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양식 성공의 산실, 동해수산연구소
명태 양식 성공의 산실, 동해수산연구소
  • 변인수 기자
  • 승인 2018.10.1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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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업적의 근간은 교감과 배려의 운영 철학

[현대해양 변인수 기자]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각 해역별로 기후, 생태 및 환경에서 독특한 특징들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남·서해안은 들고남이 복잡한데 반해, 동해는 수심이 깊고 해안선이 단조롭다. 그럼에도 한·난류가 교차해 원활한 해수교환으로 대구, 명태, 도루묵, 오징어 등 풍부한 어장이 형성돼 왔고, 청정해역을 유지하고 있어 그 개발 잠재력은 어느 해역보다도 높다.

동해수산연구소는 이처럼 청정하고, 풍부한 동해안 수산자원을 개발하고, 동해안 어업문화를 선도해온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연구기관이다.

강릉시 한적한 바닷가에 자리한 동해수산연구소는 1944년 수산시험장 주문진 출장소를 모태로 70여년의 역사와 함께 동해권 수산업의 중심 연구기관 역할을 담당해왔다. 현재 강릉 본소와 산하 연구센터로 독도연구센터, 고래연구센터를 두고 있는 동해수산연구소는 지난 2016년 명태완전양식기술을 개발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탄 곳이기도 하다.

동해바다와 함께한 공직생활

“현재, 우리 수산업계는 조업어장 축소, 기후변화와 남획으로 인한 수산자원의 감소, 수입 수산물의 급증 등으로 매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습니다. 동해수산연구소는 이러한 어려운 국내·외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 동해안의 수산업 경쟁력을 육성하기 위해 전 직원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만 2년 동안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이채성 소장은 명실상부 동해안 수산업 발전의 리더이자, 동해안 수산업을 짊어지고 갈 적임자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강릉 주문진이 고향인 그는 동해 바다를 품고 태어나 바다와 함께 자라며, 수산업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이 소장은 40여년 전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를 시작으로 2000년 강릉수산종묘시험장장, 2004년 양양내수면연구소장을 거쳐 2008년 동 연구소 해역산업과장을 역임했다. 2011년부터는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생명자원실장 및 동해지사장을 거쳐, 지난 2016년에는 그동안 동해안 지역 수산업발전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아 첫 번째 민간공모를 통해 부임, 소장직을 맡고 있다.

“40여년의 공직생활 중, 20년이 넘는 시간을 동해바다와 함께 보냈습니다.”

이채성 소장

 

명태에 이어 오징어 자원회복에 총력

명태와 오징어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동해안의 대표어종이다. 지난 2016년 동해수산연구소는 세계최초 명태완전양식의 쾌거를 달성한 이래, 현재는 사라진 오징어 자원을 회복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흔히 오징어로 통칭되는 살오징어는 1996년 25만톤에서 2017년 8만7,000톤으로 어획량이 급감했다. 이에 연구소는 지난해 말 오징어 인공 종자 생산연구에 착수했으나 오징어 초기 유생의 먹이에 관해서 알려진 바가 없어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양식 수산물들은 방법의 차이일 뿐 다각적인 방향에서 시도해보면 모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징어는 기존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생물이라는 연구원들의 설명이다. 성격이 급해서 수조에 부딪혀 빨리 죽고, 먹이도 까다롭다는 것. 오징어는 어류와는 달리 몸에 붙은 유기물을 끌어서 몸속으로 흡입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그래서 세균을 30여 가지로 배양해 실험해 봤지만 실패를 거듭해 왔다고 한다.

연구소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중간 단계인 갑오징어의 먹이를 먼저 규명하기로 했다.

각 지자체에서도 갑오징어 자원 회복을 위한 인공종자 생산연구를 시도했으나, 그간 초기먹이를 규명하지 못해 부화 후 10일 내외로 방류만 하는 실정이었다.

지난 6월, 연구진은 갑오징어 인공 종자의 생존여부를 결정하는 다양한 먹이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10㎜ 이상 크기의 알테미아 성체 공급이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부화 직후 크기가 약 10㎜였던 어린 갑오징어는 개발한 먹이를 섭취한 이후 산란 후 70일, 부화 후 30일 만에 약 15㎜ 내외 크기로 성장해 양식용 종자로 사용하기에 안정적인 단계에 접어들게 됐다.

같은 오징어류로 중간단계로서 생존율이 좋은 갑오징어를 먼저 실험해 보자는 예상이 적중했던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양식분야의 권위자인 박광재 연구관이 맡았다. 단년생인 갑오징어를 애지중지 잘 키워 내년 오월 산란하면 완전양식에 성공하는 것이다. 이로써 살오징어의 양식 생산 가능성에도 한층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

갑오징어 인공종자 1세대

 

동해안 대왕문어 자원회복사업

동해연구소는 대문어 자원회복사업도 담당하고 있다.

동해안에만 서식하는 대문어는 수명은 3∼5년으로 알려져 있고, 약 3m까지 성장한다. 무게는 보통 2∼10㎏이나 최대 무게는 50㎏까지 보고된 바 있다. 동해안 문어는 그 크기 때문에 대왕문어라고 불리기도 한다.

대문어는 1990년대 후반 약 5,500톤이 어획되었으나 어린 대문어만을 선호하는 소비문화가 조장돼 한때 3,700톤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동해수산연구소는 2012년부터 대문어 자원조사 및 관리강화를 위한 연구 등을 수행해 왔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강원도는 동해시 묵호연안 110ha의 면적에 수산자원플랫폼 구축해역에 수산자원관리수면을 지정 공고했다. 이곳에서는 대문어 산란기간인 1월 1일∼5월 31일 까지는 어획이 전면금지 된다.

이와 아울러 연구소는 지난해부터 대문어 인공종자생산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은 문어는 다른 나라에서도 생산된다는 보고가 있지만, 대문어는 보고된 바 없다.

산란 후 부화까지 6개월이 소요되는 대문어는 부화 후 3개월은 키워줘야 방류시 안정적 크기가 된다. 현재 몇 십 일 정도 생존하는 수준이다.

대문어도 오징어와 마찬가지로 먹이가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오징어의 경험을 토대로 남해안 참문어가 조금 더 생존율이 좋으니 일년생 참문어를 한 달 이상 안정적 크기까지 키우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참문어의 먹이형태가 규명되면 대문어의 먹이사실도 풀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참문어는 산란 상태로 부화하는데 한 달 정도 소요된다. 10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먹이 공급해 나설 예정이다.

참문어 인공종자

 

“농부의 발자국 소리에 벼가 자라듯”

이채성 소장은 생물과의 교감과 배려를 연구원의 가장 큰 덕목으로 꼽았다.

“명태를 기르고 관리하는 데 있어서 과학기술 지식만큼 중요한 것이 물고기와의 교감과 배려의 마음입니다. 명태에게 매번 밥을 주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명태가 모여듭니다.”

지난 2016년 명태의 아버지로 불리는 변순규 박사는 추석 연휴에도 연구소에 남아 연구에 매진했었다고. 인공 2세대가 태어나 세계최초 완전양식의 쾌거를 이룬 것은 추석연휴 마지막 날이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연구원들은 주어진 사업에 매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도전정신입니다. 명태, 오징어, 대문어 등은 당초 사업에는 반영되지 않은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지역 현안입니다. 지역 곧, 동해라는 큰 틀에서 필요한 연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부딪치고 경험을 쌓아가야 합니다.”

동해수산연구소는 한 가지 숙원사업이 있다.

명태를 전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전문연구센터의 건립과 인력보강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세계최초로 명태 완전양식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루었고 약 300만개의 명태수정란을 민간에 보급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명태종자의 안정적인 보급을 위해서는 양식기술 고도화 및 배합사료 개발, 가두리 양성 시험 등의 숙제가 남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연구센터 건립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획재정부의 예산 심의·의결 단계에서 번번이 가로막히고 있다.

이채성 소장은 “전문연구센터가 건립되면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할 수 있고, 질 좋고 값싼 양식명태를 빠른 시일 내에 국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태 인공종자 2세대
명태박물관
어류 먹이 배양소
명태를 연구하고 있는 박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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