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반 새우 반, 바이오플락(Biofloc) 새우양식 [현장르포]
물 반 새우 반, 바이오플락(Biofloc) 새우양식 [현장르포]
  • 변인수 기자
  • 승인 2018.08.20 14:49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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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군 삼봉수산 김영국 대표

[현대해양 변인수 기자] 경남 고성읍에서 77번 국도를 타고 삼천포 방향으로 가다가 ‘모세의 기적’ 으로 유명한 고성군 삼산면 ‘솔섬’, ‘밤섬’ 쪽으로 접어들었다. 익숙한 시골 풍경을 지나자 서서히 하늘빛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청정함을 자랑하는 고성 앞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바이오플락과 ‘건강 活 새우’

삼봉수산 김영국 대표

솔섬 입구에 이르자 비닐하우스 몇 동이 보였다. 네비게이션으로는 바르게 찾아온 것이 분명한데, 바로 앞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 새우 양식장이라 볼 수 있는 곳은 찾지 못했다. 비닐하우스 앞에서 휴대폰을 꺼내고 있는데, 친절해 보이는 중년 남성이 다가와 인사를 건네며 악수를 청한다. 삼봉수산 김영국(52) 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인사를 나누고 안내에 따라 양식장 입구로 향했다. 입구 간판에는 ‘건강 活 새우’ 브랜드가 새겨져 있다. 하우스는 세 동. 김대표는 지난해부터 바이오플락(Biofloc) 방식으로 흰다리새우를 양식하고 있다.

바이오플락은 시설비가 많이 소요되지만, 대신 사료의 유실이 적어 원가를 절약할 수 있는 양식 방법이다. 새우 배설물을 먹고 자란 미생물을 다시 새우가 간식으로 먹는다는 것. 사료가 훨씬 적게 들고, 친환경으로 재배하기에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건강에 좋고, 탈이 없는 유기농 음식이 바로 ‘건강 活 새우’입니다.”

 

새로운 도전에는 대가가 필요하다

김 대표는 군복무를 마치고 외삼촌이 운영하는 횟집에서 일하며 바다를 배웠다고 했다. 싱싱한 바다 냄새와 생명의 역동성, 당시 느낀 바다의 매력이 지금 양식의 길로 이끈 것 같다고.

김 대표는 경남 김해 출신이다. 젊은 시절부터 용접 자격증을 취득해 선박 및 중장비 부품을 용접하는 업체에서 20여년 간 이름난 기술자로 일해 왔다. 눈썰미가 있어서 납품하는 제품의 질이 좋고, 용접 전 단계인 제관까지 할 수 있으니 벌이도 괜찮았다. 그러나 조선업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제조업의 비전과 한계를 느꼈고, 건강도 걱정이 되던 차에 과감히 훌훌 털어 버렸다.

여러 가지 사업을 구상하던 끝에 인터넷을 통해 새우양식을 알게 됐다. 새우양식에 도전해 보겠다고 하자 처음에는 가족, 친지를 비롯한 지인들이 모두 반대했다. 경험도 기술도 없는데 이 분야에 뛰어들어 어쩔 것이냐는 염려였다.

“2남 2녀, 애들이 다 컸다고는 하나 장녀 하나만 독립한 상태였습니다. 아직 뭐라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나이기에 더욱 조바심이 났습니다.”

방학을 맞은 막내아들이 양식장 일을 도우며, 기술을 배우고 있다.

 

양식 기술의 멘토, 서해수산연구소

처음 새우양식에 대한 포부를 갖고 기술을 배울만한 양식어가를 찾았으나 쉽게 허락해 주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가 바이오플락에 대해 국제적으로도 권위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무작정 허드렛일이라도 좋으니 시켜 주십사 하고, 어깨 너머로 기술을 배울 요량으로 찾아갔다. 상황을 설명하고 부탁했으나 거절만 수차례. 몇 번을 거듭 사정한 끝에 마침, 연구보조원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보통 젊은이를 구하는데, 나이가 있지만 그동안의 성의와 열정을 봐서 연구소도 허락해 주었다. 서해연구소에서의 4개월 16일. 그 동안 배움으로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큰맘 먹고 도전해 볼 정도의 자신감은 얻었다.

“실질적인 경험을 토대로 교육받을 수 있었으니 저는 운이 좋았다고 해야지요.”

삼봉수산은 지난해 시설을 준공하고, 올해 첫 출하를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하우스 공사업자와 분쟁을 겪었다. 건설 쪽은 전혀 모르는 분야다 보니 시공업체와 다툼이 많아졌고, 공기가 늦춰졌다. 공사가 예정대로 됐더라면 올해 초에 출하가 가능했을 것이었다. 첫 출하가 계획보다 6개월 지연된 것이다.

첫 출하가 시작된 지금이 있기까지 수많은 난관에 봉착했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고 김 대표는 회상했다.

 

자타공인 마을 최고 인기남

요즘은 새우 양식 매뉴얼이 잘 갖춰져 있으나 무엇보다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다. 또한, 어설픈 경험으로는 절대 도전할 일이 아니라는 당부도 거듭한다.

“현재 바이오플락 새우 양식은 보통 한 달 정도 교육이 이뤄져 창업하는 현실입니다. 그러다 대부분 첫 창업을 하고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어디든 가서 2~3년은 진득하게 배워서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돈 있다고 섣불리 덤벼들 사업이 아닌 것입니다. 귀어귀촌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골 가서 쉰다는 개념으로 결정한다면 현실적 장벽, 마을사람들과의 갈등, 힘든 노동에 봉착하게 되고 후회하기 십상입니다. 현실은 녹록치 않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의 귀어귀촌도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김 대표가 마을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면서 인사드리는 것이었다. 처음 들어서는 바이오플락 양식장에 마을 사람들이 반대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바닷물을 끌어오는 배관공사가 끝났는데도 농수로에 피해가 간다며 이의를 제기하면, 두말없이 뜯고 새롭게 공사했다. 당장의 고생보다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에는 데면데면 했던 마을 사람들도 지금은 모두들 그를 좋아 한다.

양식장 내부에서 작업 중인 김영국 대표

 

생물에 대한 감각, 끝없는 공부

사무실 한켠에는 거대한 깔대기 모양의 유리병 4개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김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과가 바로 이 수질 검사다. 검사는 플락의 양(Ss), 암모니아, 알카리, 아질산, 수온, 수소이온농도(Ph), 염도, 용존산소량(Do) 검사 등 총 8가지로 구분되고 매일 수치를 기록한다. 기록이 있어야만 앞을 예측할 수 있고, 만약 정상수치를 벗어나면 빨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새우를 키우기 가장 좋은 온도는 매뉴얼 상 29~32도인데, 김 대표는 27~29도를 가장 선호한다. 32도 까지도 괜찮다고 본다. 40도가 넘어가면 새우가 먹이를 먹지 않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동안의 노하우다. 

“원하는 사람들에게 자료를 오픈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만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생물에 대한 경험과 감이 필요하고, 기본적으로는 생물과 관리자의 궁합이 잘 맞아야 합니다.”

새우가 먹이를 먹고 소화해 배설하는 시간은 6시간 주기다. 그래서 하루 네 번 04시, 10시, 16시, 22시에 급이가 필요하다. 또, 탈피각이라고 해서 새우가 성장하면서 껍질을 벗는데, 가만히 두면 오염원이 되기에 즉각 제거해 줘야 한다. 그는 잠자는 시간을 쪼개 일하고 공부한다. 많이 자면 네댓 시간이고 요즘은 두세 시간도 겨우 잔다.

여름에는 폭염으로 인한 고수온 현상으로 방역에 온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병충해가 한번 오게 되면 지역 일대가 초토화된다. 방역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사람을 들이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출하한 물건을 가져가는 활어차에 의해 병균이 옮기도 하니 늘 촉각이 곤두서 있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바이오플락은 방역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우리가 관리만 잘하면 병충해를 피해갈 수도 있고, 더욱 건강한 새우를 키울 수 있다고 봅니다. 또, 바다도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가장 중요한 일과 중 하나인 수질 검사는 플락의 양(Ss), 암모니아, 알카리, 아질산, 수온, 수소이온농도(Ph), 염도, 용존산소량(Do) 검사 등 총 8가지로 구분되고 매일 수치를 기록한다.

 

가능성이 큰 친환경 새우양식, 바이오플락

바닷물을 그대로 쓰는 노지와는 달리 바이오플락 양식장은 물이 깨끗해야하기 때문에 바닷물을 끌어와 정화해서 사용한다. 바닷물을 끄는 관을 설치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기름보일러 3대에서 한 달에 소요되는 전기요금만도 70만원에 이른다. 그래서 10월에는 히트펌프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것도 비용이지만 일년 쓰면 본전 뽑는 다는 계산으로 빨리 교체하는 게 이익이라는 설명이다.

새우철은 7부터 출하를 시작해 9~11월이 정점이다. 반면, 바이오플락 방식은 사계절 새우 생산이 가능하다. 하우스 3동 합쳐서 300평 밖에 되지 않지만, 100평 하우스 한 동 당 1.5톤 생산이 가능하다. 한 시즌에 4.5톤을 생산할 목표로 일년이면 18톤이다. 목표는 20톤. 그러나 욕심은 금물이라는 태도다. 이정도 생산량이면 노지 1만5,000평 규모의 생산량과도 맞먹는다고 한다.

지금까지 토지매입 비용을 포함한 전체 시설에 6억~7억원 정도가 투자됐다. 여기에 개인 돈 3억원 이상이 들었다. 시설을 보강하고 시스템을 마련해 나가면 내년에는 연매출 5억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올해는 시운전 삼아 하는 것으로 큰 욕심을 내는 것은 금물, 일억을 목표로 했다.

현재 국내에 소비되는 새우는 90%가 수입산이다. 국산 10% 중 노지 양식이 99%, 바이오플락이 1% 정도를 차지한다. 전국 바이오플락 생산어가는 6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는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한 제품이 시장에서 각광을 받을 것이고, 더군다나 이 양식방법에 의해 키워진 새우는 국산이라 더욱 전망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몇 년 이내 횟집 수족관에 활새우가 가득 들어선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새우회를 시식하기 전 레몬즙을 뿌려 비린내를 제거하고, 얼음팩을 담궈 빙장(氷藏) 과정을 거쳐야 살균이 된다.

 

치어와 사료의 사시사철 확보가 관건

경남지역 새우양식 어가는 경남지역 전체 9가구가 분포한다. 이중 노지 2곳, 바이오플락 7곳이다. 바이오플락 7가구 중 5가구가 고성에 분포한다. 그만큼 고성 바다가 청정하다는 반증이다.

“고성지역 바이오플락 어가는 모두 도시에서 귀어한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중 2~3년째 실패를 거듭하는 어가가 태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고성지역 어가만이라도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료나 미생물을 지원해 주기도 했습니다.”

김대표는 주위의 권유로 새우양식협회 경남지부장 직을 맡고 있다. 양식을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경남지역 새우양식 어가를 위해 힘껏 노력할 각오가 됐다. 초년생 새우양식 어가지만 협회 지부장으로서 어깨가 무겁고, 숙제가 많다.

현재 바이오플락 어가가 전체의 1% 밖에 되지 않으니 사시사철 치어를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 애로사항이다. 협회모임은 주로 겨울에 열리는데, 새우양식협회에 치어와 사료를 수입 을 해서라도 미리 재고를 확보해 연중 생산이 가능케 해야 한다고 건의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새우회 시식

“올해는 첫 농사다보니 여러 가지 여건이 갖춰지지 못했습니다. 내년 즘 오시면 좀 더 발전돼 있을 것이다. 보시다시피 바빠서 대접도 잘 못합니다. 이왕 오셨으니 새우회나 좀 드시고 가십시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대표가 야외 임시 수조에서 새우를 한 바가지 가득 퍼왔다. 물을 조금 담고 얼음 팩 몇 개를 집어 넣는다. 빙장(氷藏)을 통한 항균화 작업이라고 했다. 레몬즙을 뿌려 비린내를 제거하고 십여분 동안 둔다.

김대표가 새우를 직접 까주며 먹는 방법을 설명했다.

“먼저 머리를 떼 내고, 다리를 제거하고, 등껍질을 깝니다. 꼬리부분은 까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손으로 잡고, 한입 베어드시면 됩니다.”

걱정했던 비린내는 전혀 없었다. 짭조름하니 간도 돼 있어서 초장이 필요 없다. 포동한 새우 육질이 입안에서 꿈틀댔고, 레몬즙과 바다의 향이 어우러져서인지 싱싱한 산나물 향도 났다. 두 사내는 조곤조곤 대화를 주고받으며 새우 까기에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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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호 2018-12-12 11:19:29
안녕하세요?
기름보일러로 양식장 가온을 하신다고 했는데 그것보다 효율이 더 좋은 히트펌프 보일러를 고려 하신다고요?
히트펌프 보일러보다 효율이 약3배이상 더 나는 플라즈마 보일러를 추천해 드립니다.
현존하는 보일러중에 최고의 효율을 내는 보일러 입니다.
4차산업 혁명,핵융합
플라즈마 보일러
본부장 주인호
010-5621-4933

고니 2018-10-29 19:39:37
정말 먹어보고 싶네요
이번주말은 고성으로 가야겠어요ㅠㅠ

몸미 2018-09-27 22:38:44
건강 활 새우 !!! 정말 맛있어요 !!! 생새우의 맛은 잊을 수 없어요ㅎㅎ 언제나 웃으며 반겨주시는 사장님. 오래도록 맛 좋은 새우 먹고싶어요.

김잰 2018-09-27 22:28:20
바이오 플락 새우 믿고 먹을 수 있다는 걸 알게되고, 사람으로서 김영국대표님을 알 수 있는 좋은 기사였습니다. 정말 멋있네요

2018-09-04 13:06:04
짧은 시간 면담으로 기사를 아주아주 잘 써 주셨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