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출 10억 달러 목표? 5억 달러 유지만 해도 대성공”
“김 수출 10억 달러 목표? 5억 달러 유지만 해도 대성공”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8.03.29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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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빨간 불…현장선 ‘소통부족’ 지적

[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2016년 2월 23일 대한상공회의소 지하 국제회의장. 이곳에서 당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김산업 종사자, 유관단체장 등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5회 김의 날 및 수출 3억 달러 달성 기념식’이 열렸다. 

이 날 김덕술 한국김산업연합회장은 “‘2020년 5억 달러 수출’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년 뒤 지난달 6일 같은 장소에서 ‘제7회 김의 날 및 수출 5억 달러 달성 기념식’이 열렸다. 목표를 3년이나 앞당겨 이룬 것이다.

어떻게 조기 목표달성이 가능했을까? 그것은 고부가가치 품목인 초밥용 김과 조미김 재료로 이용되는 마른김 수출이 대폭 늘고, 동남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 유망 수출국으로의 진출 확대에서 요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마른김 수출이 증가한 것은 외부환경 즉, 수출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의 김 작황 부진을 빼놓을 수 없다. 경쟁국들의 영향(생산 감소)으로 달성 시기가 앞당겨졌던 것이다. 김덕술 전 김산업연합회장은 “사실 5억 달러 달성까지 한참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중국 영향으로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일본과 중국의 마른김 생산량은 세계 생산량의 약 50%를 차지한다. 그런데 지난해 두 나라의 작황 부진이 결과적으로 한국 김 수출에 반사이익을 가져온 것이다.

지난해 김 수출 실적은 5,766만 속, 5억1,218만 달러다. 이는 2016년에 비해 양에서는 23.7%, 금액에서 45.1% 증가한 수치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양은 5배, 금액은 7배 이상 늘어난 결과이다. 또한 2007년 49개국이었던 수출대상국이 10년 뒤 109개국으로 확대되는 놀라운 결과가 연출됐다.

자료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일본, 중국 작황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해양수산부는 2013년 부활 이후 줄곧 수산물 수출에 매달려 왔다. 그러나 2015년의 경우 수산물 전체 수출액은 오히려 전년보다 6.8%가 줄어든 19억 2,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은 군계일학처럼 전년 대비 두 자리수 증가율을 보이며 단일품목 중 사상 첫 3억 달러 수출에 성공했다.

이처럼 김은 2015년 3억 500만 달러, 2016년 3억5,0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리더니 2017년에 45.1%의 가파른 성장세를 타며 5억 달러를 넘긴 것이다. 2010년 1억 달러 목표 달성 이후 5억 달러 달성까지 7년이 걸렸다.

해수부는 또 다시 7년 뒤인 2024년에 1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해 예상 외 수출 실적은 외부 요인 즉,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의 극심한 작황부진에 기인한 이유가 컸기 때문이다. 요행수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기에.

실제로 한국 김수출량의 12~13%를 담당하는 국내 최대 김 수출업체인 (주)삼해상사 김덕술 대표는 “작년만큼만 한다면 정말 행복하겠다. 작년보다 안 떨어지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이 김 수출 역사상 최고의 해였음을 반증하는 말이다.

그럼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도 보고된 ‘7년 뒤 100% 증가’를 목표로 하는 ‘2024년 10억 달러 김 수출’ 목표는 어떻게 세워진 것일까. 이에 대해 해수부 수출가공진흥과 유혜주 사무관은 “10억불 목표가 과도한 목표이긴 한데 2016년에 3억5,000만 불을 했다. 연평균 15% 성장한다고 보고(가정하고) 2024년 10억불 목표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김 가격 하락 추세

이 ‘과도한 목표’가 당장 올해부터 제동이 걸릴 위기에 처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조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김 재고량이 늘고 있다.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월의 김 재고량은 전월 및 전년 동월 대비 각각 44.5%, 11.0% 많은 약 2,600만 속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수출 호조로 재고가 평년보다 매우 적었으나, 최근 생산 증가 및 마른김 수출 둔화로 전월부터 작년 재고 수준을 넘었다. 최근 5년 대비 비율도 11월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물김(생김) 위판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 2월 물김 위판가격은 전월 및 작년보다 30% 이상 낮아졌다. 이처럼 산지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공급은 늘었지만 수출 수요가 감소했고, 품질도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2월 김 수출량은 작년 동월 대비 6.9% 적은 383만 속이었다. 특히 마른김 수출이 많았던 대만, 중국, 일본으로의 감소폭이 컸다. 마른김 수출은 작년보다 12.0% 감소했다. 조미김도 1.5% 줄었다. 2월 김 수출 금액도 전월에 비해 7.4% 감소했다. 3월 김 수출량은 2월(383만 속) 보다 증가한 것으로 보이나, 작년 동월(627만 속)에 비해서는 적었던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4월에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김 수출량은 전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KMI는 올해 김 수출량을 지난해보다 적은 5,700만 속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2018년산 김 작황이 좋아 가격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재강 한국김수출협의회장은 “올해 5억 달러 수출 유지만 해도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수출 전선에 벌써부터 이상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구자성 aT 수산수출부장은 “해외 시장 반응을 보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옥영수 KMI 명예연구위원(전 수산관측센터장)도 장기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이들의 공통적인 견해는 ‘올해가 고비’라는 것이다. 올해 작년 수준만 선전해주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
 

“생산량 30% 늘고 가격 40% 올라야”

그럼 올해 고비를 어떻게 넘겨야 할까. 또한 지속 가능한 수출 성장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경섭 김산업연합회장은 첫째 양질의 종자 개발을 꼽았다. 두 번째는 어장의 재배치 및 신규어장 확대다.

또 전임 회장 때부터 주장해 온 ‘김 연구소 설립’이 절실하다고 했다. 정 회장은 “작년에 고흥에서 황백화 현상까지 일어났는데 (김 연구소가 없어) 즉각 대처하지 못했다”며 김 연구소 부재를 아쉬워했다. 정 회장은 히터펌프 등 마른김 생산시설 지원도 꼭 필요한 부분으로 꼽았다.

김덕술 대표는 “양식면적(생산량)이 30% 늘고 가격이 40% 오른다면 10억 달러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품질이 개선돼서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르게 된다. 작년은 재고가 없는 상태에서 중국, 일본 작황이 안 좋아 가격이 올랐다. 올해 양이 많이 나와 당분간 가격은 내려가겠지만 가격이 내려가면 수요는 늘게 돼 있다”며 긍정적으로 말했다. 반면 김 대표는 “단, 양으로만은 어렵다. 한국김의 특이성이 있어야 한다”며 “작년에 우리 김을 찾았던 수요가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게 해야 했는데 수요가 다시 돌아섰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연구회 회장을 지낸 옥영수 KMI 명예연구위원은 수출증대 조건 첫 번째로 물김 양식을 비롯한 김산업 전반의 조화를 꼽았다. 그는 “물김 양식, 마른김 건조, 2차 조미가공 및 수출 어느 한 쪽이라도 문제가 되면 안 된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위생문제’를 들었다.

이유는 위생문제 하나로 사람이나 기업이 무너진 예가 굉장히 많다는 것. 옥 위원은 또 ‘공용 브랜드’를 제안했다. 뉴질랜드의 키위 브랜드 ‘체스프리’, 미국 오렌지 농가의 ‘선키스트’, 국내의 서울 ‘장수막걸리’와 부산 ‘금정막걸리’처럼 말이다. 그는 국가별 차별화도 추가했다. 그는 전통적인 수출국 외에 신흥 수출국과 아프리카, 남미 등 미개척국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김 들고 있는 이)이 김산업연합회 정경섭 회장(장관 옆), 김동수 본부장(오른쪽 끝)으로부터 김 수출현황을 듣고 있다. ⓒ박종면


품질 개선으로 고급김 만들어야

품질 개선으로 고급 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 김 생산 혁명을 일으켰던 ‘슈퍼김’ 개발로 유명한 김동수 김산업연합회 본부장은 종자 개량과 생산량 증대를 꼽았다. 그러나 육종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 김동수 본부장은 “신품종 개발이 말은 쉬워 보이지만 최소 5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이유다. 김 본부장은 “생산성이 뛰어나고 품질도 우수한 품종을 개발하는 게 숙제”라고 덧붙였다.

품질 고급화에 따른 품질 등급화는 많은 이들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옥 위원은 “등급화로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경제적 효과가 커진다”며 “물김 위판이 아닌 마른김 상태에서 위판돼야 등급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2024년 김 수출 10억 달러달성 목표는 사실상 무리한 설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금 당장 현상 유지도 어려운데 7년 내 100% 증가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변환경에 따른 반사이익이나 요행이 아닌 자력으로 실현 가능한 장기적인 목표 제시가 아쉽다고 비판한다.

언젠가는 10억 달러 수출에도 도전해야겠지만 무리한 목표설정은 ‘초기 힘 빼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재강 회장은 “장기적으로 여러 조건이 갖춰졌을 때 7억 달러까지는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해수부가) 업계와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해서 목표를 정했다면 10억 달러 얘기는 안 나왔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김 수출 증대와 김산업 발전을 위한 김산업인들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이들은 “육종부터 물김 생산, 마른김 생산, 가공 및 수출이 하나 돼 김을 바다의 반도체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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