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연안여객선 물갈이 신호인가?
낡은 연안여객선 물갈이 신호인가?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8.11.0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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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 펀드, 연안해운 재건 물꼬 기대

[현대해양] 지난달 17일 우리 기술로 건조된 총 톤수 2만263톤, 길이 160m의 대형 카페리 ‘실버 클라우드’호의 처녀 항해에 선사들의 시선이 쏠렸다.

세월호 사고 이후 붉어졌던 연안여객선들의 노후화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 ‘실버 클라우드’의 성공적인 출범으로 인해 신조 부담을 안던 선사들의 시선이 긍정적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 국내 기술로 건조된 ‘실버클라우드’호는 승객 1,180명과 자동차 150대를 실을 수 있으며 완도↔제주 간 항로를 왕복 운행한다.
▲ 국내 기술로 건조된 ‘실버클라우드’호는 승객 1,180명과 자동차 150대를 실을 수 있으며 완도↔제주 간 항로를 왕복 운행한다.

늙어버린 연안여객선

2009년 1월 국토해양부는 선령 규제 때문에 적자 경영이 지속되는 연안해운업계 사정을 감안해 선령 제한을 30년으로 늘렸다.

이후 1977년부터 2010년까지 산업은행을 통해 저리로 건조자금을 지원했던 ‘선박 현대화 사업’도 중단해 영세한 대부분 선사들은 신조 발주를 멈췄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동향 분석에 따르면 2006년 3%대였던 20년 이상 노후 선박이 올해 6월 기준 전체 165척 중 41척(24.2%)로 늘어났다. 16년 이상의 고선령 노후선박은 전체 40%에 달하고 있다.

A선사 관계자는 “업계 대부분이 경제적인 이유로 관행처럼 일본의 중고선박을 수입하고 개보수해 사용해 왔다”며, “그런 선박들 또한 국내 사정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무리하게 운항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연안여객선 대부분 일본 중고선

연안여객선은 대부분 노후화로 인해 고장과 결항이 잦고 안전상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결국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세월호 또한 출항 전에도 수차례 잔 고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세월호 사건 이후 산업통상자원부가 나서서 일본 중고선을 신조선박으로 전환하라고 업계에 주문했다. 이에 발주가 늘어나면 조선소 활성화도 이룰 수 있다는 구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선사들은 현실적으로 신조가 불가능했다. 해운조합자료에 따르면 국내 연안여객선사의 60% 이상이 자본금 10억 원 미만의 영세 사업자라는 것. 선사들은 영세한 규모, 수익성 악화 등으로 몇 백억에 달하는 건조비가 부담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조선강국이라 자랑하는 국내 조선소도 주로 상선 위주의 건조가 이루어졌지 수익이 크지 않고 수주 물량이 적은 여객선 건조기술은 전무해 선사들은 국내 조선소를 외면했다.

▲ 연안여객선 대부분이 일본 중고선이다.
▲ 연안여객선 대부분이 일본 중고선이다.

신조 지원에 나선 정부

신조는 관행적으로 선사가 비용의 10~20%를 부담하고 70~80%는 금융기관에 융자를 받아 진행된다. 하지만 민간금융권뿐만 아리나 국책은행 또한 선사들의 리스크를 안고 선듯 신조에 나서는 곳이 없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시장 논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선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지난2013년부터 해수부는 선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한 이자율 중 2.5%를 지원하는 ‘이차보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고가인 선박을 운영하는 여객 선사들에게는 실질적으로 지원 사례가 전무했다.

담당자인 한국해운조합 김석 차장은 “이차보전사업으로 자동차, 여객을 실어나르는 소규모의 차도선, 일반선 등 지난 6년간 100여척의 신조를 지원했지만 대형 카페리나 고가의 쾌속선 건조를 위해 지원되는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16년부터 카페리와 쾌속선 건조만을 위한 현대화 펀드가 도입됐다. 해수부는 연안여객선 안전관리의 민낯이 드러난 세월호 사고 이후 지난 2014년 9월‘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을 발표하고 2015년 9월 해수부, 산업부, KMI, 중소조선연구원, 조선해양플랜트연구소, 대한조선학회, 산업은행, KSF선박금융(주), 조선해양플랜트협회, 해운조합 등 연안여객선 현대화 T/F 운영 및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연안여객선 현대화 펀드’ 도입을 결정하고’16년 예산 100억원을 확보하며 사업의 물꼬를 틀었다.


SPC로 선사 융자 탄력

현대화 펀드의 강점은 대출에 선사가 아닌 선박대여회사(SPC가) 나섯다는 것. 신조를 위해 금융기관 대출(선박담보) 및 선사부담을 결합하여 SPC를 설립하고 이곳에서 신조 비용의 50%를 부담한다. 나머지 50% 중 선사가 10~20%만 부담하고 20~30%만 대출하면 신조가 진행되므로 선사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현대화 펀드로 신조된 ‘실버 클라우드’의 펀드 운영사인 세계로선박금융의 김태영 과장은“기존에는 선박 건조회사에 직접대출 및 직접지원이 들어 갔지만 현대화 펀드는 SPC에 지원하게 됨으로써 원금회수에 있어 문제가 없도록한 것이 특징이다”고 밝혔다.

이어서 “회사 자체가 흔들리면 국내선사 신용도가 떨어져 금융이 쉽지 않았던 기존 신조 상황에서 SPC 통해 지원하면 접근할 수 있는 금융범위가 넓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SPC의 펀드 자금은 3년 거치 12년 상환으로 이후 선사에게 선박 소유권이 넘어가게 되는 구조이다. 또한 국내 조선소 건조 시 건조가의 50% 무이자 지원에도 선사들의 시선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선령 낮은 안전한 연안여객선으로 물갈이 기대

‘실버 클라우드’ 호 발주 선사인 ㈜한일고속이 최초로 현대화 펀드 신청 이후 지원대상으로 선정되고, 선박이 건조, 진수, 인도된 과정은 국내 선사들에게 관행적인 일본 중고선 도입에서 탈피해 국내 여건에서 신조가 가능하다는 것을 가시화한 의의가 있다.

박준영 해양수산부 기획조정실장은 “연안여객선 현대화 펀드의 첫 지원성과가 결실을 맺으면서 업계의 관심과 호응이 뜨겁다”라며, “현대화 펀드를 통한 여객선 신조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펀드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과 카페리 외 다른 종류의 여객선에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지금까지 현대화 펀드 예산 750억원, 내년까지 총 1,000억원 확보했다. 여타 지원사업과 달리 초기 출자 후 상환되는 자금을 재투자할 수 있어 안정적인 지원구조도 가능하다. 이번 사례를 시작으로 연안여객선 현대화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올해 8월에는 (주)에이치해운,(주)한일고속, ㈜씨월드고속훼리 선사가 카페리 각 1척씩의 건조를 현대화 펀드를 통해 발주했다.

하지만 넘어서야 할 여건들이 산적해 있다. 현대화 펀드를 활용하더라도 선사가 신조 비용의 50%를 부담해야 하는데 국책은행에서조차 선사 대출을 꺼리고 있다는 것. ㈜한일고속 관계자는 “정부사업인 ‘실버 클라우드’호 융자를 위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접촉했지만 자사 부채상환능력 때문에 곤란하다고 거절해 이자가 높은 민간은행에서 자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며, “정부 기조가 해운조선산업을 살리고 육성하자는데 현실에서 여전히 업계는 외면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연안여객선이 안전하게 운항하며 업계가 생존하기 위해 해양수산부, 산업부, 금융권이 합심해서 지원사격에 나서야 할 때이다.

실버클라우드의 성공적인 운행으로 인해 선사들의 문의, 방문이 빗발치고 있는 카페리에 반해 쾌속선 신조는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울릉도, 제주도 등 전국에서 운항되는 쾌속선 신조는 설계 단계에서 발이 묶인 상태이다.

해수부 연안해운과 관계자는 “쾌속선 국내건조된 사례가 없다. 쾌속선 또한 ‘실버 클라우드’ 사례처럼 선사들에게 가시적인 성과물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강남조선에서 설계가 완료됐는데 카페리 사례와 같이 국내 선사들의 이목을 끌도록 다양한 방면에서 선사들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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