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사각지대 항만 일용직 노동자
안전 사각지대 항만 일용직 노동자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8.11.13 0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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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통계에 잡히지도 않아...안전관리 대책 시급

[현대해양]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양창호)이 조사한 결과 항만노동자 재해비율이 전체 산업 평균에 비해 2배 높고 특히, 항공운수산업에 비해 6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업계가 안전관리체제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절반에 달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안전관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있다.

작업장 사방이 위험

컨테이너 한 척이 부산 북항 컨테이너 부두로 들어온다. 선박이 보이자마자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컨테이너 하역반이다. 그들은 무겁고 차가운 바(Bar)를 한 움큼씩 들고 승선한다. 해상운송시 움직이지 않게 고정된 바들을 일일이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하는데 5명이서 350개의 컨테이너를 출항 전까지 처리해야 한다. 이들은 강철로 된 구조물이 군데군데 포진해 있는 협소한 갑판을 분주하게 걸어다닌다.

이는 항만작업 특성상 중량장척화물과 유해위험화물을 다수 취급하고 인력, 장비가 혼합해서 작업이 진행되므로 충돌, 접촉 사고 등이 발생하기 쉽다. 또한 하역작업의 방법이 선박, 화물, 장비의 종류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하역표준화 정립이 어렵고 이에 따라 안전 교육 또한 까다롭다는 것이 커다란 장애요소이다. 아울러 혹한, 혹서 야간에도 작업을 진행해야 하므로 작업자의 피로도 또한 높은 편이다.

일용직 근로자 위험 사각지대

이러한 위험 천만한 작업환경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은 더욱 열악한 처지에 몰려 있다. 최근 항만경쟁이 심화되고 장기적인 해운시장 불황으로 인해 물동량이 줄어들고 있어, 작업량이 적은 날에는 하역현장에 투입되는 인원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유휴 인력이 생기고 있다. 이에 유동적으로 인력이 투입할 수 있도록 일용직 노동자가 고용되고 있다.

부산항운노조 관계자는 “물동량이 줄어드는 시기에 전 근로자 상용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부산항의 경우 50% 가까이가 일용직 근로자다”고 밝혔다. 이들은 A, B, C 운영사에 작업이 생길 때마다 돌아가며 투입된다. 문제는 일용직 노동자와 상용근로자 간의 차별적인 안전관리가 존재한다 것이다.

작업장에서 위험한 일은 주로 일용직에게 배정되고 장비 조작이나 수신호로 작업자를 돕는 신호자 같은 비교적 안전한 작업은 상근노동자가 맡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일용직 근로자는 안전장구 자비로 사서 쓰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형진 민주노총 인천지역 일반노조 위원장은 “매연ㆍ소음ㆍ고온 등에 그대로 노출된 작업환경에서 장갑은 반나절만 써도 너덜해지고 마스크 또한 금새 낡아진다”며, “일용직 근로자는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지만 지급받는 안전장구는 늘 부족해 개인이 사서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1년에 지급받는 안전장구는 안전화 2켤레, 안전조끼 1벌, 고무장갑 12켤레, 마스크 10개라고 밝혔다. 안전모는 2년에 1개 주는데 전장구의 질이 떨어져 개인이 직접 사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한편, 일용직 노동자들은 사고가 발생해도 보고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고 병원 진료가 필요한 경우 자비로 처리하고 있다.

장창환 민주노총 인천지역 일반노조 항만지부장는 “경미한 사고는 자주 생기는데 그런 일로 산업재해 신청을 하면다음 계약에 불이익이 생기게 돼 사고 사실을 숨기고 계속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은 각종 사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문제점이 있어 실재로 항만에서 발생하는 재해는 더욱 클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부산항운노조 교육홍보부 관계자는 “사고 발생 조사는 현장의 각 지부에서 올리는 자료를 취합하는데 거의 대부분 정조합원에 한해 보고를 받고 있고 비조합원까지는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수부가 직접 안전 관리에 나서야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난 2013년 민주노총 인천지역 일반노조는 항운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일용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조합원 가입을 받아 항만지부를 발족하고 조합활동을 시작했지만 정부, 항만 운영사, 항운노조는 노조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각종 교섭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만노조와 해양수산부는 안전관리는 제도에 근거한 메뉴얼대로 실시 중이며 가장 큰 원인은 일용직 노동자들의 개인 불찰이라고 일축한다.

인천항운노조 관계자는 “산재의 가장 근본적 원인은 근로자의 불안전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용직 노동자들 개개인이 안전교육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안전의식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수부 항만기술안전과에 항만 일용직 노동자 관리 대책에 대해 문의한 결과 “항만 노동자 안전은 일차적으로 하역사 책임이므로 해수부 관할이 아니다”고 밝혔다.

현재 일용직 근로자 안전대책은 하역 운영사가 직접 관할하고 해수부의 항만안전관리는 시설관리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항만근로자 사고의 위험 수준이 높은 편이므로 개별 사업장 또는 유관기관의 지원만으로는 효과적인 안전관리가 어려워 해수부가 직접 관리해야한다고 지적한다.

황주홍 농해수위 위원장(민주평화당, 전남 고흥군·보성군·장흥군·강진군)은 “복잡한 양태를 띄는 항만하역, 용역근로의 특성상 고용노동부의 표준화된 매뉴얼로 관장할 수 없는 항만근로자의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항만재해율이 전체 산업 평균의 2배라는 KMI의 분석을 유념하여 해양수산부와 각 항만공사는 항만근로자의 맞춤형 안전관리 매뉴얼을 조속히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민간 항만운영사의 안전관리체제에서 벗어나 일용직 노동자라는 사각지대를 아루르는 항만 근로자 안전대책이 시급히 나와야 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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