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 비전 2020’ 수립으로
세계 3대 해운강국 도약 향해 나아가"
"‘한국해운 비전 2020’ 수립으로
세계 3대 해운강국 도약 향해 나아가"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3.08.13 14: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윤재 한국선주협회장

해운위기 극복 위해 선박금융 전문기관 설립 등 추진

▲ 이윤재 한국선주협회장
우리나라 해운업계가 상당한 위기를 맞고 있다. 가깝게는 세계적 장기불황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해운사들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또 멀게는 세계 1~3위 해운사들이 이른바 ‘p3네크워크’ 해운동맹을 결성해 세계시장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자본을 무기로 선제적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로 봐선 절대절명의 위기임에 틀림없다.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는 가운데 악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해운업은 수출입 운송을 담당하며 한국 산업의 동맥으로 큰 역할을 해 온 기간산업입니다. 또한 대규모 투자를 동반하는 자본집약적 산업이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선박금융이 매우 중요한 핵심요체입니다. 하지만 세계 5위의 해운강국인 우리의 선박금융은 매우 취약합니다.”

국내 해운업의 취부를 잘 표현한 이윤재 한국선주협회장의 지적이다. 사실 세계 해운시장을 장악한 해운사들은 자국의 선박금융을 발판으로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 5위 해운국이라고 하는 우리는 선박금융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하다. 선복량으로 세계 5위라는 기록이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 해운업계가 장기불황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우리 해운업계가 경쟁국 해운기업들에 비해 어려움이 많은 것은 선박금융시스템 미비로 선제적인 금융지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에 우리 협회에서는 작금의 해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야기된 해운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개별선사의 자구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 또는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먼저, 해운위기 조기극복을 위해서는 유동성 지원 등 선제적 금융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단기대책의 일환으로 회사채 및 영구채 발행과 신용보증기금의 보증 제공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2년 9월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이후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선사들의 원활한 회사채 발행을 위해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신용보강을 금융당국에 건의했습니다.

정부에서도 회사채시장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최근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도입, 하반기부터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상환규모의 80%를 산업은행에서 인수한다고 합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위기극복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해운보증기금과 선박금융공사 등 선박금융 전문기관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에서도 해운보증기금 설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세계해운시장이 언제쯤 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지?

▲ 해운위기 극복을 위한 행사에 참석한 이윤재 선주협회장과 손재학 해수부 차관을 비롯한 관계자들

금년에도 어려움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전반적인 해운경영 환경은 전년보다 다소 나아지고 있습니다. 유로존의 재정위기는 서서히 진정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으며, 미국은 주택 경기와 소비지출, 제조업 경기, 실업률 등의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완연한 경기회복세로 돌아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흥시장의 약진으로 올해 세계경제는 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도 선진국의 수요 감소와 개도국의 수입억제, 그리고 미국의 세일가스 혁명 등으로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이후에는 해운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정기건화물선 부문을 보면, 수요적인 측면에서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과 중국 및 인도의 연료탄 수입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연간 6,000만톤에 육박하는 선박 해체량과 신조선 인도량의 증가세 둔화 등으로 선복공급량이 감소세로 전환되면서 올 하반기 이후에는 부정기건화물선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최근 세계경제 트렌드와 선박수급 추이, 그리고 운임회복을 위한 선사들의 노력 등을 감안할 때, 세계해운시장은 오는 2014년에는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계 1~3위 해운사들이 이른바 ‘P3’ 동맹으로 시장 장악에 나섰는데 우리 대책은?

걱정되는 대목입니다. 세계 1, 2, 3위 선사인 머스크(Maersk), MSC, CMA-CGM이 ‘P3네트워크’라는 해운동맹을 2014년 4월 발족키로 했습니다. 이들은 255척(260만 TEU)의 선박을 투입해 공동운항을 시작합니다. 이들 3개 선사 합산 시장점유율은 아시아-유럽항로가 45%, 유럽-북미항로가 41%로 높아져 세계 해운시장에서 절대강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들은 자본을 앞세워 선제적 대응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 등은 오히려 불황을 기회로 차세대 선박을 발주해 향후 호황기에 대비한다고 합니다.

결국 자본이 문제인데 금융권이 도와줘야 합니다. 당장은 일본과 중국 선사들의 정책이 중요합니다. 한·중·일 해운사들의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1945년 부산 출생. 부산고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외국어대 무역대학원 해운경영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70년 흥아해운에 평사원으로 입사하여 동경사무소장과 본사 영업부장 등을 거쳐 34년 만에 대표이사 회장직에 올랐다. 한-일, 한-중, 동남아항로 등 근해항로 컨테이너 주력선사임에도 불구하고 틈새시장 개척으로 1980년대 법정관리 상태였던 흥아해운을 업계 9위 해운사로 키워냈다. 2005년 제10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올 1월 선주협회장으로 선출됐으며,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장, 한국해사재단 이사장 등도 맡고 있다.
해양강국 도약을 위해 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지?

우리 협회는 오는 2020년 해운수입 100조원, 한국 상선대 1억톤 달성을 통해 세계 3대 해운강국으로 도약한다는 ‘한국해운비전 2020’을 수립해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해운업계는 지난 1970년대 초 오일쇼크에 이어 1980년대 초반 극심한 해운불황으로 야기된 해운산업 통폐합, 1990년대 후반의 IMF 사태 등 세 차례의 대형 위기가 있었으나,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불과 반세기만에 세계 5위의 해운강국으로 도약한 저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0년 들어 잇따라 도입한 선박투자회사제도와 제주선박등록특수제도, 그리고 톤세제도와 승선근무예비역 병역제도 등으로 해운제도가 선진화 된데다 향후 선박금융전문기관이 설립되면 성장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독일 물류회사인 ISL(Institute of Shipping Economics and Logistics) 통계에 따르면, 2013년 1월 현재 한국상선대 규모가 7,970만톤(DWT)으로 2020년 1억톤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운임수입 100조원 달성도 해운시황만 뒷받침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 해운업계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지혜와 역량을 한데 모으고, 투철한 기업가 정신과 도전정신을 발휘한다면 오는 2020년 세계 3대 해운강국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해운산업의 성장을 위해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이 해양전문인력 양성입니다. 해운인력 공급확대 방안은 무엇인지?

우리나라 해양산업은 최근 반세기만에 양과 질적인 면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해양전문인력의 양성규모는 지난 1970년대 이래 답보 내지는 퇴보하고 있습니다. 해운전문인력인 해기사를 양성하는 한국해양대학교의 경우 해방직후인 1946년 정원 100명으로 시작돼,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7년 400명까지 증원된 이후 답보상태에 있습니다.

한국상선대의 규모가 1977년 330만톤에서 최근에는 3,700만톤으로 10배 이상 늘었는데도 해기사 정원은 그대로입니다. 이처럼 해기사 공급이 선박 증가를 따라오지 못함에 따라 선박운항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으며, 조선산업을 비롯한 해양산업 전반에 필요한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통계적으로 외항상선 1척당 필요한 전문인력은 해상인력 8명, 육상인력 10명 수준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외항상선대는 1,000척이며 매년 발생되는 신규수요는 약 1,350명인데 반해 정규 양성과정인 한국해양대학교와 목포해양대학교 해사대학에서 양성되는 인원은 750명 정도입니다.

이들 중 군입대자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해양업계에 유입되는 인력은  결국 650명에 불과합니다.

미래 국가성장동력인 해양부문에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계 3대 해운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양전문인력 양성인원을 현재 750명에서 2,000명으로 시급히 증원해야 합니다.

해운산업은 국가경제의 혈관과도 같은데, 국민들의 인식은 미흡합니다.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해운이 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 지난 5월 열린 '해양인력 양성 확대 토론회'에서 해양전문인력 양성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는 이윤재 회장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수출입화물의 99.7%를 적기 수송해 국가경제에 이바지함은 물론, 연간 400억 달러의 외화가득을 통해 국제수지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선을 비롯하여 조선기자재, 선박금융과 보험, 철강 등 연관산업의 동반발전을 견인하고 있으며, 유사시 육·해·공군에 이어 제4군으로서 안보 및 기간산업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이렇듯, 해양산업의 중요성이 막중한데도 불구하고 일반국민들의 인식은 매우 미흡한 실정입니다. 이에 우리 협회는 해운산업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제고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습니다만, 외항해운의 특성상 일반국민과 접할 기회가 없어 친국민 산업 이미지 구축에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령 매년 5월31일은 ‘바다의 날’인데, 일반인들은 알지 못하고 있으며 안다 하더라도 정부에서 유공자들에 대해 훈·포장을 수여하는 행사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운산업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바다의 날’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해양의 중요성을 온 국민이 실감할 수 있도록 ‘바다의 날’을 국가기념일에서 국경일(공휴일)로 승격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우리 협회는 이와 더불어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와 함께 바다사랑 마라톤대회를 비롯해 전국카누·드래곤 보트대회, 여름방학을 이용한 청소년 여름해양학교 운영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년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선상체험 행사를 갖는 등 스킨십을 강화하는 한편, 사회기여사업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추진할까 합니다. 그리고 해운산업에 대한 홍보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작정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