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천연물 의약품 개발, 선택 아닌 필수
해양천연물 의약품 개발, 선택 아닌 필수
  • 최완현 국립해양생물자원관장
  • 승인 2024.05.1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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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현  국립해양생물자원관장
최완현 국립해양생물자원관장

[현대해양] 고령화 시대를 겪고 있는 현재 인류는 노인성 질환 및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소득수준의 향상과 웰빙에 대한 관심 증가, 팬데믹 이후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또한 늘고 있다. 이에 건강기능성식품 관련 의약품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다양한 신규 생리활성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천연물로부터 신규 소재를 찾기 위한 연구개발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해양천연물의 원천인 해양생물은 극한 환경(저온, 고압, 저광, 고염 등)에 최적화된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독특한 형태적·생리적 기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오산업 분야의 신소재로써 높은 상용화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아직까지 33만여 종에 달하는 해양생물 중 약 1% 정도가 바이오 소재로 활용되고 있는 등의 미개척 분야로써 미래 성장잠재력이 매우 높은 대표적 블루오션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양 유래 천연물 소재의 특이성

우선 해양천연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식물 유래 천연물이 주종을 이루는 육상 천연물과는 다르게 무척추동물과 미생물로부터의 활성 물질 발굴 빈도가 높다. 특히, 해양무척추동물의 경우 그들의 생태와 연관해 보면 주로 운동성이 부족하여 화학적 방어 기작이 발달하게 되고 따라서 의약품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세포독성 또는 신경독성을 보이는 생리활성 물질이 빈번하게 발견되고 있다. 또한 해양 천연물 유래 의약품 소재는 육상 소재에서 빈발하는 인수 공통 감염의 문제, 고농도 오염원에 대한 노출의 문제 등이 적어 인체적합성이 높은 소재가 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해양천연물 의약품 연구 동향

해양천연물에 대한 연구는 50여 년 정도로 육상천연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어 전통의학을 통해 축적된 자료가 매우 적고, 해양생물에 대한 접근이 육상생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운 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해양 소재를 활용한 성공적인 신약 개발 사례들이 도출되고 있다. 생명공학(BT) 산업시장 성숙, 주요 기업들의 투자 증가, 신규 연구소재 고갈에 따른 새로운 소재의 발굴 촉진을 위한 해양천연물로의 관심 증가로 2000년 이후 해양천연물 유래 의약품 연구개발은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18개의 의약품이 해양천연물로부터 개발되어 시판 중이며, 세포독성이 있는 해양천연물을 이용한 항암제 개발이 주요 연구 대상이다. 개발된 의약품의 대부분은 해양천연물 유도체를 통해서 개발되었으며,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유기합성 기술을 통한 구조의 최적화 과정을 통해 의약품과 같은 성질을 보이는 화합물을 발굴하고 있다.

현재 임상실험 단계에 있는 해양천연물 유래 의약품은 36종이며, 5종이 임상3상, 17종이 임상2상, 14종이 임상1상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임상단계에 진입한 후보물질의 생물별 분류로 해양무척추 동물인 군소 유래 물질이 24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해면 유래 물질이 3종, 와편모조류, 피낭동물, 균류 유래 천연물이 각 2종으로 보고되고 있다. 적용증별로는 항암제 후보물질이 30종, 진통제,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각 3종, 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 1종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국가별로는 의약품 개발을 선도하는 미국이 20건으로 56%의 비중을 차지하며, 모든 연구개발이 선진국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해양천연물 산업화 소재 개발 전략

우리나라의 임상실험 해양천연물 소재는 1건으로 유용 해양천연물의 생산법 개발을 위한 집중적 투자로 개발 속도 촉진을 통한 경쟁력 향상이 절실한 실정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양생물로부터 천연물의 탐색을 통해 유용소재를 다변화하고 의약화학과 기술적인 제휴를 통해 약리학적 성질이 우수한 소재를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이에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해양바이오뱅크를 구축하여 해양바이오산업화 타겟 소재 중심의 해양생명자원의 소재를 확보하고, 기초효능(항산화, 항염, 항균, 항암, 항바이러스) 분석을 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해양바이오뱅크에 구축된 해양천연물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가치를 높인다면, 의생명소재를 발굴한다는 점에서 기술적·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되어 개발소재의 독창성과 신규성 고갈 문제에 직면한 의약산업에 신규 소재의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의약품 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필요 해양천연물을 제공하기엔 한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면 여러 가지 유용한 생리활성을 나타내어 항암, 치매 등의 치료제로서 현재 임상실험 중인 해양천연물 브리오스테틴은 이끼별로부터 분리되는데 1g의 물질을 얻기 위해 1톤의 해양생물이 필요하다. 이때 합성화학이나 합성생물학을 이용한 생합성 유전자를 발현시킬 수 있는 미생물을 통한 생산을 통해 해결책으로 제시될 수 있다. 국내 해양천연물 연구는 현재까지 연구자 개개인의 관심으로 발굴 및 기초활성 검색 수준에서 진행이 되었으며, 해양천연물 분자구조 최적화를 통한 선도물질의 발굴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해양천연물의 소재 다변화와 의약화학 기술을 접목해 많은 선도물질을 발굴하고 경험과 기술을 축적할 수 있는 국내 연구기반의 확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겠다.

기회의 산업 해양천연물 의약 소재 개발

해양천연물 의약 소재 개발은 상대적으로 긴 의약품 개발 기간과 경제적인 부담, 해양천연물 의약품 개발에 대한 국내 제약사의 인식 미비, 국외 선도기관과의 경쟁이 불가피가고 국내 연구진의 해양천연물 의약품 개발 경험 부족 등의 제한 요인은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해양생명자원을 활용한 해양바이오산업의 성장 가능성, 고부가가치 자원화 가능성, 유용 해양천연물 발굴을 통한 의약소재 시장 진입 가능성은 매우 크고, 특히 성장하는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는 미개척분야의 새로운 시장에서 연구역량 성장 및 세계적 확장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양바이오산업은 1960년대 미국에서 산업적 연구개발 활동이 시작된 이후 1980년대 들어서 본격화된 신 산업군이다. 전 세계 해양바이오산업은 2020년 약 7조원에서 2027년 약 1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바이오산업은 선진국도 아직까지 독자적인 시장 창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해양바이오와 관련된 원천기술개발 여지가 많아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에도 노력과 투자 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풍부한 “기회의 산업”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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