노랑색은 잡는 어업, 파랑색은 양식을 나타낸다. 잡는 어업은 육상에서 이루어지는 내수면 어업도 포함하고 있다. 포유류, 악어류, 해조류는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세계 수산물 연별 생산량 통계(세계식량농업기구, 2018). 노랑색은 잡는 어업, 파랑색은 양식을 나타낸다. 잡는 어업은 육상에서 이루어지는 내수면 어업도 포함하고 있다. 포유류, 악어류, 해조류는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연근해 어업생산량 감소 원인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바다 생물 생산량을 결정하는 것은 식물플랑크톤 1차 생산력과 이어지는 먹이사슬 에너지 전달 효율이다. 태양 빛이나 식물플랑크톤 생산력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큰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또 먹이사슬 구조가 크게 바뀌어서 사슬을 따라가는 에너지 전달 효율이 떨어졌다는 증거도 아직 없다. 따라서 단위 면적당 수산자원량이나 생산량이 줄어들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그럼에도 연근해 어업생산량이 100만 톤 이하로 내려간 것이 문제가 된다면, 그 원인은 자연이 아닌 사람에게서 찾아야 할 것이다.

수산자원 생산량에는 장기적인 변화가 없는데, 어업인들이 잡아들이는 어업생산량이 장기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면 그 사회경제적인 원인을 몇 가지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1990년대 말 유엔(UN) 해양법 발효와 한·중·일 어업협정 등으로 우리나라 조업면적 자체가 줄어든 것이며, 두 번째는 어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도입한 총허용어획량제도(TAC)를 비롯한 과도한 어업 규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획을 규제하면서 어업생산량이 늘기를 바라는 것은 자체모순(自體矛盾)이다.

또 해양수산부에서 한·일어업협상에 나가서는 갈치 더 잡게 해달라고 하면서 우리나라 갈치에 대해서는 TAC를 실시해 어업을 규제하려고 한다. 일본 연안에서 잡는 갈치와 우리나라 남해에서 잡는 갈치가 서로 다른 것인가?

 

‘수산혁신2030 계획’ 재검토해야

해양수산부와 일부 수산관련 연구기관에서는 단위노력당 어업생산량(CPUE)이 줄어들고 있으니 단위면적당 수산자원량이나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불확실한 어획노력량 시계열 자료를 잘못 분석한 것이다. 심각한 것은 이런 주장이 해양수산부 감척사업의 핵심 근거로 쓰여 왔고, 특히 최근의 ‘수산혁신2030 계획’ 등에서는 어획노력량을 줄이려는 과도한 어업 규제에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수산혁신2030 계획’은 수산해양 분야뿐만 아니라 폭넓은 전문가들, 그리고 현장 어업인들의 의견을 토대로 수정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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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빈 2020-02-13 06:16:26
"해양수산부에서 한일 어업협상에 나가서는 갈치를 더 잡게 해달라고 하면서 우리 갈치에 대해서는 TAC를 실시해 어업을 규제하려고 한다. 일본 연안에서 잡는 갈치와 우리나라 남해에서 잡는 갈치가 서로 다른 것인가?"

그렇네요. 협상에서는 갈치 조업량 확보에 그렇게 매달리면서 정작 국내에서는 조업규제를 하고 있다니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