喜悲交叉한 두 가지 뉴스
喜悲交叉한 두 가지 뉴스
  • 천금성 본지 편집고문/소설가
  • 승인 2012.10.1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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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성(본지 편집고문/소설가)


 

▲ 천금성 본지 편집고문/소설가
지난 달 초순, 한꺼번에 희비(喜悲)가 엇갈리는 두 가지 뉴스가 동시에 전해졌다. 하나는 천안함의 악몽을 떨쳐낸 ‘이제 더 이상 한주호의 비극은 없다’는 한국해군의 낭보(朗報)인 반면, 다른 하나는 오로지 국민의 사기진작 하나로 목숨을 걸고 영토를 수호하는 우리 해병대의 자긍심(自矜心)에 상처를 입힌 대단히 석연찮은 보도다.
 이 두 가지 뉴스를 놓고 국민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총체적으로 취합해 봤다.

 한국해군이 자체건조한 최신 구조함 

 지난 달 4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는 한 척의 최첨단 군함이 산뜻한 모습으로 그 선을 보였다. 3,500톤급 중후한 함체에도 불구하고 고속정 참수리와 맞먹는 21노트의 기동력을 자랑하는 구조함(救助艦) ‘통영’ 함의 진수(進水)가 그것.

 선주(船主)는 물론 대한민국해군이고, 따라서 내년 초봄 취역하는 대로 해군 정예요원들에 의해 운용될 군함(軍艦)이지만, 함체 어디를 둘러보아도 그 흔한 21mm 포대(砲臺)나 청상어(어뢰) 발사대 하나 없는, 마치 미지의 먼 바다로 해양탐사(海洋探査)라도 나서는 것처럼 갑판은 온통 진귀한 기구(機具)와 장비(裝備)들로 가득해 있었다. 우선 수심 최대 3,000m까지 잠수 가능한 수중무인탐사기(ROV)와 해저물체를 족집게처럼 분간해낼 수 있는 사이드 스캔 소나(Side Scan Sonar)가 시선을 붙들어 맸고, 거기에 상갑판 양현으로 배치된 ‘감압(減壓) 챔버’ 2세트 등이 그것이었다.

 다른 건 다 놔두고 이번에 통영함이 갖춘 감압챔버는 만약 이 장비가 2년 전에만 있었더라도 ‘UDT의 전설’이라는 한주호 준위의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우리 해군 관계자의 말이고 보면, 통영함의 존재는 더욱 고귀해진다. 한 준위는 천안함 폭침사건이 발발한 2010년 3월 26일부터 나흘 동안 생존자 수색을 위한 수중탐색 작업에 뛰어들었다가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고 미해군 구조함 살보(SALVO) 함으로 옮겨져 감압챔버에 넣어졌으나 시간이 지체되어 생애를 마감한 해군영웅이다.

 당시 한국해군도 두 척의 구조함(‘광양’과 ‘평택’ 함)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미 20여 년 전 미해군에서 퇴역한 중고선이었고, 거기 실린 감압챔버마저 워낙 노후한 상태여서 제 기능을 십분 발휘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 준위 희생의 충격은 컸다. 그래서 한국해군은 언제 재발할지 모를 북한의 유사한 도발에 대응하여 곧(천안함 폭침사건이 있은 지 반년 후인 그 해 10월) 최신형 구조선 건조를 시작하여 그로부터 채 2년도 채 안 된 지금 그토록 소망하던 ‘꿈의 함정’을 진수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통영함이 군함에 필수적인 공격과 방어무기 대신, 앞서 열거한 갖가지 첨단 구난장비들을 골고루 갖춘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그만큼 통영함의 궁극적 용도는 해전(海戰)이 아닌, 예기치 않은 사태로 조난(遭難)에 이른 해군 전투함을 포함한 일반 선박에까지도 구조의 손길을 나누어주기 위한 다목적 구조함이다.

 이번에 진수한 구조함에 부여된 통영함 명칭에는 6ㆍ25전쟁 당시 우리 해군과 해병대가 최초로 단독 상륙작전을 전개하여 실지회족(失地回復)의 교두보를 만든 곳이 경남 통영만이었고, 조선 시대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으로 왜군을 격파한 이순신 제독의 선양사업(宣揚事業)을 지자체인 통영시(統營市)가 주도적으로 펼치고 있는 데 대한 한국해군의 고마움과 그 답례가 함축돼 있다.

 그렇다고 최첨단 장비를 갖춘 통영함의 출동을 마냥 바랄 수만도 없는 일. 각종 해난사고의 치명적인 재앙을 고려한다면, 그 같은 비극적인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을 담보하는 굳건한 안보태세의 확립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해병대가 제외된 독도 상륙훈련

 그 사흘 후(9월 7일) 한국 해군함정과 공군기 편대가 참가한 ‘독도 방어훈련’이 실시되었다.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전인 1986년도부터 연례적으로 실시되어 온 이 훈련에는 해군과 공군 말고도 적진상륙으로 실지회복(失地回復)을 임무로 하는 해병대도 빠짐없이 참가해 왔는데, 무슨 영문인지 올해는 해병대가 제외된 채 해경(海警)이 앞장을 서고 함정과 공군기만 독도 주변을 선회하는 것으로 그쳤다.

 이 훈련의 목적은 대한민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독도가 가상 적군에게 점령당한 상황을 가정하여 우리의 정예 해병대가 잠입, 적을 와해시키면서 영토를 되찾는 데 있다. 따라서 최근 들어 일본이 독도 영유권 문제를 두고 부쩍 딴죽을 걸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 훈련은 주변국에 대한 현시적(顯示的) 효과뿐 아니라 유사시 언제라도 우리 군(軍)이 나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여 그 의미와 성과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매년 이 훈련에 참가한 해병 수색대원은 아침 일찍 포항기지를 치누크(CH-47) 헬기편으로 한 시간 남짓 독도로 이동하여 작전을 수행해 왔는데, 그 작전 요체야말로 함정을 이용한 경우와 비교하면 시간적으로도 몇 시간이나 앞당길 수 있어서 작전의 성공률도 드높이는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순항속도 259km/h, 항속거리 1200km를 자랑하는 치누크 헬기는 베트남전쟁이 한창일 때부터 탱크 등 중량물을 이송하거나 단독무장한 특전대원을 적진에 투입하는 등 큰 기여를 해온 기종이다.

 그런데 작전을 사나흘을 앞두고 갑자기 헬기이륙을 중단시키라는 긴급지시가 떨어졌다. 헬기의 이륙 중단은 곧 해병 수색대원들의 출동이 무산되는 것이어서 많은 사람들은 의아한 생각을 떨치지 못 했다. 그런 다음 훈련은 해병대가 제외된 상황에서 해경이 앞장을 서는 식으로 축소 실시되고 말았다.

 20년도 넘게 정례훈련을 해오는 동안, 우리의 정예 해병수색대 1개 소대는 특히 2001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실제로 독도에 상륙하여 실전을 방불케 하는 가상적(假想敵) 섬멸작전을 펼치는 등 적극적인 작전을 전개하여 국민들로부터 뜨거운 갈채를 받기도 한 ‘귀신도 잡는다’는 천하무적 해병대가 아닌가.

 이유는 곧 밝혀졌다. 지금까지 군(軍) 위주로 실시해 온 훈련을 앞으로는 해경이 주도하고, 군은 다만 이를 지원하는 체제로 바꾸기로 했다는 것. 이렇게 된 데는 우리 군이 너무 앞장을 서면 일본이 바라는 대로 독도 문제를 공연히 분쟁화(紛爭化)할 우려가 있고, 거기에 양국 마찰을 염려하는 미국의 눈치도 볼 필요가 있어서라는 것. 하지만 국내에서 펼치는 우리 군의 독자적인 작전을 주변국의 눈치에 좌지우지되어야 하는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여기에서 한 가지 모범답안을 찾는다. 곧 미국이 최근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 간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필리핀의 팔라완 섬에 해병대 병력을 배치한다는 보도가 그것이다. 미국은 이 섬에 전진기지를 설치하고 1개 소대 규모(5∼60명)의 병력을 주둔시키면서 과도한 제스처를 보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인데, 병력 규모야 보잘 것 없지만 미해병대가 상주한다는 상징성이 곧 중국에게는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그게 곧 군의 존재가치요, 국가의지의 강력한 표출 아닌가.

 이에 대한 필리핀의 반응도 적극적이다. 그 동안 섬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수차례나 분쟁을 불사한 필리핀은 팔라완의 미군기지를 합동지휘소로 격상시키는 한편, 활주로 길이도 연장하여 미국 수송기의 이?착륙을 돕겠다고 나선 게 그것.
만약 한국에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또 무슨 패거리들이 나서서 ‘미군철수!’를 외칠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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