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산업혁신, 시간이 없다
양식산업혁신, 시간이 없다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3.08.13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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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는 양식어업

▲ 김성욱 본지 발행인
지구가 이상하다. 기상이변이 끝도 없이 계속된다. 겨울은 더 춥고 여름은 더 덥다. 지난 겨울 몰아닥쳤던 때 이른 추위, 3~4월 까지 이어진 폭설과 한파로 서민들의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특히 농어민들의 피해는 더 컸다. 양식어류가 추위에 폐사하고, 꼬막을 비롯한 조개류마저 얼어죽었다. 냉해(冷害)를 입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과수(果樹)를 바라보는 농민의 처연한 눈망울이 아직도 가슴을 저리게 한다.

6월부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예년과는 다른 이상한 장마로 중부 이북 지역은 물난리, 남부지방은 가뭄과 폭염의 연속이다. 60억 인구가 발을 붙이고 사는 이 지구에 분명 이상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만은 틀림 없는 사실인 것같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 초원으로 변하게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우리나라는 이미 아열대성 기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동해안에는 명태가 사라진지 오래다. 오징어도 흉어다. 동해안 오징어가 서남해 먼바다에서 많이 잡힌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해파리 무리가 여름 바다를 뒤덮고 아열대성 어류가 대량 번식하는 사례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선어업이 위기에 빠졌다. 전통 수산물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는 수입수산물이 주류를 이룬다. 기껏해야 일본산, 중국산, 러시아산밖에 없었던 대형마트에는 어느새 신대륙 어류들이 판을 친다. 남미대륙은 말할것도 없고 아프리카의 세네갈, 모리타니, 기니를 비롯한 30여개국의 수산물들이 넘쳐난다.

뷔페레스토랑에서 국산식품을 찾는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졌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노르웨이산 고등어, 연어를 맛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새우와 갑각류는 말할 것도 없고 아프리카산 갈치, 문어, 갑오징어도 시장의 상당부분을 점령했다.

수산물 수요는 늘어나는데 수산자원은 계속 고갈되고 있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위해 세계 각국은 양식산업에 발벗고 나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5년에 1인당 양식수산물 소비량이 자연산 소비량을 앞지를 것이라고 분석을 내놓았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추세를 감안하여 그동안 양식산업 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양식어업 구조개편에 심혈을 기울여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양식어업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좁은 바다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가두리 양식장, 생사료로 오염된 어장바닥, 적조에 까무라치고 태풍에 울고 한파에 넋이 나가는, 양식업계의 고질적 악순환이 고장난 레코드처럼 끝도 없이 돌고 돈다.

저기도 우럭, 여기도 우럭이다. 영세한 어민에게 있어서 종의 다양화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거기다가 활어유통의 문제점은 예나 지금이나 제자리 걸음이고 어가(漁家)는 생산비 조차 보전하지 못한 채 빚을 얻어 빚을 갚는 악순환만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양식산업 발전을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외해양식어업 발전방안도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모못하고 있다. 자연재해에도 견딜 수 있는 가두리 시설의 안전성을 높이는 문제, 재해보험의 활성화 문제, 활어유통 개선문제, 대량생산에 따른 어가 하락문제 등등 우리나라 양식산업이 안고 있는 근원적 문제점들을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양식산업은 돌이킬 수 없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양식산업발전방법으로 피해어민 발생해서는 안된다.

지난 6월27일 해양수산부는 신정부 국정과제인「수산의 미래 산업화」를 실현하기 위해 수산양식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최우선적으로 ‘양식산업발전법’을  새로이 제정함으로써 과거의 주먹구구식 행태에서 벗어나 양식어업을 산업화할 수 있는 기반을 확고하게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새 법률안에 담긴 내용을 분석해보면 첫째, 면허 우선순위 기준을 개선하여 경영능력, 자본, 기술력을 지닌 대규모 산업 자본가가 양식어업에 참여할 수 있는 문호를 개방하고, 둘째 양식면허 재발급 시 유휴·부실어업자를 퇴출시킬 수 있도록 새로운 심사·평가제를 도입 할 것이며, 셋째 한국양식산업진흥공단(가칭)을 설립하여 양식과 관련한 전·후방 산업을 육성하고 넷째로 2016이후부터 배합사료 의무 사용을 단계별로 확대함으로써 생사료에 의한 자원낭비와 해양오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생각을 금할수는 없지만, 과거 30여년 동안 유지되어 왔던 우리나라 양식업계의 퇴행적 관행을 바로 잡겠다는 수산당국의 야심찬 의욕에 기대를 걸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걱정거리라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법과 제도와 관행 사이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장애물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지 못한다면 양식업계가 겉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 7월11일 통영에서  열렸던 「양식산업발전법률안」에 대한 지역 설명회 자리에서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양식면허가 재산권이냐, 공유수면을 이용한 단순 이용권이냐 하는 캐캐묵은 논쟁이 또다시 터져나온 것이다. ‘살인 난다’ 민란(民亂)이 일어난 것이다. 등등의 험악한 발언들이 어민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법과 관행이 충돌하는 현장에서 어민들의 박탈감과 정부당국의 무력감이 교차하는, 참으로 난감하고 볼썽사나운 광경이 노출되고 말았다. 수십년에 걸쳐 어업권이 물권적 재산권처럼 잘못 이용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양식면허를 담보로 제공하기도 하고 논밭처럼 사고 팔기도 했다. 이처럼 잘못 사용되어온 어업권에 대한 관행을 원만하게 수습하지 못한다면 상당한 부작용과 사회문제가 돌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부에서는 이법이 통과되더라도 정상적으로 어업활동을 하고 있는 기존 어업인들에게는 아무런 손해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재면허도 1순위로 받게될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올바른 정책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법질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불법과 탈법을 저지른 자에게 당연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정의요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다. 잘못된 관행이 법을 제척할 수는 없지만, 관행처럼 통용되어온 경제행위로 말미암아 선량한 피해자가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법의 정의요, 법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지금처럼 절박하게 다가오는 때도 없었다. 해양수산인, 어민과 정부가 서로 양보하는 호혜호양(互惠互讓)의 마음으로  뭉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을 것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을 가슴깊이 명심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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