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숭어 앉았다 나간 자리, 뻘만 훔쳐 먹어도 달다”
“겨울숭어 앉았다 나간 자리, 뻘만 훔쳐 먹어도 달다”
  • 윤성도 자유기고가
  • 승인 2011.02.1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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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도의 바닷가 이야기>

도리포’ 겨울숭어

“겨울숭어 앉았다 나간 자리, 뻘만 훔쳐 먹어도 달다.”
차진 맛을 가진 숭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전남 무안 도리포의 겨울숭어가 바로 그렇다.

숭어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제철, 그 중에서도 정월과 이월의 숭어 맛을 제일로 친다. ‘겨울과 봄 숭어는 달고, 여름 숭어는 심심하며 가을 숭어는 기름져서 고소하다.’는 속담도 그저 전해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월과 이월 숭어가 제일

도리포는 예로부터 숭어 맛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곳.

‘함해만의 일출’로도 유명한 도리포는 무안군 해제면 송석리, 해제반도 끝자락이며 함해만의 들머리다. 함평, 해제를 아우러는 함해만은 차진 갯벌과 거센 물살, 무엇보다 오염되지 않는 갯벌이라 이곳에서 자란 숭어와 도미, 민어 등 물고기의 맛을 으뜸으로 친다. 어떤 이는 함해만이 황토로 둘러싸여 게르마늄 성분이 많은 청정갯벌이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숭어는 크게, 숭어 또는 참숭어와 가숭어 또는 개숭어로 나뉘는데, 지방에 따라 참숭어와 가숭어를 뒤바꾸어 부르기도 한다. 서울, 경기, 서해안지방에서는 가숭어를 참숭어로, 강원도, 경상도 지방에서는 숭어를 참숭어로 부르기도 한다.

어류학자 명정구 박사는, ‘숭어는 등 쪽이 회청색, 배는 은백색을 띠며 눈은 투명한 막으로 보호 받고 있으며, 이 눈꺼풀은 계절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는데, 늦여름부터 차츰 커지기 시작하여 겨울에는 하얗게 백탁된 눈꺼풀이 거의 눈 전체를 덮어 맹목(盲目)과 같이 된다. 가숭어는 등은 회색, 배는 우유 빛을 띠며 숭어에 비해 전체적으로 약간 누르스름한 빛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숭어와는 달리 눈에 눈꺼풀이 없고 눈 주위가 붉은 빛을 띠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숭어보다 대형급’이라 한다.

이 분류대로 라면, 눈가에 황금색과 붉은 색이 도는 도리포 숭어는 가숭어 속하지만 이곳에서는 참숭어라 부른다. 어쨌거나 도리포의 참숭어는 그 차진 맛으로 전국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참숭어와 가숭어

횟집경력 24년이라는 ‘도리포횟집’ 조평수(52)씨는 도리포 숭어는 외해로 나가지 않고 뻘이 찰진 함해만에서 나고 자라 그 맛이 뛰어나다고 한다. 그가 직접 회를 뜨는 광경을 지켜봤다. 펄떡거리는 숭어를 잡아 비늘을 치고 조심스레 껍질을 벗겨낸 다음, 포를 뜨고 한 점 한 점 곱게 회를 떠서 접시에 담는데, 그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접시에 담긴 숭어회는 등쪽 붉은 색과 아래쪽 흰색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꽃잎을 펼쳐 놓은 것 같다. 반짝이는 육질의 찰진 느낌이 보기만해도 입안에 군침이 돌게 한다.

도리포 숭어회도 여느 회와 같이 고추냉이 간장에 살짝 찍어 먹거나 상추나 깻잎에 싸서 고추, 마늘을 얹어 먹는데, 졸깃하면서 차진 맛이 그만이다. 깻잎과 마늘, 매콤한 고추가 한데 어우러져내는 감칠맛과 쫀득쫀득한 맛이 마치 인절미같다. 다른 곳의 숭어회와는 맛이 완연히 다르다. 또 된장에 그대로 찍어먹기도 하는데. 졸깃한 육질이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입안에 퍼진다. 도톰한 숭어껍질도 별미. 기름장에 찍어 입에 넣으면 부드러우면서도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인절미 같이 차진 겨울숭어회

사람들은 흔히 능성어와 돔, 민어 등을 고급횟감으로 치고 광어, 농어, 우럭 등을 그 다음으로, 숭어는 그 아래쯤으로 여긴다. 숭어는 성어기에 일시 대량 생산되고 지역에 따라 또 철 따라 그 맛이 크게 달라 그러는 듯싶다. 그래서 숭어를 흔하고 싼 고기로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숭어는 예로부터 귀한 생선, 영험하고 신비한 물고기로 여겨 왔다. 술안주로 할 때는 숭어(崇魚)라 하고, 제사 등에서 제물로 사용할 때는 수어(首魚)부른다. 숭어내장은 다른 고기에서는 볼 수 없는 귀한식품으로 가공되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기도 한다. 숭어의 고급스러움이 고스란히 담긴 결정체가 바로 숭어알로 만든 어란(魚卵)이다. 어란은 옛날 임금님에게 진상했다는 귀한 식품. 숭어 내장 젓과 함께 어른 손가락만한 크기의 어린숭어로 담근 ‘모치젓’은 젓갈 중 최고로 친다. 모치보다 큰 새끼숭어는 ‘동어(冬魚)’라 하여 뼈째 회로 먹거나 굵은 소금을 뿌려 구어 먹는데 어미숭어와는 다른 별미음식.
 
숭어알로 만드는 최고급 식품 어란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숭어는 독이 없고 맛이 달고 깊어 회중에서 으뜸이라’ 했고, 동의보감에는 ‘위(胃)를 열어 먹은 것을 통하게 하고 오장(五臟)을 이롭게 하며 살찌게 하고, 숭어는 진흙을 먹어 온갖 약을 쓸 때도 꺼릴 이유가 없다’고 했다.

숭어에는 타우린, 글리신, 히스티딘 등 아미노산이 많고, 비타민, 칼슘, 철 등 무기질도 풍부하여 건강식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숭어알은 강장제로도 쓰인다. 숭어껍질에는 세포 재생을 돕는 나이아신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피부나 점막 장해를 막아준다. 혈관에 좋은 EPA. DHA 등 좋은 불포화지방산도 많아 동맥경화, 심장병, 뇌졸중의 예방에도 좋다.

이 겨울, 다른 곳은 몰라도 차진 갯벌을 먹고 자라 맛과 영양이 넘친다는 도리포 숭어는 꼭 한번 먹어볼 일이다. 그래서 유난히 추운 이번 겨울을 너끈하게 넘겨보자.

■ 도리포횟집 : (061-454-6890) 전남 무안군 해제면 송석리 도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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