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 GSP(골든씨드프로젝트) 어디까지 왔나
수산 GSP(골든씨드프로젝트) 어디까지 왔나
  • 변인수 기자
  • 승인 2018.03.2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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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개척 영역, 세계시장 선점도 가능

[현대해양 변인수 기자] 현재 우리 국민에게 사랑받는 청양고추는 다국적 기업인 몬산토에서 종자를 공급받아 재배된다. 우리 토종 대하는 질병으로 양식시장에서 사라졌고, 흰다리새우로 알려진 미국산 대하가 지배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식량자원 종자들은 국내산이 아닌 수입산이며, 매년 수백억원의 로열티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굶어 죽을지언정 다음해 농사를 위한 종자는 봉투에 담아 윗목이나 처마에 매달아 보관했다.

인구 증가와 기후 변화로 지구촌 식량생산이 불안정해지면서 바야흐로 ‘종자 전쟁’ 시대에 돌입했다. 지금 세계는 종자생산 기업 간의 M&A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에 우리 정부도 2012년부터  다가오는 종자전쟁 시대에 대비하고자 골든시드프로젝트(GSP)를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

대왕자바리(좌상), 대왕붉바리(좌하), 황금넙치(중앙), 육종터봇(우상), 슈퍼왕전복(우하)


골든시드프로젝트 in 수산

흑색 방울토마토 종자 1g(250립)이 7만5,000원이다. 금 1g에 4만5,000원~5만원 정도하니까 씨앗은 씨앗인데 황금보다 비싼 씨앗이다. 바로 골든시드프로젝트의 함의(含意)이기도 하다.

정부가 실시하는 GSP의 내용을 살펴보면, 2012년부터 2021년 까지 약 5,000여억원을 투입해 뒤떨어진 국내 종자산업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5개 분야의 사업단(채소종자사업단, 원예종자사업단, 수산종자사업단, 식량종자사업단, 종축사업단)이 선정되어 2013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했고, 지난 2016년까지 우량종자 개발을 위한 1단계 기반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개발된 우량종자의 실용화 및 산업화를 위한 2단계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수산종자사업단(단장 김성연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은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산하에 배속됐다.

세계적으로 수산종자산업은 노르웨이의 대서양연어 등 일부 어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발전 초기단계로 선점효과가 큰 미래전략산업 분야다. 우리나라는 수산양식 기술력도 뛰어나고 양식품종도 다양하지만, 그동안 수산종자의 개량에는 소홀했던 측면이 있었다.

이번 계기를 통해 해양수산부는 수산종자개발 관련 세계 최고기술 확보를 통한 Top브랜드 구축 및 수산종자개발 강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GSP 수산종자사업단의 연구개발 품목에는 해외 수출형으로 육성할 ‘넙치’, ‘바리과’, ‘전복’이 있고, 수입을 대체해 국내 품종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 ‘김’ 등 총 4개 품목으로 추진되고 있다. 연구개발 기간은 2013년에서 2021년까지 총 9년간이며, 사업비로는 총 748억 원이 투자된다.

수산분야의 GSP 진행상황을 각 품목별로 살펴본다.

 

황금넙치와 불임화 기술

황금넙치는 체색이 황금색이며, 자연에서 아주 드물게 잡히는 어종이다. 새끼 때는 일반 넙치의 색깔을 띠다가 성장할수록 황금색이 드러나는 이 어종은 자연에서 몇 백만 마리 중에 한 마리 있을까 말까한 희귀어종이다.

수산종자사업단은 “자연상태에서 거의 0%에 가까운 발현율을 보이던 황금넙치를 연구개발을 통해 약 37%까지 끌어올렸다”며, “체색이 황금색을 띠는 시기도 부모 세대(중량 2~3kg 이상)에 비해 훨씬 빨라져 현재 최소 약 300g 정도에서 황금색이 발현되고 있다”고 밝혔다. 황금넙치 수산종자는 발현 시기가 빨라질수록 수출에 유리하다.

황금넙치 양식. 황금넙치는 자연에서 매우 드문 희귀종이다. GSP 기술개발로 발현율을 0%에서 37%까지 끌어올렸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수입국 측에서 보면 우수한 종자는 교배해 복제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되면 거액의 개발비를 들여 개발한 종자의 수출길도 막히게 된다. ‘불임화 기술’은 종자의 복제를 막기 위한 종자 복제금지 기술이다.  황금넙치의 경우 95% 이상 불임화가 가능한 성과를 거뒀다. 이 기술은 육종넙치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양식 황금넙치는 지난해 초 활어 최초로 해양수산부의 수출통합브랜드 ‘케이피시(K-FISH)’인증을 받았으며, 국내외 각종 수산박람회에서도 상품성을 널리 인정받았다. 육종넙치도 마찬가지로 종자생산기술이 개발됐고, 불임화 기술 및 후대열성화 기술이 개발됐다.

 

터봇, 육종교배로 우수종 생산

국내에서는 ‘찰광어’, ‘돌광어’로 불리는 터봇은 유럽산 넙치로 알려져 있다. 터봇은 일반 넙치보다 육질이 단단하고 고소하며 주로 튀김·구이용으로 활용된다. 중국 및 동남아 지역에서는 대부분 찜으로, 유럽에서는 흰 살 생선인 대구와 함께 스테이크 등으로 인기가 있다. 육종의 은 유전적 형질이 우수한 개체들만 선별해서 교배 집단을 만들고 가계도를 구성해 더욱 우수한 종을 만들어 내는 활동을 말한다. 

사업단은 GSP 연구개발을 통해 우수 육종터봇 200가계를 구성해 개체별 유전형질 분석 및 친자 확인 체제를 구축하고, 교배지침도 정립했다. 이 기술 개발로 우량종자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고, 지난 2016년 11월에는 국내에서 개량한 터봇의 우량종자 2만 마리가 처음으로 중국에 수출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는 “주요 터봇 소비시장인 유럽과 세계 1위 터봇 양식생산국인 중국에 터봇 종자를 수출하기 위해 지난 4년간 37억원을 투입해 육종기술과 어미 사육관리 기술 등을 개발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말레이시아 생산기지

육종터봇과 황금넙치를 비롯한 넙치품목 종자들은 지난해까지 중국, 대만, 캐나다,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 등지에 64만달러를 수출했으며, 국내에서도 7,700만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 판매액은 소량이지만 세계 유수의 수산종자시장에서 걸음마 단계에 불과했던 우리 수산종자기술이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아울러 해외유통거점 마련을 위한 노력들도 펼쳐져, 우리기업과 중국기업 간 터봇 종자의 생산 및 판매 사업의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체결이 이워졌으며, 중국 위해지역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종자생산 및 수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또, 페루에 참여기업과 현지기업 간 넙치 종자의 현지 생산 및 판매 사업의 공동운영협약을 체결해 현재 현지에 양식장 및 종자장 건설 허가를 취득하고 올해 완공 예정으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전복, 성장속도 20% 이상 빨라져

전복은 2016년 기준 양식생산액은 3,474억원에 달하며, 우리나라 패류 양식량의 50%이상을 차지하는 중요 품목이다. ‘바다의 산삼’으로 불리는 전복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원기 회복에 탁월하여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높은 고부가가치 양식품목이다. 그러나 전복 양식 품종 중 전체 양식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순수 토종전복인 참전복의 경우 생태 특성상 3~4년이라는 비교적 긴 양성기간이 필요했다.

수산종자사업단은 기존 상품 크기(개체 당 100g)까지 양성하는 데 수정 후 36개월 가량 소요되던 기간을 30개월로 단축하는 육종참전복을 개발했다. 사육기간이 6개월 가량 단축되면 생산비용도 약 17% 가량 절감되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국민들이 맛좋은 전복을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육종참전복은 가계사육 관리기술이 개발됐고, 99%의 불임화 기술 외에도 31℃의 고수온에도 견디는 강한 내성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교잡전복인 슈퍼왕전복 1호는 성장속도도 빨라졌지만 가식부비율도 증가했다. 일반 전복의 납작한 알맹이와 다르게 크기도 커지고 풍만해졌다는 뜻이다. 또한, 유전형질 분석을 통한 가계 및 모패 사육관리가 가능해져 환경내성 및 건강도도 증가했다.

해양수산부는 “전복종자보급센터(전남 해남 소재)를 활용, 내년부터 양식 현장에 본격적으로 ‘속(速)성장 육종참전복’ 보급을 시작해 점차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 개발된 육종참전복이 전체 전복양식 어가에 보급되면 연간 700억원 가량의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돼 우리 양식어민들의 수고를 덜고, 어가 소득을 향상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까지 GSP 전복품목은 일본에 37만달러가 수출됐고, 국내에 2억4,300만원이 판매됐다.

 

바리과, 연중 수시 수정란 생산

국내에 다금바리(본명 자바리)로 많이 알려져 있는 바리과는 전 세계적으로 고가 어종으로 인식되며, 특히 중화권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 서식하는 바리과 어류(자바리, 붉바리, 능성어)는 열대어종으로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월동이 어려워 양식이 힘들고, 동남아 등 아열대 기후에서 양식되는 바리과 어류와 비교하여 성장이 느려 수출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에 수산종자사업단 ‘수출용 아열대 바리과 우량종자 개발’을 추진, 아열대바리 프로젝트에서 국내품종과 해외품종의 교잡 2품종을 개발했다. 교잡품종은 국내에서 다금바리로 불리는 자바리와 중화권에서 가격이 가장 비싼 붉바리 알에 400kg까지 성장하는 대왕바리 정자를 수정시켜 생산했다. 개발된 교잡 품종은 빠른 성장과 높은 수온 내성을 보여, 중국 등 바리과 어류의 소비가 많은 국가에서 새로운 주력 양식품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바리과 품목 개발분야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멸종 위기의 어종인 붉바리의 연중 상시 수정란생산기술과 번식연령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여 대량생산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아열대종은 우리나라 기후에 서는 여름에만 산란할 수 있는데, 여러 생육환경조건을 조절해 연중 수시로 수정란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 2015년에는 GSP로 개발한 바리과 신품종 종자 6만 마리를 대만에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대만 행 바리과 수출은 바리과 어류양식의 종주국인 대만에서 문을 개방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바리품목은 대만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53만달러를 수출했고, 국내에 8억2,200만원을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 종자 전수 1호, 전수 2호

 

 

 

 

 

 

 

 

 

 

김 종자, 품질 日 앞질러

지난해 5억 달러가 수출되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김은 GSP사업 이전 국산 종자의 자급률이 60%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나머지 40%는 주로 일본 등 외국종자를 사용했으며, 2012년 식물에 관한 신품종보호연맹협약(UPOV)이 시행되어 외국 종자를 사용할 경우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에 사업단은 2013년부터 종자 개발에 나서 순수 계통주 확보 개발에 성공했다. ‘전수1호’는 기능성 항산화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고, ‘전수2호’는 생산성 향상 대형 품종 생장이 빠르다. 이밖에도 내병성 및 고온내성이 강한 골드1호, 골드2호 품종도 개발됐다.

수산종자사업단 관계자는 “일본 종자와 견주어서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 20%이상 빨리 자라고 내병성이 뛰어나다. 골드1호의 경우 일본산 종자와 비교했을 때 품질 및 가격 경쟁력에 있어서도 밀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현재 개량 김 종자는 지난해 품종출원 됐고, 일부는 양식어가에 분양하여 자급률을 높이는 중이다. 김 관련 식품산업 활성화 및 김 양식어민의 소득증대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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