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과 겨룰 ‘토종’ 첨연어 상업양식 성공
수입산과 겨룰 ‘토종’ 첨연어 상업양식 성공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4.05.10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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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도 활용도도 최고
이상철 어업회사법인주식회사라스 대표가 양식하고 있는 토종 첨연어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상철 어업회사법인주식회사라스 대표가 양식하고 있는 토종 첨연어를 들어보이고 있다.

[현대해양] 노르웨이 연어가 국내 연어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 연어와 대적할 토종 연어가 본격적으로 생산될 전망이다.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동호리 어업회사법인주식회사라스 수조에서는 토종 어종인 태평양 첨연어(Chum Salmon)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민간 최초로 첨연어 대량 양식에 성공한 것이다. ㈜라스는 지난해 3월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한국수산자원공단(FIRA) 동해생명자원센터(센터장 김두호)로부터 첨연어 치어 4만 마리를 분양받아 성공적으로 양식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엔 상품 출하가 가능하다는 것.

지난달 10일엔 중간 보고회 형식의 시식회를 열어 극찬을 받았다. 이날 한참 생장 중인 600g짜리 연어를 회로 선보였는데 시식자들의 반응은 쫄깃하고, 달고, 좋은 식감이 오래 남는다는 평을 받았다. 또 출하 예정 상품인 3kg까지 자라면 식감이 훨씬 더 좋을 것이라는 것이 시식자들의 전언이다. 시식자들은 시각적으로도 더 먹음직스럽게 보여 미각을 자극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회귀율 0.4% ‘귀한 몸

㈜라스 양식장을 방문한 김두호 동해생명자원센터장은 “어미화 사업의 일환으로 처음으로 치어를 민간에 분양했는데 아주 잘 자라고 있어 흡족하다. 해수 인입공사가 완료되기 전에 이만큼 키워냈으니 대성공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첨연어는 북태평양과 북아메리카 서부, 러시아 동부, 한반도 동부의 강 등에 서식하는 종으로 양양 남대천이 첨연어가 돌아오는 강이다. 회귀율이 0.4%에 그치니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어종이다. 첨연어는 다른 연어에 비해 지방이 적어 주로 회로 먹으며 구이로 먹기도 한다.

첨연어의 맛을 제대로 본 사람이 많지 않다. 해수에서 성장해 산란을 위해 회귀하는, 민물을 먹은 첨연어를 맛본 이들이라면 제 맛을 모른다는 것. 민물로 거슬로 올라가기 전(혼인색을 띠기 전) 해수에서 자란 연어의 맛을 봐야 참맛을 알 수 있다고. 일반인들이 시중에서 흔히 보는 연어는 대부분 노르웨이산 양식 대서양연어라고 보면 된다.


해수에서 자란 의외의 식감

연어는 버릴 것이 없다. 연어 정자와 정소는 의약품 회사, 화장품 회사 등에서 찾는다. 연어의 그것에서 추출한 PDRN(Poly Deoxy Ribo Nucletide)이 손상된 세포나 조직을 원래 기능으로 회복시키는 재생촉진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실제로 이를 활용한 점안액, 재생 주사제, 항노화 화장품 등이 시중에 출시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연어 뇌하수체는 호르몬으로 만들어 쓸 수 있으며, 껍질은 소가죽보다 질겨 가방, 지갑, 벨트 등을 만들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육상에서 해수로 대량 양식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동해STF가 동해안에서 중층 가두리 기법으로 은연어 양식을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토종 어종인 첨연어 상업 양식은 처음이다.

㈜라스는 연말까지 작년에 입식한 연어를 3kg까지 키워 100톤을 출하할 계획이다. 그리고 올해 입식한 치어 20만 마리는 내년에 출하한다. 지금의 해수 공급 형태라면 생육기간이 2~2.5년이 걸리지만 고성 앞바다 해수 인입공사와 새 양식장이 완공되면 1.5~2년으로 생육기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연중 출하도 가능하다고.

㈜라스는 2023년 해양수산부 ‘한해성어종 생산 스마트순환여과시스템 구축’ 사업 공모에 선정돼 2025년까지 사업비 40억 원을 들여 연어 양식 시스템(K-RAS)을 구축해 K-연어 펠릿, 정소, 알, 기타 부산물 형태로 공급할 계획이다. 출하 전인데도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부산물 활용처 등 곳곳에서 거래 문의, 투자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라스(옛 아쿠아시스)는 명태 육상 양식에 성공한 유력 어업회사법인이다.

첨연어회

경쟁력 높아

노르웨이산 양식 대서양연어가 시장을 장악한 국내시장에서 토종 국산 양식연어의 출현은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가격면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성군(군수 함명준)도 첨연어 양식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지난해 ㈜라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고성군은 최근 “2,000만 관광객 시대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첨연어 양식 사업을 지역의 대표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양식 전문가 김병기 강원도립대 명예교수도 자문위원으로 본격 참여할 예정이다. 이상철 대표는 “고성군은 생육에 적합한 해수를 이용해 연어를 기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정부지원금과 자부담, 투자금이 들어가는 해수 인입공사가 끝나면 첨연어 양식은 당초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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