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뺑소니, 어업인들 분통…“우린 들짐승만도 못한 목숨”
해상 뺑소니, 어업인들 분통…“우린 들짐승만도 못한 목숨”
  • 현대해양
  • 승인 2013.04.0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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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말 현재 14명 사망·11명 실종 ... 안전교육 장비 확대

올들어 잇달아 발생한 어선안전 사고로 인해 모두 14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되는 어업인 피해가 발생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월18일 서귀포남방 해역에서 9명이 타고 있던 서귀포선적의 근해연승(29톤) 3005 황금호에서 화재가 발생, 선원 5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다. 또 지난달 4일에는 전남 신안선적 연안자망어선 대광호(9.77톤)가 항해 중이던 대형상선 선박과 충돌해 타고 있던 승선원 7명이 실종됐다.

또 9일에는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에서 불이 나 바다에 뛰어든 선원 9명이 숨지고 1명은 실종됐다.

수협중앙회가 자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어선과 상선의 충돌에 의한 인명피해는 2010년 71명 중 11명, 2011년 64명 중 3명, 2012년 44명 중 4명이 사망, 전체 어선사고의 약 10%에 달할 정도로 고질적인 문제다.

연·근해어선 위협하는 거대 선박 

특히 지난달 4일 발생한 대광호는 해상 로드킬 사고이어서 어민들의 불안감이 분노로 증폭되고 있다. 대광호 사건은 지난달 4일 새벽 1시27분 즈음 전남 진도군 독거도 부근 해상에서 액화천연가스(LPG)운반선 '오션US'호가 어선 '대광호'와 충돌한 후 인명구조도 하지 않고 도주한 사건으로 선원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양심마저 무너뜨린 사건이어서 어업인들의 분노가 들짐승들이 달리는 차량에 치여 죽는 '로드킬'에 빗대 거대한 선박에 짓밟힌 어민들의 처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선박 오션US호가 현장에서 바로 구호에만 나섰어도 구할 수 있었던 무고한 선원 7명 전원이 실종돼 생존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게 됐기 때문에 어업인들의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

수난구호법 제18조에 의거, 가해 선박은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해야 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어업인들은 “우리는 길거리에서 치어 죽는 들짐승만도 못한 것 같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생동물 조차 로드킬 예방을 위해 각종 정책과 기술이 쏟아지는 마당에 어선과 어업인에 대한 대책과 사후 법적 장치가 없다는 것에 어업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특히 뺑소니를 낸 대목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다. 은폐 및 도주가 용이한 야간에 주로 발생하는 상선-어선 충돌사고의 특성상 뺑소니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수협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해상 로드킬에 대한 어업인들의 분노와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가 진 시간에 출항과 귀항이 빈번한 조업 특성 상 어업인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고이기 때문이다.


재발방지 대책 마련 촉구

하지만 사회적 약자인 어민과 어선에 대한 대책은 ‘사회적 불감증’이라고 할 만큼 등한시되고 무책임적으로 이뤄져 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상선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강력한 행정, 사법 조치를 통한 예방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아울러 어업인도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 하는 등 안전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바다를 이용하여 수익을 얻는 상선에 한해 해상사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부담금 징수나 기금 조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현재 정부가 구명동의 보급과 소형어선에 레이더 반사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상선들이 야간 안전운행에 소홀할 경우 무용지물이다.

수 천 톤 이상의 대형상선이 수 십 톤에 불과한 크기의 어선에 부딪히는 충격 자체가 엄청나기 때문에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 선원 대부분은 사망하거나 실종된다.

이번 사고에서도 어선은 완전히 세 동강 날 정도로 심각하게 파손됐고 선원 전원이 실종된 상태다. 이처럼 상선과의 충돌 피해는 고스란히 어선과 승선 어업인들에게 전가되고 생명까지 잃게 되는 심각한 사고지만 아직까지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당국의 상선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강력한 행정, 사법조치를 통한 예방 노력이 절실한 대목이다. 어업인에 대해서도 구명조끼 보급과 착용을 의무화 하는 등 구호장비 설치보급과 안전교육 등에 대한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국내 연안어선 노후화로 인해 일어나는 사고에 대해서는 전혀 대책할 수 없다는 것이 앞으로 사고는 증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선적 총 3만1824척 가운데 91%인 2만8998척이 5톤 미만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1톤 미만의 소형어선은 1만831척으로 34%에 달했다. 이들 선박 대다수가 선령은 16년 이상이 1만2156척으로 38.2%를 차지, 10척 가운데 4척이 노후어선이다.

이로 인해 2008년 47건이었던 해난사고는 2009년 68건, 2010년 57건, 2011년 81건으로 꾸준히 늘었으며 지난해는 97건으로 급증했다. 어선 해양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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