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허브 부산항
해양허브 부산항
  • 천금성 본지 편집고문/소설가
  • 승인 2013.06.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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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금성 본지 편집고문/소설가
세계최대 컨테이너선의 기항

물류허브 부산항은 약진하는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선도자이다. 항구 활성도의 바로미터인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해에도 1,700만 TEU로 세계 5위를 고수했었고, 올해는 6%나 더 증가한 1,800만 TEU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상항(商港)으로서의 대외 인지도와 경쟁력의 지표인 환적물량은 810만 TEU로, 메가포트로 자리잡은 싱가포르와 홍콩에 이어 부동의 3위를 유지하고 있다. 근년 들어 환적물량이 증가하는 것은 시 당국과 부산항만공사(BPA)가 적극 유치마케팅에 올인한 결과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반가운 낭보가 미리 가슴을 설레게 한다. 다음 달 15일,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선으로 등재될 신조선 ‘트리플-E’ 호가 생애 최초의 기항지이자 첫 선적지로 개항 137주년을 맞은 부산항을 선택한 게 그것. 이 배는 덴마크의 머스크 라인(MAERSK LINE)이 우리 대우해양조선에 건조를 맡긴 것으로, 너비와 전장이 각각 59미터와 400미터에, 무려 1만8,OOO TEU의 컨테이너를 적재할 수 있는 16만5,OOO톤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이다.

세계 40여 나라에 63개 항만과 160여 개 내륙터미널을 운용하고 있는 머스크 라인은 단일선사로는 세계 최대인 600여 척의 컨테이너선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연 380만 TEU를 소화해낼 만큼 요지부동한 1등 선사다. 트리플-E호는 그간 자주 입출항하면서 낯이 익은 자매선 ‘에바 머스크(EVA MAERSK)’ 호에 뒤이어 향후 정기적으로 부산항에 기항하면서 아시아∼유럽 간 황금노선을 뛸 예정이다.

한 마디로 머스크 라인의 간판 컨테이너선인 트리플-E 호의 정기기항은 그 하나만으로도 부산항의 세계적 인지도 확장과 함께 제반 경쟁력의 우월성을 세계에 과시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BPA 관계자는 ‘홍콩과 상하이의 유치경쟁도 뜨거웠다. 하지만 머스크 라인은 최종적으로 우리 부산항을 선택함으로써 우리의 위상을 드높여주었다’고 자찬했다. 이로써 부산항은 기능과 시설 면에서 세계 최고라는 값진 공인을 받기에 이르렀으며, 이로 해서 향후 물동량 증대에도 큰 탄력을 받게 되었다. 세계 유수의 상선들이 드나드는 부산 북항은 약진하는 이 나라 해운산업의 진면목이자 신라시대 이후 해상왕 장보고(張保皐)의 청해진(淸海鎭)으로 거듭나고 있다.

서둘러야 할 해양경제특구 지정

그럼에도 아쉬움이 많다. 내친 김에 부산항은 세계 최대 물류항인 로테르담이나 싱가포르를 따라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여건이 탐탁치 않아서다. 비상하는 독수리가 강풍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 날개가 튼튼해야 한다. 그 날개가 곧 북항(北港)의 해양경제 특별구역(海洋經濟特別區域) 지정이고, 그것을 위해 부산항만인들이 똘똘 뭉쳤다.

‘특별구역’이란 어느 한 지역의 지리환경적·상업발전적 제반 특성에 바탕하여 범국가적 행정지원과 함께 예산상의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경쟁력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의 하나다. 그렇게 되면 조선업이나 해양플랜트와 같은 연관 산업도 동반성장할 수 있게 된다.

가령 석유수요가 증가하면 해양플랜트 산업 등 관련 분야가 어부지리를 챙기는 것처럼, 지리적으로나 인지도 면에서 월등 앞서는 부산 북항을 해양경제특구로 지정하면 그게 곧 양날개에 추진기를 달아주는 형국이 된다.

북항을 해양특구로 지정할 경우, 예전부터 물류허브 중심축으로 기능해온 신항(新港)과 수산식품 분야에서 견고한 경쟁력을 갖춘 남항(南港)으로 삼각편대를 이루면서 가속(加速)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는 것이다.

부산발전연구원(부산시 산하)은 진작부터 이에 대한 세부적인 구상을 내놓고 있다. 그에 따르면, 북항 재개발 지역은 국제여객 및 크루즈선 터미널을 겸한 해양관광 중심지로 우뚝 서는 것과 함께, 감만·신감만·신선대부두는 컨테이너선 물류기지로, 그리고 자성대와 우암부두 일대는 해양플랜트 및 기자재 유통거점으로 발돋움케 되고, 여기에 영도 동삼동 혁신지구는 해양수산 연구개발 및 전문인력의 양성 메카로 육성시키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종 해양기능이 집약돼 있는 부산항은 면모일신하면서 미구에 열릴 북극항로에의 교두보 확보와 아울러 자원개발의 핵심 전초기지로도 기능할 수 있게 된다.

부산시는 부산항의 해양특구 지정이 시급한 이유로 중국의 도전을 들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륙중심 국가이던 중국이 근년 들어 해군력을 증강시키면서 해양패권 장악을 위한 제반 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한 발 앞서 ‘3대 해양경제 시범지구’의 지정까지 마친 상태다. 즉, 북쪽 산동반도는 ‘블루 경제구’로, 중부권인 상하이 인근의 저장성은 ‘해양경제 발전시범구’로, 그리고 남쪽 광동성 일대는 ‘해양경제 종합실험구’로 지정한 게 그것.

부산시의 해양특구 지정 요청은 다만 지역적 특성만 강조하자는 게 아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 특성을 감안, 여타 지역에도 그에 걸맞는 편성을 권유하고 있는데, 가령 울산과 포항 지역은 해양에너지 허브로, 여수·광양은 석유화학 허브로, 새만금은 해양에너지 및 식량자원 허브로 각각 특성화시키자는, 매우 건설적인 제의가 그것이다. 이 같은 견지에서, 31개 무역항과 29개 연안항 등 모두 60개의 항만을 가진 우리나라는 매 항만이 갖고 있는 지역적 호조건과 특성을 고려한 나름대로의 발전적 여건을 부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다.

부산시의 이 제안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부산항을 동북아 해양수도로 만들자’는 공약과 맞물리는 것으로, 마침 해수부 부활도 이루어진 참이어서 그간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해온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럼에도 윤진숙 장관의 해수부는 엇박자만 내고 있다. 두어 달 전(4월), 해수부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부산항의 제의(해양경제 특구지정)를 보고하였음에도 정작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업무보고 시에는 빠트리고 말았다. 나중 윤 장관은 “충분히 준비했는데, 그만 실수로 그랬다”며 얼버무렸지만, 그렇다면 부처 내에 전담팀을 꾸리겠다고 한 대국민 약속은 무어란 말인가. 이로써 해수부는 당초부터 이 사안을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부산 항만인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해수부는 또 지난 달 스웨덴에서 개최된 ‘북극이사회’가 그간 임시 옵서버로 머물러 온 한국을 정식 옵서버로 승인한다는 빅뉴스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번 정식 옵서버 자격 획득은 에너지자원 개발(원유와 천연가스 등) 및 북극항로 개통에 이르기까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외교부가 공을 들여온 사안인데, 정작 해양 관련 사업을 주도해야 할 해수부는 구경만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해양산업은 장기불황의 늪에 빠진 조선업을 비롯, 철강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국가경제 동력의 한 축이다. 그런 만큼 관련 시스템의 구축과 이에 대한 의지의 표출이 우선되어야 한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는 미래창조 경제의 구현을 위해 ‘4·1 부동산 대책’을 비롯, 경제발전을 욱죄어온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중·소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거푸 단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양산업 부흥에 대한 주변국들의 발빠른 행보를 감안해서라도 관련 정책의 확고한 수립과 함께 예산상의 지원이 우선되어야함을 해수부는 통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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