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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생명의 원천이자 생명을 삼키는 공간<연재>
  • 남송우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 승인 2018.09.12 17:31
  • 호수 581
  • 댓글 0
▲ 향파 이주홍

바다는 무한히 열린 보고의 공간이다. 이 공간 속엔 인간이 유용하게 활용할 많은 것들이 산재해 있다. 그 중 인간에게 우선적인 대상은 식용으로 활용할 수산물이었다. 이 바
다 고기를 잡기 위해 수산대학 졸업생들은 먼 바다로 나아가 원양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근해가 아닌 원양은 바다개척자들에게 항상 평온한 공간은 아니었다. 망망대해에서 발생하는 위험한 풍랑과 맞서야 하는 때가 많았다. 바다는 자신이 품고 있는 바다 생물들
을 건져내는 인간을 향해 한번씩 반격을 가했다.

노한 바다는 배를 삼키고 인간을 수장시키기도 했다. 지금과 같이 배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통신망이 허술했던 1960년대만 하더라도 변화무상한 바다가 내보이는 상황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원양어업을 개척하던 초창기에는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자들이 많다.

1960년 당시 한국수산업의 기적적 고도성장을 주도한 원양어업의 개척과 발달이 부산수산대학 졸업생들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제2지남호’ 사고는 남태평양 다랑어 연승어업에 있어서의 최초 어선 조난 사고였다.

1963년 12월30일 일어났던 사고로 어선은 침몰하고 선원 전원이 남태평양의 고혼이 되었다. 선장 강정주씨(어업학과 13기생)를 포함하여 최초로 부산수대 졸업생 4명이 바다에서 희생된 사고였다.

 이 사고를 접하고 향파 이주홍은 「제2지남호의 영웅들」 (1964년 1월 18일 사모아 희생자들의 위령제에서 읊은 조시, 『백경』 7집에 이 시는 게재. 1965, 1, 20)이란 시로 고혼이 된 제자들을 위무했다. 생명을 삼킨 바다를 통해 바다가 내재한 또 다른 측면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가 다음의 조시이다.

지금은 바람을 재우고 / 저 창창한 하늘을 더부러
슬픈 영혼들을 / 달래고 있는가 바다는 ...
지구의 광장, 남태평양의 사모아 / 지금은 망년된 노기를 걷고
사나이들을 오라 / 손짓하고 있는가 바다는...
1내지 2미터 / 미친 휘오리바람에
몸을 물 밑으로 감춘 / 우리의 개척자 제2지남호...
장한지고 바다에서 나 / 바다에서 자라고
바다와 싸우다 져버린 / 의 생령들...
때는 1963년 12월 30일 / 곳은 라카항가 섬에서
북동방 세 시간 반의 지점 / 겨루던 창이 꺾여졌더란 말인가
어쩌자 검은 바다 속으로 수직해 / 영원히 돌아올 길 없는
침묵의 항해를 해간 제2지남호 / 오후 5시 20분이면
아직 태양도 / 제 몸을 불사르고 있을 시간
외로워라 조국은 그 때 너무나 아득한 곳에 있었고
아리랑도 이 날은
장송(葬送)의 우정을 잊고 있었구나
그러기에
그러기 때문에 뼈에 사무쳐 오는 것

이 속에는
가문과 기백을 자랑하는
수대의 영웅도 넷...
젊음을 꽃으로 흩어버린
영광의 기수
수대의 영웅들은
목메이도록 찾아 부르고 있는
이 동기들의 소리를
듣는가 못 듣는가
선장 강정중
항해사 강동안
실습항해사 김철승
실습항해사 송세배
그러나 그대들은
보람을 꽃다발로
가슴에 안고
고이 잠들라
여기 영웅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영웅들이 간 길을
뒤받아 나아갈
무수한 후속부대들이 대기해 있나니
머리 위를 감도는

갈매기의 조곡을 들으면서
영웅들은 화석된 역사로
찬찬한 산호림의 주인
아아 긴 세월과 영생할
용감한 바닷사나이의 영웅들은
푸르른 남태평양의 물결 위에
영원한 문자되어
하얗게 하얗게 살으리라.

반 세기가 훨씬 더 지난 1960년대 원양 어업 개척을 위해 남태평양으로 나갔다가 희생된 수대 졸업생 4명을 위해 지은 조시이다.

이 시의 핵심은 이들을 영웅으로 칭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한국의 수산업이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어찌 원양어업 중에 희생된 자들이 이들 뿐이랴. 이후로 바다에서 바다와 맞서 일하다가 생명을 잃은 자가 한둘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조시는 바다를 삶의 터로 삼고 일하다가 바다 속에 묻힌 뭇 사람들을 위한 조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바다는 무한에 가까운 뭍 생명들을 거느리며 생동하는 생명의 공간이지만, 바다를 개척하는 자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향파 이주홍은 원양어업 개척을 위해 원양에 나가 일하다가 바다에 수장된 젊은 제자들의 죽음을 통해 이를 절실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남송우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hdhy@hdh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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