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안전은 소비자 신뢰에서부터 시작
수산물 안전은 소비자 신뢰에서부터 시작
  • 김지회 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연구관
  • 승인 2011.01.2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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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생산자, 정확하고 과학적인 정보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우리나라는 일본,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과 함께 세계에서 1인당 평균 수산물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에 속한다. 최근 국제식량농업기구(FAO)의 통계를 보면 연도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으나 우리 국민 한 사람이 1년 동안 소비하는 어패류의 량은 전 세계 인구의 평균 섭취량의 약 3배에 이른다. 수산물은 과거 식량사정이 좋지 못하던 시절에는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국민의 건강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나 식량여건이 개선되면서 수산물보다는 축산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산물이 건강식품으로 소비자로부터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봄철이면 마비성패류독소가 매년 정기적으로 출현하고, 여름철에는 수산물 섭취로 인하여 패혈증비브리오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장염비브리오에 의한 집단 식중독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수산물에는 중금속,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언론보도가 거의 매년 신문과 방송에 등장하면서 소비자는 수산물의 안전을 우려하고, 이는 결국 수산물 소비확대에 저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수산물 안전할까?

소비자의 우려와 실질적 위해요소

지난 6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0년 식품안전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에서는 우리 국민의 84.9%가 식품을 구매할 때 안전성을 염려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리고 농축수산물을 구매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인자로 40.5%가 ‘안전성’이라 응답하였고, 다음으로 신선도(35.2%), 맛(11.0%), 가격(7.8%), 영양(4.8%) 등의 의견이 있었다. 소비자는 식품을 구매할 때 신선하고 맛있는 것보다 안전한 것을 선택한다는 말이다. 농축수산물을 구매할 때 가장 우려되는 위험요소로 ‘잔류농약’이라는 응답이 60.0%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중금속(22.4%), 세균(8.2%), 이물질(5.0%), 기생충(3.6%) 등의 순으로 답하였다. 이 결과는 농산물의 경우 잔류농약을, 수산물에 있어서는 중금속을 가장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음식물 섭취로 인하여 일어나는 급격한 건강장해를 보통 ‘식중독’이라 한다. 식중독의 원인으로는 미생물(세균이나 바이러스), 자연독(독버섯, 복어독, 패류독 등) 및 화학물질(농약, 중금속 등) 등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식중독 통계를 보면 2009년 한 해에 우리나라에서는 총 5,972명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하였다. 이 중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100건 1,255명의 환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식중독은 병원성 세균이나 노로바이러스에 의하여 발생하였다. 이 외에 자연독에 의한 식중독이 6건 발생하여, 126명 중독되었으나, 소비자들이 가장 염려하고 있는 잔류농약, 중금속 등의 화학물질에 의한 식중독은 전혀 없었다.

수산식품으로 인한 식중독이 많다

2007년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식중독 사건을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원인식품별로 분류한 것을 보면 ‘수산물(어패류 및 가공품)’은 식중독 사건을 가장 많이 유발하는 식품으로 나타나 있다. 수산물에 의한 식중독 발생건수는 ‘육류 및 가공품’과 ‘복합조리식품’(김밥, 도시락 등)에 의한 식중독을 합한 건수보다 더 많다. 뿐만 아니라 수산물의 섭취로 인하여 발생하는 식중독에는 장염비브리오와 같은 세균성 식중독은 물론 복어독이나 마비성패류독과 같이 중독 시 치사율이 아주 높은 자연독 식중독도 있어 문제이다.

수산물에 의한 식중독, 왜 많이 발생하는 것일까? 특정한 지역이나 국가에서 식중독 발생상황은 지리적인 특성, 거주인의 위생상태와 식생활 습관 등 사회경제적인 여건에 의해서 크게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수산물에 의한 식중독이 많은 것은 동물성 단백질 공급량에서 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을 정도로 수산물을 많이 섭취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뿐만 아니라 생선회 등 날것을 즐기는 식습관도 큰 요인이라 생각된다. 수산물 섭취로 인하여 발생하는 식중독(감염증) 중 특히 문제가 되는 병원성 비브리오균은 여름철 실온에서도 아주 빠르게 증식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장염비브리오에 의한 식중독 건수가 상당히 많은 것은 이 균에 오염된 수산물의 섭취도 문제이지만 생선을 처리할 때 껍질이나 아가미 등에 붙어있던 세균이 조리기구 등을 통하여 다른 식품을 2차 오염시키는 부주의한 취급도 큰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산물과 유해물질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어패류에는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미량 함유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강이나 바다에서 유해물질은 식물성 플랑크톤, 동물성 플랑크톤, 작은 물고기, 큰 물고기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을 통하여 이동(농축)하게 된다. 플랑크톤보다는 작은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 보다는 큰 물고기에서 유해물질의 농도가 대체로 높다. 수은이나 카드뮴과 같은 중금속은 다른 여러 원소들과 함께 지각(地殼)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이며, 다이옥신과 같은 물질은 인간의 산업활동으로 생성된 것이다. 이러한 유해물질들은 여러 경로를 통하여 최종적으로는 바다로 흘러든다. 따라서 바다에서 서식하고 있는 수산물에 이들 유해물질이 축적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런데 오염된 해역에 서식하는 수산물이 유해물질을 축적하는 것이야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보통의 해역에서 서식하고 있는 생물도 종에 따라서는 특정한 물질을 특이적으로 축적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연체류에는 카드뮴 성분이, 그리고 다랑어류와 심해성 어류에서는 수은 성분이 특이적으로 높고, 다이옥신은 어패류의 내장이나 지방이 많은 부위에 잘 축적된다는 것이 여러 연구결과에서 밝혀져 있다.

그러면 수산물에 함유되어 있는 유해물질,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다이옥신이나 중금속과 같은 화학물질이 우리의 건강에 좋은 것은 분명히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보면 유해물질도 한 번에 과량을 섭취하거나 또는 일정 수준 이상을 지속적으로 먹으면 건강에 피해가 나타나지만 섭취량을 감소시켜 일정 수준을 넘지 않게만 한다면 평생을 지속적으로 먹어도 건강에 피해가 없다고 한다. 이렇게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는 량을 나타낼 때 잔류농약이나 다이옥신과 같은 물질에 대해서는 ‘1일 섭취 허용량’(ADI, TDI 등 표기방식은 다르지만 의미는 거의 같음)으로, 중금속에 대해서는 ‘주간 섭취허용량’으로 각각 표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카드뮴의 주간 섭취허용량은 7㎍/체중 kg/주(週)로 설정되어 있다. 이는 1주일 동안 매일 체중 kg당 1㎍에 해당하는 카드뮴을 섭취하거나 아니면 1주일 중 특정한 날에 체중 kg당 7㎍에 해당하는 카드뮴을 한꺼번에 섭취하더라도 1주 동안 이 기준량만 초과하지 않으면 건강에 해가 없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수산물에 함유되어 있는 셀레늄과 같은 원소는 유해 중금속의 독성을 상당히 저감시키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래서 최근 수산물의 안전성에 대하여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보통의 식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평소 수준으로 어패류를 섭취한다면 수산물에 함유된 유해물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그렇게 염려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정부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식품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업무의 하나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선진국 수준의 수산물 위생안전관리를 목표로 여러 가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식품안전관리당국에서는 잔류농약, 항생제, 중금속, 발암물질 등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기준 설정을 강화하고 있다. 식품의 안전정책에서 소비자의 신뢰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므로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공개 식품안전토론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정부에서는 식품안전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전문가들은 과학적 조언을 하고 있다.

그리고 수산관리당국에서는 안전한 수산물의 공급을 위하여 생산 및 거래 전단계 수산물에 대하여 병원 세균 및 유해물질 등 위해요소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연중 실시하고 있다. 즉, 생산·저장단계 및 출하되어 거래되기 전단계의 수산물에 잔류하는 패류독소, 중금속, 식중독세균, 항생물질 및 그 밖의 유해물질(말라카이트그린 등)의 허용기준 초과 여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조사결과는 그때그때 공개하고 있으며, 허용기준을 초과한 수산물에 대해서는 출하연기, 용도전환 또는 폐기토록 조치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이나 EU에서는 연안에서 생산되는 수산물(패류, 피낭류 등)의 위생안전성 확보를 위하여 서식해역의 세균학적 품질에 따라 생산물의 용도를 달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대장균이 일정기준 이하인 해역에서 생산된 수산물은 날것으로 섭취할 수 있으나 기준을 초과한 해역의 생산물은 정화를 하거나 가열조리용으로 사용토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연안산 수산물(패류 등)의 위생관리를 위하여 전국 연안의 수산물 생산해역을 60개의 소해역으로 구분하여 현재 안전성 평가가 진행되고 있으며 수년 내에 선진국 수준의 해역관리가 이루어 질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양식어류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소비자가 가장 우려하는 항생제 잔류를 방지하기 위하여 항생제 적정사용 지침을 보급하고 사용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양식장의 위생관리 정착을 위하여 새로운 위생관리기법인 HACCP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을 어류양식장에도 적용토록 컨설팅과 시설개선 등을 지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는 모든 정보를 기록·관리하여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신속한 원인규명 및 회수를 통해 수산물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인 수산물 이력추적시스템(Traceability System)도 시행하고 있다.

소비자는 본능적으로 위험정보를 강하게 인식한다

이상과 같이 정부에서는 수산물의 안전성 확보를 위하여 각종 정책과 함께 위해요소에 대한 규제와 모니터링을 통하여 직접적인 감시를 하고, 조사결과는 즉시 공개하고 있다. 그리고 식품섭취로 인한 식중독 사고는 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으나 소비자는 오히려 수산물에서 중금속이 가장 우려되는 위해인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소비자는 왜 주변에서 실질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식중독 사고보다 중금속 등 유해물질을 더 염려하는 것일까?

간단히 생각하면 세균(독소는 제외)이나 바이러스는 가열조리와 같이 확실한 제어법과 중독 시 치료법이 있으나 유해물질은 제어방법이 거의 없고 또 장기간에 걸쳐 건강에 영향을 미치므로 오히려 더 신경이 쓰일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위험정보에 대한 본능적 관심도 큰 요인이라 생각된다. 소비자는 신문, TV 등 언론매체를 통하여 식품안전에 관한 정보를 가장 많이 접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는데 위험정보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신경을 집중하게 되지만 안전정보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것은 위험정보의 경우 귀담아 듣지 않으면 생명에 위험이 있을 수 있으나, 안전정보는 흘려들어도 실질적인 해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언론매체에서 중금속 등 화학물질의 인체 유해성과 수산물에 함유된 량은 아직 안전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아무리 균형감 있게 다루어도 본능적으로 유해성에 대한 정보는 강하게 인식하게 된다.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정보제공 필요

물리학자 칼 하인츠 슈타인뮐러와 그의 아내 수학자인 앙겔라 슈타인뮐러 부부는 그들의 공저서 ‘기술의 미래’에서 ‘식품이 오늘날처럼 안전했던 적은 없었다. 또한 소비자가 지금보다 더 불안했던 적도 없었다. 그 이유는 불신이다’라고 했다. 이 말은 아마도 식품의 안전을 이야기할 때 두고두고 회자될 명언이 아닌가 생각된다. 식품으로서 수산물 안전 또한 소비자의 신뢰에서 시작된다.

근년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식품안전 분야에도 정밀분석기기가 보급됨으로써 식품에 함유되어 있는 극미량의 위해요소까지도 검출이 가능하게 되었고, 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위해인자가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식품관리당국에서는 이러한 위해인자를 평가하여 위험성에 따라 규제와 모니터링 등 적극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소비자가 불안감을 가지는 것은 불신(不信), 불통(不通) 그리고 편향된 정보의 본능적 습득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수산물의 안전성에서 소비자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중금속 등의 유해물질이 수산물에 미량 존재하고, 일부 품종의 특정 부위에서는 그 농도가 다른 부위보다 다소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수산물을 섭취할 때 이러한 특정한 부위만 지속적으로 그리고 다량으로 섭취하지 않는 한 유해물질이 건강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식품의 안전(安全)이 과학적·기술적 결과라면, 안심(安心)은 심리적·사회적 요소이다.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생산자는 정확하고, 정직하고, 과학적인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여 믿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도 현실적으로 완전무결한 식품은 거의 없으므로 과학적인 사실에서 냉정하게 판단하여 건강에 해가 없다면 유해물질이 미량 있더라도 허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식품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고, 누구나 안전하지 않은 식품이라면 피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수산물에 함유된 아주 적은 량의 유해물질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으나 단지 걱정스럽다고 성인병 예방이나 학습능력 향상 등 건강기능성분과 영양소가 풍부한 수산물을 외면한다면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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