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블랙홀 시대...물류 설 자리도 위협
이커머스 블랙홀 시대...물류 설 자리도 위협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12.0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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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LT·KMI 주최 물류산업 미래전략 국제세마나 열려

[현대해양] 룰은 진화한다. 최근 이커머스(전자상거래, e-Commerce)를 필두로 한 유통업체가 제조, 금융, 물류 등 전방위 산업을 흡수·주도하고 있어 전통적인 생산-제조-유통-판매 일련의 단계들이 급격히 허물어지는 양상이다.

이 가운데 이커머스 시장 선두주자인 '아마존'의 전략 분석을 통해 전통적인 유통 및 물류방식에 경종을 울리고 물류업계의 생존전략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6일 미래물류기술포럼(NeLT, 의장 김성진)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장영태)은 ‘물류와 기술,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라는 주제로 양재 엘타워에서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송제승 아마존 코리아 팀장
▲송제승 아마존 코리아 팀장

 

사통팔달 아마존 손길 

이날 화두는 단연 아마존의 향배였다. 송제승 아마존 코리아 전략사업개발팀장은 “제조-수출업체-도매-소매-소비자라는 전통적인 유통구조 방식을 따르지 않더라도 전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한 직접판매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어서 “소비자의 유연한 니스로 인해 제품의 라이프사이클도 덩달아 짧아졌다. 유연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할 상품은 온라인에 있다”고 확신했다. 이커머스의 약진으로 마우스 하나로 세계 곳곳의 판매처를 둘러보며 취향에 맞는 상품을 고를 수 있게 되다보니 굳이 대형유통매장에 가서 발품을 팔 필요가 없어졌다. 

이커머스라고 하더라도 판매자들은 해당 상품을 마켓플레이스로 배송해야 하고 마케팅도 필요하고 하물며 수출입통관, 번역 등 여러모도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판매과정의 요소요소를 관리하기란 대기업이 아니고서야 영세 개인들이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버거웠던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이 구축한 인프라체계를 통하면 이 모든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송 팀장은 개인 판매자가 수많은 이커머스 유통업체 중 유독 아마존에서 창궐할 수 있는 이유는 이처럼 편리한 밸류체인 인프라가 확충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개인이 직접판매하더라도 어디를 통해 판매하는지 소비자의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아마존은 브랜드 역량 제고에도 집중했다. 아마존은 브랜드파이낸스(Brand Finance) 조사 결과 2018년 기준 미국 내 전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가치 1위를 달성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 최강자였던 월마트(9위)의 아성을 따돌렸다.

또한, 아마존은 새로운 물류혁신을 갈망하는 구매자들의 니즈에 발맞춰 광활한 미국전역을 무대로 1일배송, 당일배송 실현에 서서히 다가서고 있다. 미국 내 이커머스 업체 중 아마존의 매출 점유율은 지난 2016년 38%, 2017년 44%, 2018년 49%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절반을 차지한 상황이다.

송제승 팀장은 “국가 간 거래도 늘어나고 있다. 매출 중 1/4이 국가 간 거래로 이뤄지고 있고다”고 전했다. 아마존은 방대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세계 곳곳에 이커머스 입지를 넓히고 있다.

 

눈뜨고 잠식 당하나

아마존은 단순한 유통업체를 넘어섰다. 민정웅 인하대학교 교수는 “아마존은 수집된 풍성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물류에 영향을 주고 다시 물류가 제조, 금융 등에 영향을 주면서 다양한 산업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제조업에도 뛰어든 아마존은 지난 9월 기준 식품, 의류, 가전 등 OEM 방식을 통해 독자적으로 만든 브랜드(Private-Label Brand)가 총 144개에 이른다.

물류분야에서도 아마존의 돌풍이 거세다. 지난해 240조원 매출 중 창고보관, 운송 물류부문에서만 6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배송에 있어 UPS, DHL 등 유수의 물류업체와 손을 잡고 있지만 이미 자체배송물량이 절반 이상을 상회하고 있다. 

2014년부터 자가 트럭을 보유에 나선 아마존은 지난해 구입한 트럭이 약 1만여대에 이르고, 리스를 통해 2만여대를 확보한 상황이다. 2018년 기준 아마존 트럭이 미국 전체 배송트럭 중 26%를 차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2015년 미국해운법상 NVOCC(Non-Vessel Operation Common carrier, 수송수단이 없는 해상화물운송업자) 면허를 취득, 2018년 기준 5,300개의 컨테이너을 활용해 직접 해상운송에도 나서고 있다.

아울러, 아마존은 2015년 이미 자체 항공기 도입을 발표한 이후 올해까지 항공기 50대를 확보했다. 15억달러를 투자해 켄터키 인근 지역에 2021년까지 항공물류 허브역할을 할 공항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아마존이 여타 산업을 막론하고 독식하다보니 미국 내에서도 수많은 매장이 문을 닫고 있어 법·제도적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성토가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플로어의 하헌구 인하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독점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아마존은 한국 진출을 위해 사전 대비책이 있는가”고 질의했다.

이에 송 팀장은 “아직 한국에는 마켓플레이스가 없어 직접적인 법적 이슈는 없다. 또한 한국 시장 점유율은 아직 가시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서 연말 '아마존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행사에 산자부, 중기부 관료가 직접 환영인사를 할 예정인 만큼 정부는 수출 진작에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아마존을 적극 반기고 있다고 전했다.

민정웅 인하대 교수
▲민정웅 인하대 교수

한국의 아마존 누구

GDP 기준 세계 12~13위의 한국은 이미 세계 5위의 이커머스 시장 규모를 갖춘 만큼 누가 기회가 다분한 한국에서 '아마존'이 될지에 대해 관심이 뜨겁다.

미래에섯대우 리서치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알리바바(58%), 미국 아마존(49%) 등 국가별 온라인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의 세계 평균이 36%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이베이 13.5%, 11번가 8.1%, 쿠팡 7.1% 등 선두주자 없이 업체들이 동일한 출발선상에 서 있는 모양새다.

민정웅 교수는 “쿠팡은 아마존을, 네이버는 알리바바를 벤치마킹하며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네이버는 유통플랫폼은 아니지만 아마존과 같이 가격비교 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또한, 알리바바 자회사인 'ant Financial'의 알리페이를 벤치마킹해 네이버파이샌셜을 설립,  네이버페이 활성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2018년 기준 가맹점수가 26만개, 월별결제지수는 1,000만명 정도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 4조4,227억원, 영업손실 1조970억원의 '전략적 적자'를 감내하며 전폭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쿠팡은 '로켓배송'과 충성도 높은 앱 이용 고객 확보 등으로 한국의 아마존이라는 타이틀은 따겠다는 복안이다. 민 교수는 올해 쿠팡 매출액이 지난해 비해 두세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류산업 갈 길은

기존의 물류업체들은 이커머스 블랙홀 형국을 그저 하염없이 바라만 봐야 할까. 민 교수는 “이와 같은 물류산업 판도의 변화와 관려해 유수의 국내 물류업체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지만 반응은 싸늘하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현행법상 유통기업이 물류를 하거나, 금융을 하는 등 아마존과 동일한 업체가 나오기는 은산분리법 등 현행법이 제동을 걸고 있다.

주로 대기업을 등에 업고 대량의 화물을 확보한 국내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와 같은 물류기업들에서는 미래 물류 변화에 맞선 가시적인 대응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물류업체들도 신흥 강자인 쿠팡, 네이버 등에 잠식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이에 따른 규모확충, 신뢰 및 유연성 확보 등과 같은 시도 없이 대응전략과 관련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물류기업이 거대한 플랫폼에 맛서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러한 생태계에서 또다른 틈새시장을 찾거나 품목을 다변화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라는 조언이다. 민 교수는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운영사라면 자체적으로 지역의 물류관리가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동남아, 인도 등 아시아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이들의 니즈와 궤를 같이 하는 비즈니스를 구상한다거나, 그들 안에 들어가서 유사한 서비스로 우리만의 작은 생태계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엄습해 오는 거대 이커머스 유통업체가 물류업계의 생존전략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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