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 10여 년간 어촌 위해 무얼 했나?
농어촌공사, 10여 년간 어촌 위해 무얼 했나?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9.02.14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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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현대해양] 농어촌공사가 농촌공사에서 어(漁)자를 넣어 이름을 바꾼 지가 만 10년이 지났지만 어촌에 큰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회의실. 이 날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 농업정책보험금융원, 국제식물검역인증원 등 농림부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가 있었다.

국감 당시 더불어민주당 윤준호(부산 해운대을) 의원은 어촌·수산 분야에 날카로운 질의를 해 주목을 받았다. 윤준호 의원은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산업 및 어업분야에 대한 비전이나 대책이 전무해 어촌·수산 분야 사업의 분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포문을 열었다.

▲ 농어촌 공사 전남 나주 본사 전경
▲ 농어촌공사 전남 나주 본사 전경

 

턱없이 적은 어촌·수산 예산

윤 의원은 공사의 2018년도 전체예산 4조 2,392억 원 중 어촌·수산 분야 사업비율은 2.4%인 1,021억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마저도 문재인 정부 들어 대폭 증가한 수치로 2014년 0.8%, 2015년 0.9%, 2016년 1.0%에 불과했으며, 2017년도부터 2.4%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금액 또한 2014년 319억 원에서 2017년에 1,004억 원으로 증가했으나, 이는 현 정부의 친환경에너지보급사업과 어촌개발사업 증대에 따른 것이었다는 것.

실제로 공사의 예산을 분석해보면 신규 및 증액사업 예산 역시 일반 어촌보다 내륙관련 사업이 증액됐다. 유휴저수지 자원화 사업, 어도 개·보수 사업, 내수면 양식단지 조성 사업 등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해양·어촌 사업은 연안정비사업 15억, 어촌특화발전사업 22억,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597억 원에 그친다.

윤 의원은 “사명(社名)에 어촌을 포함하고 있는 농어촌공사가 어촌과 수산업에는 관심도 의지도 보이지 않는 처참한 상황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 의원은 “소득의 증대와 생활환경 향상은 결국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더 이상 어촌 및 수산업에 비전이나 대책이 없는 기관에 해결책을 바라는 것보다 어촌과 수산 분야 사업을 분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공사의 무관심을 질타했다. 윤 의원은 “해수부 산하에 어촌어항공단도 출범했는데 어촌 사업을 분리해 해수부에 맡기라”고 주문했다.

당시 최규성 사장은 “우리 직원의 본류가 농사 쪽에 있다 보니까 아무래도 그 부분(어촌·수산)이 소홀하게 됐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제주시을)도 윤 의원과 비슷한 입장이었다. 오 의원은 “수산업, 어업 분야에 대한 비전이나 지원 방안, 발생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책도 없이 그 이름만 쓰고 있다”며 “초고령화로 어촌 소멸이 코앞인데 기관의 의지와 비전도 없이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수리조합이 모태

한국농어촌공사(韓國農漁村公社)는 정부가 자본금 5조원을 투입해 설립한 농업·농촌을 기반으로 한 농식품부 산하 공기업이다. 공사 모태는 1908년 12월 설립된 옥구(군산)서부수리조합이다. 공사는 1970년 ‘농촌근대화촉진법’(폐지 후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으로 바뀜)에 의해 설립됐다.

2000년 1월에는 농지개량조합, 농지개량조합연합회, 농어촌진흥공사 등 3개 조직이 통합, 농업기반공사로 출범했다. 2005년엔 한국농촌공사로 바뀌었다가 2008년 지금의 ‘한국농어촌공사’로 명칭이 변경됐다.

공사는 전남 나주 본사에 5이사, 3본부, 24부서가 있고, 지방은 3원, 1본부, 9지역본부(93지사), 6사업단이 있다. 직원은 6,700여 명에 이른다. 2017년 결산 기준 매출액은 3조 7,770억 원, 영업이익은 169억 원, 당기순이익은 277억 원이다.

공사의 주요사업은 ‘행복한 농어촌을 만드는 글로벌 공기업’을 모토로 한 △농어촌 용수 및 수리시설 유지관리 △농어업 소득 증대 및 경쟁력 강화 △농어업 생산기반 조성 및 정비 △농어촌 지역개발 등 크게 4가지로 축약된다. 공사는 홈페이지에서 1908년 창립 이래 긴 시간 동안 대한민국농업·농촌을 기반으로 발전했다고 밝히고 있다.

농어촌공사 조직도

 

‘제3차 어촌·어항발전 기본계획’ 용역 난항

그럼 농어촌공사는 농어촌, 특히 어촌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기에 비판의 대상이 됐을까. 먼저 진행중인 용역사업을 들여다보면, 공사는 해수부가 2017년 발주한 ‘제3차 어촌·어항발전 기본계획(2019~2023) 수립 용역’시행자로 선정돼 관련 용역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농어촌공사, 국토연구원, 서울대 산학협력단, 00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다.

‘어촌·어항발전 기본계획’은 어촌 소득증대와 어촌·어항의 합리적인 개발 및 이용을 위해 어촌·어항법 제4조에 따라 5년마다 수립토록 되어 있는 법정계획이다. 이는 어촌·어항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해 향후 어촌·어항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발전을 위한 중장기 개발방향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여기에서는 △어촌·어항의 연도별 개발 및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 △어촌종합개발사업에 관한 사항 △어항개발사업에 관한 사항 △다른 법률에 따른 어촌지역 개발사업 등에 관한 사항 △효과 분석 및 정책 건의 △어촌·어항 개발사업에 따른 파급효과와 병행하여 종합적인 기대효과 △새로운 어촌·어항정책 추진의 실행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법·제도 개선사항 등 정책적 건의사항을 담아야 한다.

용역기간은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이며, 비용은 20억 원이 책정된 해수부 주요과제다. 하지만 이미 용역 보고일이 지났음에도 완성도가 미흡해 추가 보완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올해부터 시행되는 제3차 원양산업발전 종합계획(2019~2023), 제1차 선원정책 기본계획(2019~2023), 제2차 해양생태계 보전·관리 기본계획(2019~2028) 등이 연초에 공식 발표, 시행에 들어간 것과 대조적이다.

▲ 새만금 전경
▲ 새만금 사업

 

전문성 부족?

용역이 왜 제때 이뤄지지 않을까? 공사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전문성 부족, 과업수행 능력 등을 이유로 들었다. 공사에 어촌·어항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있던 이들도 인사이동으로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다른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

또 다른 관계자는 “예전에는 수산직을 뽑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토목직으로 합쳐지고 그나마도 다른 부서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공사의 수행능력과 전문성 부족 지적에 대해서 해수부 관계자는 “어촌어항공단의 협조를 얻어서 하고 있다. 5월말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법률에 명시된 계획 시행일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공사 관계자는 “어촌뉴딜 300이 작년 하반기에 발표 돼 이를 기본계획에 담으려고 해수부에 용역기간을 미뤄달라고 했다”고 답변했다.

그럼 용역은 얼마나 진행됐을까. 해수부 관계자는 중간보고회와 지자체 공청회를 마쳤냐는 질문에 “간략하게 했다”고 말했다.

공사가 법 개정까지 해가며 농어촌공사로 간판을 바꿔 단이유는 무얼까?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관계자는 “바다를 메워 어업인의 삶의 터전을 뺏은 농어촌공사가 어촌·수산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농촌공사에서 농어촌공사로 2008년에 이름을 바꾼 이유에 대해 공사 측이 공식 설명한 일이 있다. 홍문표 전 사장은 2009년 8월 <현대해양>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과 더불어 단행된 정부조직 개편에 맞춘 필연적 조치이자 시대적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문제는 명칭 변경이 아니라 명칭 변경 후 공사가 10년간 어촌·수산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이다. 우선 어촌·수산 분야 조직규모를 보자. 어촌·수산 파트는 농어촌개발이사(이사 1명) 산하에 어촌수산개발본부(본부장 1명)-어촌수산처(처장 1명), 해양개발추진단(단장 1명) 등의 부서에 35명의 인력이 있다.

이는 농어촌공사로 명칭 변경 6년 뒤인 2014년에야 어촌·수산 전담조직인 어촌수산처가 신설된 것이다. 당시 공사는 해수부와 한국어촌어항협회(한국어촌어항공단 전신)를 거친 A씨를 어촌수산처장(1급)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지난해 어촌수산개발본부를 신설하고 A씨를 본부장으로 승진시켰다. 후임 어촌수산처장엔 해수부 퇴직 공무원을 새로 임명했다.

그런데 어촌·수산 분야에 일하는 직원들조차 전문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공사 내부에서도 전문가는 해수부 출신 2명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해 국감에서 김태흠 의원은 “(농어촌공사가) 농어촌개발이사를 낙하산 인사했는데 이분 경력을 보니까 고려대 의료관광복지과 교수 그리고 고려증권 근무. 이런 분이 농어촌개발이사하고 무슨 관계냐”고 따져 물었다.

공사 관계자들 또한 어촌·수산 임직원들의 전문성과 비중을 비판한다. 이상무 전 사장은 2016년 7월 <현대해양>과의 인터뷰에서 “공사 100년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상임이사 5명 중 수산담당 이사(전문가)가 (최소한) 한 명은 있어야 하며, 비상임이사도 일곱 명 중 두 명 정도는 어촌·수산을 담당하는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고 문제점을 토로했다.

공사가 어촌·수산 분야에서 무얼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어촌수산개발본부 고위 관계자와 통화했지만 그는 대답을 피했다. 단지 그는 “연초에 인사가 있다고 했는데 아직 사장이 공석이라 답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지난 2008년부터 10년간 어촌·수산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답 또한 하지 않았다. 이어진 질문에도 이 관계자는 “홍보실과 협의해야 한다”며 피했다.

공사가 소득 창출과 지속 발전 가능한 어촌행복시대를 열어간다는 비전 아래 자체 홈페이지에서 보여주고 있는 어촌·수산 사업은 △어촌종합개발 △연안정비 △어도 개·보수 등이다.

 

어촌·수산 예산 늘려야

어촌 수산 분야의 적은 예산 투자와 관련해서 이상무 전 공사 사장은 “어촌·수산사업 규모가 현재 1,000억 원대에 불과한데 전체 예산의 1/3까지 예산을 증대해 1조5,000억 원대까지 사업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공사가 어촌과 수산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윤준호 의원은 “농어촌공사는 현재 우리나라 수산 분야의 국가적 위상과 처우가 어떤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농어촌공사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기관인 탓에 해수부 위탁사업 외에는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시각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농림부 산하 공기업이 농림부 일을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오영훈 의원은 “(농어촌공사가) 조직 논리가 아닌, 어업인들을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어촌·수산 분야 사업을 분리하는 방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꼬집었다.

 

농정원은 이름에서 ‘수산’ 뺀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약칭 농정원)이 명칭에서 ‘수산’을 빼기로 방침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낳고 있다. 이 같은 방침은 지난해 11월 5일 박철수 전 원장 후임으로 취임한 신명식 신임 원장의 페이스북을 통해 확인됐다. 신명식 원장은 지난 연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농정원 명칭에서 ‘수산’을 뺄 뜻을 밝혔다.

신 원장은 12월 30일 <농정원은 농민과 더불어 숲이 되려 합니다> 제하의 글에서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온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공공기관 중 이름이 가장 길다”며 “내년(2019년)에는 (이름을) 꼭 줄일 것”이라며 ‘수산’을 뺄 계획을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러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법 개정 절차를 밟을 뜻을 보였다. 그러면서 “농정원은 농민과 더불어 숲이 되어 현장전문가로 혁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글에서 그는 수산은(수산 업무는) 해수부가 부활하면서 없어졌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업무는 교육, 홍보, 농업 및 ICT 데이터 구축, 국제통상 지원, 내년부터는 종합농업박람회를 주관한다”고 밝히며 농림부 산하기관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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