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촌어항공단의 출범과 과제
한국어촌어항공단의 출범과 과제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8.11.07 1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체성 확립하고 전문성 키워야

[현대해양] 한국어촌어항협회가 10월 18일자로 한국어촌어항공단(FIPA, 이사장 최명용)으로 출범했다.

한국어촌어항공단 출범을 기념하기 위한 출범식 행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금천구 노보텔 엠배서더호텔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는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전직 회장과 이사장 등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히 열렸다. 이날 최명용 한국어촌어항공단 이사장은 “공단은 ‘살기 좋은 어촌과 풍요로운 바다공간을 조성하는 해양수산 전문기관’이라는 새로운 비전 아래, ‘해양수산의 미래가치 창출을 통해 국가 균형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라는 미션을 실행해 나갈 것”이라며 공단 초대 이사장으로서의 포부를 힘차게 밝혔다.

최 이사장은 이어 “우리 임직원은 공단 출범을 계기로 성장, 도전, 국민행복, 혁신의 핵심가치를 내세움으로써 살기 좋은 어촌과 풍요로운 바다공간을 조성하는 일등 해양 수산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김영춘 장관은 축사를 통해 “공단의 전신인 어촌어항협회는 지난 31년 동안 국가어항 관리, 어촌 6차산업화, 어장환경 개선 등 어촌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어촌 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며 “앞으로도 어촌을 선도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새로운 이름에 걸맞게 조직의 위상을 한층 더 높여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어촌어항공단 출범식이 지난달 30일 열렸다. 최명용 이사장이 공단기를 흔들고있다.
▲한국어촌어항공단 출범식이 지난달 30일 열렸다. 최명용 이사장이 공단기를 흔들고있다.

준정부기관으로 공공성 확보

지난해 설립 30주년을 맞았던 한국어촌어항협회는 1987년 5월 어항 관련업계 및 이용단체 등의 권익신장과 어항에 관한 조사, 연구, 홍보 등 어항 발전을 위한 사업을 위한 사단법인 한국어항협회로 출발했다. 1994년 3월에는 어항법이 개정되면서 협회는 정부의 업무를 위탁 집행하는 특수법인 한국어항협회로 전환됐다. 이를 통해 어항관리선 운영, 어항 관련 기술연구 용역사업 수행, 국제기술교류 및 해외어항조사단 파견 등 공적기능도 수행하게 됐다.

협회는 2005년 12월에 어촌어항법이 제정되면서 어촌에 관한 개발 관리를 업무영역으로 포함했고, 기관 명칭도 한국어촌어항협회로 변경됐다. 2007년 4월에는 공공기관운영법률이 제정되면서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며 정부의 관리를 받게 됐다.

협회의 공단으로의 전환 필요성은 2004년 정부의 공공기관 통폐합 정책으로 제기된 바 있었다. 이후 2014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협회의 사업과 예산이 공단 수준에 이르렀으니 협회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더욱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준정부기관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를 계기로 해양수산부와 협회는 이듬해 6월 협회를 한국어촌어항공단으로 전환을 추진했으나,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기능 조정 및 예산소요 등의 사유로 반대함에 따라 표류하기도 했다.

당초 어촌어항협회의 설립근거는 어촌어항법 제57조에 있었다. 이를 기초로 ‘협회를 공단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어촌어항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3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4월 17일 공포됨에 따라 공단 전환 절차가 본격 준비됐다.

어촌어항법 개정을 통한 협회의 공단으로의 전환 이유는 국가 설립 특수법인이자 기타공공기관으로서 정부업무를 주로 위탁·집행하는 기관임에도 ‘협회’라는 명칭으로 인해 이익단체로 오인되는 등 공공성 논란이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국민 및 지방정부와의 협업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명칭으로 인해 협회가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해 공단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오랫동안 있어 왔다. 그러던 중 류청로 직전 이사장이 공단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며 취임하면서 해양수산부 등과 협의를 거치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초기 해양수산부에서 공단 전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으나 김영춘 장관이 국회 농해수위원장 시절 공단전환의 당위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했고, 뒤에 해수부 장관이 되면서 물꼬가 터였다고 볼 수 있다.

드디어 지난해 8월 농해수위 김태흠 의원 등 국회의원 17명이 협회를 공단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어촌어항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어촌어항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해당 상임위인 국회 농림수산위에 상정돼 법안소위에서 심의됐고, 취지에 공감한 의원들에 의해 소위를 통과시켰다. 3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결된데 이어 지난 3월 30일 국회 본회의 의결에 이르렀다. 이러한 과정에 배평암 전 회장이 힘을 보탰다는 후일담도 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협회가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새 위상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기대감이 곳곳에 배어있다.

직원 2명으로 출발 공공기관으로 성장

어촌어항공단 규모는 경영기획본부, 어촌본부, 어장본부, 어항본부 등 4개 본부 산하에 1센터(융합특성화R&D센터) 1실(감사실), 17팀, 16개 지방사무소에 이른다. 여기에 172명(공무직 18명 포함)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공단의 전신인 한국어촌어항협회는 최근 4~5년 전부터 공단 전환 직전까지 업무가 크게 늘었으며, 인력도 증가했다. 1987년 창립 당시 회장 1명에 직원 2명을 둔 사단법인으로 출발한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업이 많아진 만큼 예산 또한 2013년 438억 원에서 2017년 835억 2,000만 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의 업무는 △어촌 △어장 △어항 등 크게 3개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어촌부문에서는 어촌종합개발, 어촌관광 활성화, 귀어귀촌 활성화 지원업무 등의 일을 한다. 어장 부문에서는 연안수역과 연근해 어장 등의 폐기물 정화사업을 한다.

또 어항 부문에서는 어항시설물의 안전점검, 유지보수 및 준설, 어항관리선 운영, 어항정화 등의 업무가 있다.

공단 발전 방향으로 △어촌 정주여건 개선과 관광‧6차산업화‧귀어귀촌 등 어촌 활력과 대국민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대처 △‘어촌뉴딜300’ 소규모 어항‧포구정비, 전국 어항의 효율적인 운영‧관리, 부지 이용의 활성화 등 촉진 △어장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첨단양식 선도,
어장 재생 등 이용 활성화 도모를 제시했다.

협회의 공단 전환의 또 다른 의의는 수산계에서 두 번째 공공기관으로 도약했다는 것이다. 수산업계는 그동안 유독업계 내에 공공기관 수가 부족한 터라 크게 환영하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한국어촌어항공단을 제외하면 수산계 공공기관으로는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FIRA)이 유일하다. 수산자원관리공단은 2010년에 국립수산과학원 업무 중 자원관리에 해당하는 부분을 분리해서 공공기관으로 만들었다.

어선협회에서 출발한 선박안전기술공단도 있으나 어선검사뿐만 아니라 여객선 검사 업무와 운항관리 업무가 추가되면서 수산계 공공기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어촌어항공단의 출범은 어촌·어항·어장을 아우르는 수산업 기반을 조성하는 공공기관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은 그동안 굵직한 수산계 현안들을 처리하며 성장해 왔다. 허베이스피르트 피해복구 사업을 주도했으며, 연안어장 침적 페기물 처리사업, 어촌관광 활성화, 국가어항의 안전점검과 유지보수 등은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며 어업인들의 소득증대와 삶의 질 향상, 수산기반정비 등 어촌과 어업인들에 필요한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정체성 확립 과제

협회의 공단 전환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이들이 큰 기대와 주문을 동시에 보내고 있다. 공공기관의 설립으로 살기 좋은 어촌 건설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겠다는 기대와 어촌과 어업인을 빌미로 조직 자체만 크지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새로 출발하는 공단은 공공성과 전문성을 갖춘 책임있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문을 받고 있는 것이다.

공단의 가장 큰 숙제는 ‘정체성 확립’으로 보여진다. 공단으로 명칭을 바꿈으로써 위상은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다른 기관과의 업무가 중복되는 것이 많다.

농어촌공사, 지방해양수산청, 해양환경공단, 수산자원관리공단, 국립수산과학원, 한국수산회, 수협중앙회 등의 기관 업무와 비슷한 사업이 꽤 있다는 것. 이 말은 공단이 이 기관들이 하는 일을 모두 할 수도 있는 반면, 공단의 업무를 이들 기관에 모두 분산시킬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공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실제로 공단에서 하는 △어촌개발사업은 농어촌공사와, △어항관리사업은 지방해양수산청과, △어장보전 업무는 해양환경공단과, △귀어귀촌·어촌관광활성화 등의 어촌경쟁력 강화사업은 수협중앙회, 한국수산회 등의 업무와, △양식 관련사업 등은 국립수산과학원의 업무와 상당 부분중복돼 있다. 특화된 공단만의 장점과 공단만이 할 수 있는 절대적 우위의 지위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른 기관과 업무 중복

공단은 3~4년 전부터 최근까지 어항관리 등 기존 고유사업 외에 사업영역을 꾸준히 확장해 왔다. 2015년에는 유휴어항 활용 및 청정어항 도입 기본계획 수립 용역 △해양관광레저 정보시스템 통합 구축용역 등 각종 용역사업과 갯벌어장복원사업 등의 신규사업을 수행했다.

2016년에는 △국가어항 시설물 내진성능평가 △귀어귀촌종합센터 운영 △어촌특화지원센터 운영 △대국민 바다식탁사업 △일반농산어촌개발 사업지 평가 및 관리사업 △연근해 어업 품목별 생산자 단체 육성사업 △국가어항 기초자료 조사 △유류피해지역 어선어업 수역 내 침적폐업기자재 실태조사 △낚시전문교육 관리 등의 새 사업을 추가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어촌6차산업화 시범사업 △수산종자산업현장 클리닉센터 운영 △국가어업유산 관리 △도시민 어촌유치 지원사업 등의 사업을 새로 펼쳤다. 올해에는 △어촌개발지원단 운영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어촌지역개발 공간정보시스템 구축 △친환경양식어업 육성사업관리 등의 사업을 새로이 시작했거나 추가할 예정이다.

특히 △갯벌어장복원사업 △수산종자 산업현장 클리닉센터 운영사업(수산종자산업 현황 조사 분석, 현장지원 프로그램 설계 및 센터운영 경영성과를 분석) △친환경 양식어업 육성관리사업 등은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진 혹은 양식 전문가들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업이라는 외부의 시각이 강하다.


간부진 전문성 키워야

공단 임원 및 간부진의 전문성 강화도 요구되는 대목이다. 공단은 31년이라는 역사를 기반으로 ‘협회’로부터 옷을 바꿔 입은 조직이다. 이 조직의 CEO는 단 한 차례 민간출신이 있었다. 즉 직전 이사장인 류청로 이사장을 제외한 역대 이사장이 모두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정부 관료 출신이었다는 것이다. 현재도 해수부 항만국장 출신인 최명용 이사장이 지난 3월 27일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공공연하게 퇴직 공무원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새 공공기관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공단에는 이사장, 본부장 등의 간부진(1급 이상) 5명 중 4명이 해수부 출신 또는 정치권 인사로 채워져 있다.

협회 시절부터 형식은 공모의 형식을 띠지만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했던 특수성 때문에 본부장급 이상 채용 시 관련 부처인 해수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경영분야도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공단은 사실상 100%가까운 정부사업을 대행하면서도 최근 몇 년간 영업 손실을 보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공단의 최근 5년간 손익현황 중 매출은 2013년 438억, 2014년 451억, 2015년 462억, 2016년 733억, 2017년 726억8,900만 원으로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지만 영업이익은 2013년 2억3,400만, 2014년 –10억2,800만, 2015년 -2억
3,800만, 2016년 -1억9,000만, 2017년 –8,300만 원으로 적자를 보이고 있다. 해수부의 퇴직공무원이 아니라 전문경영인이 경영 관리를 맡아야 한다는 것에 설득력이 실린다.


협업 강화로 수산업계 이끌어야

수산계 두 번째 준정부기관인 어촌어항공단은 다른 해양수산 관련기관, 수협 등과 협업을 통해 존재가치를 더욱 높일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바다의 자원관리를 맡고 있는 수산자원관리공단과 상호간 협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필요가 있고 수협과의 협력체계도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어업인 단체들과도 상호협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수산 기반 공공기관의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 단순히 사업 확장을 통한 조직 확대가 아니라 더 강하고 건강한 어촌, 어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공조직으로 발전하기 위해 공공성을 극대화 시키고 국민으로부터 더 신뢰받는 수산 기반 공공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높여가야 한다.

국가어항 관리, 어촌 6차산업화 지원, 유류피해지역 환경개선사업, 귀어귀촌 등 어촌어항에 필요한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서 어촌의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야 할 공공기관인 한국어촌어항공단. 명실공히 어촌·어항·어장에 특화된 공공기관으로서 소명을 다하고 더 높아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어업인의 동반자이자 든든한 지원자로 거듭나고자 하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