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의 또 다른 활용
쓰나미의 또 다른 활용
  • 천금성 본지 편집고문/소설가
  • 승인 2013.04.0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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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달나라가 된 후쿠시마 일대 
 

▲ 천금성 본지 편집고문/소설가
태평양전쟁 종식 다음 해인 1946년, 알류샨열도에서 진도 8.0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생겨난 거대한 해일이 1,800마일 남쪽의 하와이제도를 향해 무섭게 접근하고 있었다. 이를 본 일본인(이민자)들이 ‘쓰나미다!’고 소리치면서 비로소 원주민(폴리네시아 인)들은 낯선 그 말을 처음 들었다. 당시까지 세계 학계에서는 쓰나미를 두고 흔힌 조파(潮波)니 혹은 해파(海波)라는 뜻의 ‘Tidal wave’나 ‘Sea wave’ 등으로 지칭했으나, 그 뒤 미국 해양학자 반 돈(Van Dorn) 박사가 종전의 두루뭉실한 용어를 배격하고 이 용어를 자주 인용하면서 전파되기 시작하였고, 특히 2005년을 전후하여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연안에서 거푸 발생한 지진의 여파로 그 피해가 인도양을 건넌 아프리카까지 확산되자 각 언론들이 앞 다투어 그 말을 보도용어로 굳히면서 비로소 일반화되기에 이르렀다.

  다 알다시피, 쓰나미(Tsunami)란 해저지진으로 생성된 큰 두루마리 파도가 만(灣)으로 이루어진 포구(혹은 항구)로 몰리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진파(津波)’의 일본식 발음인데, 지진이 다발하는 지리적 특성상 일본인들은 자주 이 말을 써왔었다.

  오늘 날 일부 종교 무리가 심심하면 지구 종말 운운을 떠벌리면서 인류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지만, 한순간 평화로운 해안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쓰나미야말로 인류문명을 파멸로 몰아넣는 가장 경악스러운 자연재앙의 하나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그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가 2년 전 일본 혼슈(本州) 북부 후쿠시마(福島) 현 일대를 강타한 쓰나미다(2011년 3월 11일).

  이후 일본(부흥청)의 발표에 의하면 그 사고로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가 15,881명에 달하고, 아직도 실종자로 분류되고 있는 사람이 2천7백여 명이나 된다고 하니 그 참상이 얼마나 지독하였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지만, 그 후유증으로 차례차례 죽어간 사람도 어언 3천 명을 넘어서고 있음을 보면 앞으로도 희생자는 계속 늘어날 게 틀림없다.

  사고가 나고 2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사망자가 계속 나오는 것은 대지진의 여파로 발생한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를 강타하면서 많은 양의 방사능이 유출된 때문이다. 이거야말로 원천적으로 원전가동을 반대하는 환경주의자들의 강력한 구호(口號)가 된다.

  가령 일본 당국은 지금도 원전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별로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 언론(도쿄신문 등)은 방사능 피폭 및 오염수(汚染水)로 인한 사망자가 789명이라는 식으로 끝자리까지 공개하면서 그 파장은 날로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파괴된 후쿠시마 원전은 지금도 계속 고농도 방사성 물질을 뿜어내고 있다. 일본 당국은 가열된 핵 연료봉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계속해서 물을 주입하고 있는데, 그 결과 누적된 오염수 양이 물경 20만 톤을 넘어서고 있고, 지금도 하루에 400톤씩의 오염수가 추가로 배출되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핵 연료봉은 아직도 식지 않고 있어서 앞으로 10년도 더 지나야 겨우 제거작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고, 따라서 당해 원자로를 폐쇄하려면 향후 40년도 더 지난 2050년이 되어서야 가능할 것이라니 앞날이 그저 암담할 뿐이다.

  특히 해당 지역 주민과 피해자 단체들은 정부와 원전 소유주 도쿄전력을 상대로 손해배상 및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소송인들은 사단이야 대지진에 이은 쓰나미라는 자연재앙에 의한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당국은 소임을 다하지 못 했을 뿐만 아니라 애써 피해규모를 축소한 소극적 대응이 화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지금껏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 20여 건의 민사소송이 제기된 상태이고, 올 들어 새로이 정부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이 제기되면서 그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을 낌새가 아니다.

  지난 2월, 후쿠시마 지방법원 발표에 의하면 아직껏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 하고 떠돌이가 된 피해자들이 위자료 내지는 휴업으로 입은 손해배상에다 누출된 피해 지역의 방사선 양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킬 것 등 전혀 실현 불가능한 내용까지 소송 내용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여기에 ‘사고 책임은 모두 국가에 있다’면서 그 까닭은 원전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온 점을 들었다.

  여기에 지난 해 12월, 복구작업에 참가한 주일 미군까지도 ‘사고규모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자신들도 피해를 입었다’며 도쿄전력을 상대로 거액의 손배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도 설상가상이다. 특히 원자력추진항모 ‘로널드 레이건’ 호 탑승원 8명은 사고가 발생하고 이틀 뒤 미야기 현 산리쿠 앞바다로 지원활동인 ‘도모다치(친구) 작전’에 투입되었는데, 도쿄전력이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피해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대지진이 발생하고 2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고향을 등지고 일본 전국에 뿔뿔이 흩어진 피난민이 무려 30만 명도 넘어서고, 그럼에도 지금까지 진도 4.0 이상의 여진이 6천여 회나 이어지면서 여전히 크고 작은 쓰나미가 일본 본토를 넘보고 있는 최악의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죽음과 고요의 바다. 인적은 없고, 그곳으로부터 수십km 이상 벗어나야 간신히 오염된 풀을 뜯어 먹으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앙상한 뼈다귀의 가축을 볼 수 있을 만큼 생명체가 전무한 달나라 처지에서 말 그대로 시간이 멈춘 채인 형편이다.

쓰나미의 또 다른 얼굴

  그렇다면 쓰나미란 인간의 지혜나 능력을 초월하는 최악의 대자연 재앙이 아닌가. 그래서 우스개로 하는 말이다. 바로 그 경악스러운 쓰나미로 먹고사는 동물이 있어서 하는 말이다.

  이빨고래 종인 범고래는 영악하면서 포악하기 짝이 없는 육식성 포유동물이다. 얼마나 먹성이 왕성한지 태평양을 북상하는 자신들보다 몇 배나 몸집이 큰 쇠고래도 무차별 공격한다.

  자연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NGO(내셔널 지오그래픽)’를 보면, 범고래떼는 유영하는 쇠고래 어미와 새끼의 중간을 파고드는 교묘한 방법으로 분리시켜서는 새끼가 수면으로 떠오르지 못 하도록 짓눌러 질식사시킨 다음 턱과 혀 등 연약한 부분을 먼저 뜯어먹는다. 한 해 동안 겨우 한 마리의 새끼를 낳을 뿐인 어미는 사력을 다해 저항하지만, 영악하면서 조직적 공격을 감행하는 범고래 떼에게는 그저 속수무책일 뿐이다. 범고래는 또 경사진 해안까지 돌진해 와 물장구를 치며 노는 물범이나 바다사자를 물고 뒷걸음질로 되돌아가는 방식의 사냥술로도 이름났다. 그처럼 범고래는 오징어나 작은 물고기에서 심지어 가마우지나 펠리컨 등 날짐승까지도 무차별적으로 포식한다. 그럼에도 범고래는 식성에 차지 않아 나머지 배를 채우기 위해 독특한 간식거리로 보충하는데, 그게 곧 백과사전에도 없는 ‘쓰나미작전’인 것이다.

  가령 범고래들이 유빙(流氷) 위에서 해바라기를 하는 바다사자나 물범을 발견하면 아주 끈질기면서 교묘한 공격작전을 펼치는데 그 과정을 보면 참으로 감탄을 불금케 하는 묘기일 수밖에 없다. 그 핵심적 기술이 곧 쓰나미를 일으키는 기발한 공격법이다.

  제아무리 영악한 범고래지만, 흔들리는 유빙 위로 뛰어오를 재주는 없다. 그래서 범고래들은 유빙 위의 먹잇감을 어떻든 바닷물 속으로 유인하기로 하는데, 그 수법이 가히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유빙을 빙 둘러싼 범고래들은 머리로 치받아 차근차근 얼음 덩어리를 조각낸 다음, 나중 토막 난 얼음덩이를 목표로 여러 마리가 콧등을 치켜든 채 아주 멀찌감치 횡대(橫隊)로 돌진함으로써 쓰나미를 일으켜 그 파도에 휩쓸리도록 유도한다. 그 뒤의 일이야 더 언급할 필요도 없겠다.

  닻을 놓은 선박도, 대형 건물도, 달리는 열차도 가리지 않고 휩쓸어 초토화시키는 쓰나미의 공포스러운 위력을 범고래들은 교과서에도 없는 지능적 수법으로 만들어내는 지혜에 우리는 감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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