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과 영화와인
수산물과 영화와인
  • 이주/국립수산과학원 양식관리과
  • 승인 2011.01.2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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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수산물>

2010년 경인년이 가고 2011년 신묘년 신년이 성큼 다가왔다. 신년회가 열리는 1월 초에는 많은 음주량으로 고생하는 시기인데 와인 1~2잔으로 신년회를 대신하면 좋지 않을까 제안해 본다.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린 사건을 프랑스의 역설(French paradox)이라고 하는데 이 사건은  와인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큰 사건이었다. 1991년 미국 CBS 뉴스쇼 ’60 minutes’에서 미국사람보다 남부 프랑스 사람들이 포화지방산이 많이 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데도 불구하고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이 미국보다 적다고 보도 되면서 붉은 포도주의 품귀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였으며 이를 가리켜 전 세계에서 "프랜치 파라독스" 현상이라고 명명하였다.

프랑스 리용의 르노 박사는 동물성 지방질을 많이 섭취해도 와인을 마시면 심장 질환의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 보다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그 이유는 분명하지 않으나 남부 프랑스 사람들이 많이 마시는 적포도주에 레스베라트롤이 비교적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레스베라트롤에 관심이 집중되었으며 프랑스인들은 흡연을 많이 하며 버터 치즈, 육류 등 동물성 지방질을 많이 섭취함에도 불구하고 심장질환 등 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율이 낮고 건강한 비결에 대해 프랑스인들이 1인당 와인 소비량이 1일 평균 200ml 정도로서 하루 거의 2잔 정도의 와인을 매일 마시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와인에 관한 가장 감명깊은 영화는 마이클 커티즈 감독과 주연인 험프리 보거트와 잉그리드 버그먼이 와인잔을 부딪치며 ‘그대 눈동자에 건배(Here's to looking at you, kid)’를 외쳤던 「카사블랑카(1942년)」일 것이다. 하지만 모로코를 떠나야만 하는 이루자(잉그리트 버그만)은 자신을 붙잡는 카페 주인 릭(험프리 보가트)에게 “뵈브 클리코라면 남겠어요(If it’s Veuve Clicquot I’ll stay)라는 명언을 남겨 지구상의 영원한 영화로 각인되며 인구에 회자되는 영화작품이 되었다.

'뵈브 클리코'는 프랑스 상파뉴 지방의 샴페인으로 여성의 성공을 기원하거나 축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옐로 라벨'과 '라 그랑 담'이 잘 알려져 있으며 하얀 과일류와 건포도 향으로 시작해 바닐라,브리오슈 향이 차례로 느껴지고 혀에 닿는 촉감도 산뜻하다. 마담 클리코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바브 니콜 퐁사르당은 마치 남편의 뒤를 이어 회사를 운영하는 애경그룹 장영신회장,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여성기업인인 김성주 성주D & D 회장,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 등 국내 여성 최고경영자(CEO)들과도 같은 샴페인업계의 뛰어난 여성 경영자이었다. 현재 모든 샴페인 제작과정에서 표준처럼 사용하는 르뮤아주(Remuage:샴페인 속의 찌꺼기를 제거해 맑게 만드는 방식)를 개발한 이도 바로 마담 클리코의 업적이다.

뵈브 클리코는 1942년「카사블랑카」에서 60여년 이상이 흘러 제작된 2008년 영화「섹스 앤더 시티」에도 등장한다. 섹스 칼럼을 쓰는 사라 제시카 파커가 자신의 칼럼 광고가 버스에 실리게 되어 친구들과 함께 버스정류장에서 자축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사라 제시카 파커와 친구들이 마시는 와인이 뵈브 클리코이었다. 이렇게 유명한 샴페인인 뵈브 클리코는 노란 라벨도 있지만, 아카데미 외국영화상 수상작인 <바베트의 만찬>에 등장하는 우아한 맛의 뵈브 클리코 매그넘도 널리 알려져 있는 샴페인이다. 강렬한 열대과일 향과 혀에 닿는 산뜻한 감촉이 일품인 뵈브 클리코는 특히 여성의 성공을 기원하거나 축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원제 Bottle Shock인「와인 미라클」은 세계에 미국와인이 탁월하다는 사실을 알리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였다. 세계적으로 와인하면 프랑스산 와인이 최고로 알려져 있지만, 눈을 가리고 와인을 맛을 감별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산 와인이 1위부터 5위를 차지해서 프랑스 와인계에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다. 1976년 파리 교외에서 있었던 프랑스 와인과 미국 와인 중에서 세계 최고를 가리는 ‘파리의 심판’을 영화화한 것이 <와인 미라클>(원제: Bottle Shock)이다. 1976년에 와인을 소개하는 이벤트로 영국인이지만 파리에 거주하며 와인을 소개하는 프로모터인 스퍼리에씨가 미국독립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와 캘리포니아 나파밸리(Napa valley)의 와인들을 맛 본 후 프랑스 최고의 와인과 미국 최고의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 해 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하였다.

그 당시에 미국와인은 가격이 싼 대중와인으로 인식되어 미국 유명 레스토랑에서도 미국와인을 취급하지 않는 불문율이 있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을 통한 시음행사로 미국 와인전문가는 초청하지 않고 프랑스의 유명 소믈리에, 와인 평론가, 요리로 정평이 난 주방장, 로마네 콩띠의 수석 와인전문가 만을 테이스팅 행사에 전문가로 초대하여 와인에 대한 판별을 요청하였다. 그들은 당연히 맛과 향이 뛰어난 와인은 프랑스 와인으로 판단하여 1위에서 5위까지의 와인을 선정하였으나 그 와인들이 모두 캘리포니아의 나파밸리 와인이었으며 1위는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샤또 몬탈레나 와인이 차지하였다. 이러한 내용이 언론사 기자가 참석하지 않았으면 잊혀질 뻔한 사건이었으나 당시 유일하게 와인 시음행사에 있었던 타임지의 기자인 조지 테이터에 의해 타임지에 기사화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쇼킹한 사건이었다. 

 2004년에는 사이드웨이(Sideways)란 미국영화가 등장하는데 총각파티를 떠난 두 남자가 와인 생산지 산타바바라에서 만난 두 명의 여성 이야기를 그린 알렉산더 폐인 감독의 사이드웨이는 영화속 주인공인 마일즈가 자작 소설을 출판사에 보낸 후 출간 결정을 기다리고 있던 중 결혼을 일주일 앞둔 잭의 총각파티를 겸해 산타 바바라 지대의 와인농장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서 마일즈는 전부터 알고 지내던 아름다운 웨이트리스 마야(버지니아 매드센)와 재회하여 행복한 시간을 갖게 된다. 총각시절의 마지막 자유를 만끽하려는 잭도 결혼식을 망각한 채 와인 시음실에서 일하는 섹시한 스테파니(샌드라 오)와 뜨거운 시간을 갖는다. 소설가 지망생인 소심한 주인공 마일즈는 포도품종인 피노 누아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재배하는 사람이 끊임없이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 줘야 하는 점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피노 누아는 세상에서 정말로 선택받은 포도원 한쪽에서만 자라잖아요.” 이 대사 한마디로 미국인들은 즐겨먹던 포도품종인 메를로와 카베르네 쇼비뇽으로 만든 와인을 먹지않고 피노누아 포도품종으로 만든 와인만 마시는 바람에 미국 피노 누아 포도품종의 레드와인이 대량 소비되는 진기록을 만들었다.

원래 피노 누아의 고향은 프랑스 부르고뉴로 워낙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다른 지역에선 잘 자라지 못하며 피노 누아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보다 전체 생산량이 적은 편이며 천(天)지(地)인(人)이 일치해야 좋은 와인이 만들어져 자식 키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와인이라고 말한다. 피노 누아의 피노(Pinot)는 미세하다는 뜻이며 누아(Noir)는 검다는 뜻으로 포도알이 매우 촘촘히 붙어있는 것이 이 품종의 특징이다. 포도 색깔은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짙은 담홍색이지만 껍질이 얇기 때문에 와인의 색은 옅고 광택이 나며 타닌 함량은 높지 않고 아로마는 다양한 베리류, 체리, 민트 등 매우 부드럽고 풍부한 과일 향을 맡을 수 있으며 숙성 후 부케는 버섯, 버찌, 향신료, 가죽 향 등 미묘하고 복합적인 향을 느끼게 하는 마니아층이 많은 와인이라 할 수 있다. 솔직히 처음 마시는 사람들은 무슨 와인이 밍밍하고 신맛이 나느냐며 푸념을 늘어놓을 수도 있는 와인이나 현재 와인중에서 프랑스 브루고뉴에서 피노 누아 포도품종으로 만든 로마네 콩티가 지구상의 최고의 와인으로 대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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