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재수급 안정대책은 바다 사망선고다”
“골재수급 안정대책은 바다 사망선고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8.03.0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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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인들, 바닷모래 채취반대요구 거세져...

[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골재수급 안정대책은 바다에 대한 사망선고이자 어민들에 대한 사형선고다!”

범정부 차원의 바닷모래 채취 대책 방안이 발표됐지만 어업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관련 부처 장·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제22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현안조정 회의)를 열고,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바닷모래 채취를 선진국 수준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골재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산림모래·부순모래 확대, 해외모래 수입 등을 통한 골재원 다변화를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바닷모래 사용을 국책용으로 한정하고 채취 물량도 최소한으로 조정키로 했다. 현재 11% 인 골재공급량 중 바닷모래 비중을 2022년까지 선진국 수준인 5%까지 감축해 해양환경 영향을 최소화해 나간다는 것이다(참고로 2015년 기준 총 골재 대비 바다골재 비중은 벨기에 7%, 영국 5%, 일본 3.9% 수준).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어업인들과 수산업계가 즉각 반발 했다. 바닷모래 채취는 감축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 전면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처음부터 이어져오던 기조다. 

수산인들이 이런 기조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바닷모래 채취 폐해의 심각성 때문이다. 바닷모래 채취로 해양생태환경이 파괴되고 황금어장이 훼손돼 어민 생계를 위협한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바닷모래 채취=해양 생태계 파괴 

지난해 해양환경관리공단이 실시한 남해 EEZ(배타적경 제수역) 골재채취 단지 어업피해 추가 보완조사 결과를 보면 골재채취 강도가 커질수록 부유사 농도가 증가하고 골재 채취 지역과 비채취지역 간 저서생태계의 종조성과 생물량 이 큰 차이를 보인다. 

국토교통부와 수자원공사(K-Water)의 조사와 달리 무분별한 바닷모래 채취가 산란기에 접어든 물고기 등의 서식 환경을 파괴해 국내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대폭 감소했다는 어민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났다. 정부의 골재수급 안정대책 발표 직후 어업인들이 즉각 반발했다. 한국수산업총연합회(한수총)를 비롯한 수산 관련 단체는 물론 인천녹색연합, 황해섬보전센터,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까지 가세했다.

골재수급 안정대책 발표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29일 한수총 등은 ‘골재수급 안정대책은 바다에 대한 사망선고이자 어민들에 대한 사형선고다’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서 “대책은 2004년의 대책을 답습한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협의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요식행위로 전락한지 오래며, 골재 공급원 다변화는 10년 넘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임권 한수총 회장은 곧바로 국무총리 면담을 신청했다. 면담은 며칠 뒤(1월 11일) 성사됐다. 김임권 회장은 이낙연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어업인들의 입장을 전달했다. 그리고 정부 입장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1월 23일 수협중앙회 회의실에서는 바닷모래채취반대대책위원회(위원장 정연송) 긴급대책회의가 소집됐
다. 전국 수협 조합장 등 해역별 위원장과 위원 등이 참석한이 대책회의에서는 ‘바닷모래 채취행위가 전면 금지될 때까지 조직적이고 강력한 저지운동을 하자’고 결의하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해역이용협의서 반려해야”

이날 대책위원들은 바닷모래 채취 근거법인 ‘골재채취법’의 조속한 개정과 해역이용협의 이행조건 강화 및 사후
관리 강화방안에 대해 필요성을 공감하고 제도 개선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또 대책위원들은 현행 ‘골재채취법’에서는 육지의 개발행위와 달리 훼손된 해역에 대한 복구의무가 없으며, 바다환경오염 예방 및 사후관리 조치가 미흡해 바닷모래 채취 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또한 해역별 상황에 따라 전략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현재 신규단지 지정절차가 진행 중인 연안해역은 시민·환경단체 등과의 공조 강화로 단지 지정을 적극 저지하고, 바닷모래가 채취되고 있는 서해EEZ 해역은 감시활동 강화를 통해 불법적 행위 발생시 지속·반복적으로 형사 고소 및 고발을 추진키로 했다.

▲ 지난 1월 23일 열린 바닷모래채취반대대책위원회 회의


“골재대란은 없다…해사 채취 전면중단하라”

아울러, 대책위는 건설업계에서 말하는 바닷모래 채취 중단으로 인한 골재대란, 부실공사, 건설비 상승 주장에 대해서는 다양한 골재원 확보를 통해 해결이 가능한 선택의 문제인 반면, 어업인들에게 있어 바닷모래 채취 행위는 생업의 터전이 파괴되는 생존의 문제라고 일축하면서 정부나 국민의 인식전환을 위한 노력도 병행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또 향후 신규 골재채취단지 지정 등 바닷모래 채취 재개때는 어업인들이 생존권 사수를 위해 전국 항·포구에서 동
시 다발적 해상시위 뿐만 아니라 서울 중심부에서 대규모궐기대회 등 강경한 저지운동을 전개키로 했다.

대책위원회는 즉시 행동에 나섰다. 지난달 20일 대책위원회와 수협은 인천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인천지방해양
수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천 앞바다 바닷모래 채취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대책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 선갑도 골재채취 예정지 지정절차 중단과 해역이용협의 강화를 요구했다.

골재채취업자들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선갑도 인근 해역에서 남산 규모(5,000만㎥)의 바닷모래 채취
를 하겠다고 해역이용협의서를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제출한 상태다.

대책위, 인천시민단체 등은 “1984년부터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남산의 5배가 넘는 2억8,000만㎥ 규모의 바닷모래가 채취돼 인천 앞바다는 백사장 소실, 수산 동식물의 산란장 파괴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인천지방해수청에 해역이용협의서 반려를 촉구했다.

▲한수총 등은 지난달 20일 인천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천앞바다 바닷모래채취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를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전달했다.


“인천 선갑도·대이작도 해역 보호해야”

인천지역은 오랫동안 지속된 바닷모래 채취로 수산물 어획량이 지난 25년간 68% 감소된 곳이다. 특히 선갑도 인근 해역은 해양생태보전구역으로 지정된 ‘풀등’과 인접해모래 채취가 계속될 경우 향후 수십 년 내로 ‘풀등’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인천항을 오가는 선박의 운항경로이자 입항 대기장소인 ‘풀등’이 사라질 경우 안전사고마저우려된다.

대책위와 인천시민사회단체 등은 “바다를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에서 옹진군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며 “과거 신안군이 바닷모래 채취로 168억원의 수입을 얻고 무려 531억원의 연안침식복구비용을 지출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며 재정수입을 핑계로 바닷모래를 파헤치는 옹진군의 행위를 비판했다.

또한 바닷모래 채취 관련 기관인 인천지방해수청, 옹진군청, 인천광역시청을 잇따라 찾아가 요구사항이 담긴 성명서를 전달했다. 지정권자인 인천광역시에는 △선갑도 신규 골재채취예정지 지정 절차 중단을, 허가권자인 옹진군에는 △바닷모래채취 중단 약속을 촉구했다. 그리고 협의권자인 인천지방해수청에는 △해역이용협의서 반려 △해역이용협의절차 강화를 요구했다.

이날 정연송 바닷모래채취반대대책위원장(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은 “우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바닷모래
채취 강행 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바닷모래를 지켜내겠다”고 경고했다.

▲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도 ‘풀등’. 골재업자들의 바닷모래 채취 시도로 천연기념물인 이곳 풀등이 사라지고 해양 생태계 파괴 위기에 노출됐다.


모래사장이 사라진다

앞서 지난해 8월 대책위원회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도 풀등을 둘러보고 선갑도 인근 해역 모래 채취를 비판했다. 대책위원회는 “연안지역은 우리나라 어선의 90%가 조업하는 곳으로 “우리나라 모든 해역에서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될 수 있도록 어업인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결의했다.

골재수급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이뤄진 바닷모래 채취 현황을 보면 2006년 1만9,521㎥, 2010년 2만6,348㎥, 2014년 2만1,052㎥로 2010년 이후 2만㎥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골재 생산량 중 바닷모래의 비중은 산림골재 55.4%에 이어 38.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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