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서다 반복하는 FPC·소비지분산물류센터 건립
가다 서다 반복하는 FPC·소비지분산물류센터 건립
  • 김보연 기자
  • 승인 2017.03.0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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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예비사업자 추가 선정…2018년 2개소 예산 배정

 

▲ 속초시수협 FPC. ⓒ박종면
  FPC사업… 상품 차별화 꾀하는 첫 걸음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3년 7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산물유통구조개선 종합대책’을 확정 발표한 바 있다. 해수부가 발표한 ‘수산물유통구조개선 종합대책’은 복잡하고 비용이 높았던 6단계 유통구조를 4단계로 축약해 유통비용을 줄이고 안전한 유통경로를 확보하겠단 것이 골자였다. 축소된 유통구조는 생산자 → 수산물 산지거점유통센터(FPC) → 소비지분산물류센터 → 소매상 → 소비자로 이어지는 단계다.
 
 유통구조 축소의 열쇠는 수산물 산지거점유통센터(FPC)와 소비지분산물류센터이다. 수산물 산지거점유통센터(FPC: Fisheries products Processing & Marketing Center)는 경매가 이뤄지는 위판장과 산지중도매인의 단계를 하나로 압축한 형태다. 이는 생산자가 중심이 돼 수산물을 규모화·집적화해 전처리(前處理)·가공 등의 과정을 거쳐 상품화한 후 직거래하거나 소비지에 공급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소비지분산물류센터는 FPC나 산지수협 등에서 매취 또는 수탁을 통해 조달한 상품을 소비지에 분산판매하는 기능으로, FPC에서 생산된 상품을 보관하고 대형마트나 단체급식, SSM(기업형 슈퍼마켓) 등의 소비처에 판매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일부 제도의 개선이나 보완이 아닌 유통구조의 틀을 재구성한 ‘수산물유통구조개선 종합대책’은 수산물 유통의 문제를 개선하고 새로운 소비경향에 부흥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그 중에서도 주목받은 것이 FPC사업이다.
 
 산지 위판장은 그동안 노후된 시설과 유통구조의 한계로 단순 경매 기능을 벗어나지 못했다. 산지 위판은 많은 물량의 분산처리엔 효과적이나 소비자 시장과의 교섭력, 상품개발, 판매엔 한계점이 있었다. 또한 전체 위판장의 절발 이상이 15년 이상 노후된 시설로 유통 효율화와 안전한 수산물 공급을 위한 현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뿐만 아니라 수산 가공식품으로 소비경향이 변하고 있음에도 산지가공시설을 소유한 조합은 거의 없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세척·절단·건조·포장 등 단순가공처리만으로 상품 차별화를 꾀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효율적 유통망 구축, 가격 안정 등 효과 얻는 길
  FPC사업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속초수협, 제주도한림수협, 완도금일수협, 경주시수협, 경남 고성 (주)혜승수산 등 5개 사업자가 선정돼 사업을 추진해왔다. 한림수협, 속초수협, 완도금일수협 FPC는 준공 뒤 현재 가동 중이며 경주시수협 FPC는 오는 5월 준공될 예정이다.
 
 FPC의 완공은 위판 물량을 직접 가공·판매하고 소비지역 대형유통업체와 직거래 추진으로 유통단계 축소 및 유통비용 절감은 물론 보다 신선한 수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환경 마련과 직결된다.
 
 또한 안전한 수산물 공급을 위해선 수산물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산지 위판장의 위생이 중요하다. FPC를 통해 저온 유통 인프라를 확충하더라도 모든 생산물량을 처리할 순 없다. 이에 품질위생관리형 위판장 전환을 통해 산지 위판장의 위생수준을 높이고 유통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연결되는 저온유통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하는 것이다. 유통은 각각 분리된 형태가 아닌 연결된 형태로 산지의 유통환경 재정비는 필수라 할 수 있는데, 수산물 유통구조개선에서 빠져선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소비지분산물류센터’다. 소비지분산물류센터는 산지와 소비지를 연계하는 물류기지로,  FPC에서 생산된 상품과 산지수협의 생산 상품을 분산, 판매하며 저온 유통을 통한 위생적인 유통환경 조성과 상품 경쟁력 강화의 한 축을 맡는다. 산지의 생산과 소비지의 분산이 맞물려 돌아가야 효율적인 유통망 구축으로 가격 안정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소비지분산물류센터는 지난 2015년 대구광역시와 인천광역시 두 곳에 조성될 예정이었다. 최초로 소비지분산물류센터가 조성될 곳은 대구광역시였다. 대구 소비지분산물류센터엔 물류분산장, 냉동창고 등 도매분산시설과 함께 수산물, 농축산물 등을 판매하는 수협 바다마트, 횟집, 수협은행 등이 구축될 계획이었으나 난항을 겪고 말았다. 그곳엔 수협공판장이 옮겨갈 예정이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대구 소비지분산 물류센터는 2014년 8월 착공됐어야 했다. 그러나 주민 민원 등의 문제로 결국 무산됐다. 그 곳엔 수협 대구공판장이 옮겨갈 예정이었다.
 
 수협 공판장 이전사업은 지난 2015년 초 해수부의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소비지분산물류센터 설치와 지원에 관한 구체적인 근거규정이 신설돼 전국에서 첫 시범사업 격으로 시작됐다.

 
 수협은 대구시 동구 신암동 공판장이 노후돼 개선이 필요하다며 동구 용계동에 1만 3천294㎡의 새로운 부지를 확보, 380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수산물센터를 건립, 이전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수협공판장이 이전되는 소비지분산 물류센터 예정부지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교통혼잡 예방대책마련 등의 이유로 공사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수협 측은 1년여 간 벌여 온 구청, 주민과의 협의가 모두 의미없게 되자 실망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 수협은 대구는 무산됐지만 두 번째로 추진 중이던 인천 소비지분산물류센터를 올해 착공할 예정이다. 인천 소비지분산물류센터는 수도권 소재의 물류센터로써 소비자가 밀집돼 있는 수도권 수요 수산물의 대량 수집·분산·통합물류체계를 구축, 효율적인 유통구조를 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완도금일수협 FPC 김 가공 현장. ⓒ박종면

 중단됐던 ‘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수산물 유통구조의 혁신을 예고했던 시작과 달리 세부 사업은 더디게 진행돼, 오는 2020년까지 20곳의 FPC를 건립한다는 당초 사업 계획은 어렵게 됐다. 핵심 시설인 FPC사업자 선정과 준공이 늦어진 것이 하나의 이유다.

특히 지난 2015년부터 해수부 예산엔 FPC 사업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FPC사업자 선정과 착공이 계속 지연된 원인으로 감사원의 무리한 지적과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의 미온적인 대응이 지목된다.

감사원은 기재부 총액예산 감사 과정에서 FPC사업의 총사업비가 500억 원이 넘는다는 점을 들며 국가개정법에 따라 예타를 실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FPC사업은 각기 사업별로 사업주체가 다르고 부지나 사업방향 등이 큰 편차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은 모든 FPC사업을 동일한 사업으로 봤던 것이다.
 
 이는 농림부의 APC(농산물산지유통센터)나 RPC(미곡종합처리장) 등의 사업 등을 미뤄봐도 형평성에 어긋나며 국가재정법이 규정한 예타의 취지에도 맞지 않았다. 감사원의 무리한 지적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기재부와 해수부의 미온적 태도도 FPC사업을 지연되게 만든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감사과정에서 지적사항이 있을 경우 이를 문서화하기 전에 관련 사실들을 적극 소명해야 했으나, 해수부는 FPC사업을 담당했던 당시 유통가공과장이 교체되면서 이에 대한 소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결과 감사원은 FPC사업을 예타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확정했고, 이 지적사항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기재부는 FPC사업예산을 배정할 수 없게 됐었다.
 
 해수부에 따르면 2016년 5월 말 기준 다수의 수협이 FPC사업을 희망했으나, FPC사업을 위한 예타를 실시하기 위해 필요한 부지 등을 확보한 곳은 2개소에 불과했다. 개소당 사업비가 50억~200억 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지를 확보한 2개소만 예타를 실시할 경우 국가재정법이 규정한 총 사업비 500억 원 또는 국비 300억 원의 기준에 미달하게 된다.  
 
 FPC사업이 예타 문제로 지연되면서 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도 차질을 빚었다. 이 대책의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던 FPC사업의 예산이 배정되지 않은 관계로 산지위판장의 시설개선사업마저 지지부진해진 것이다.
 
 수산물 유통구조개선 종합대책뿐만 아니라 정부정책에 따라 소비지분산물류센터를 건립하는 수협중앙회도 난감해했다. FPC사업을 단계적으로 확충하며 품질위생형 위판장 등에서 생산된 위생적이고 안전한 수산물을 소비지로 분산하는 것이 소비지분산물류센터의 목표였다.

그러나 FPC사업이 지연되며 공급기반이 애매해진 실정에 놓였었다. 이에 수협중앙회는 산지위판장에서 사업물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 경우 수협 소비지분산물류센터는 창고의 하나가 될 뿐 유통비용 절감과 저온유통체계 구축 등과는 거리가 멀어질 것으로 보였다.

 2018년부터 예산 배정 재개

 예비타당성 조사 실시 문제로 중단됐던 FPC사업이 오는 2018년부터 재추진될 전망이다.  앞서 감사원은 2013년 총액예산 감사에서 FPC사업의 총사업비가 500억원이 넘는다는 이유로 FPC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 2015년과 2016년 예산이 전혀 배정되지 못해 FPC건립사업이 사실상 중단됐었다.
 
 그러나 FPC사업은 사업자와 사업부지,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사업으로 보기 힘들단 점에서 감사원의 지적사항이 무리하다는 불만이 이어져왔다. 이런 배경에서 해수부는 여러 개의 FPC사업을 하나의 사업으로 묶어 예타를 준비하는 동시에 기재부, 감사원 등과 예타를 실시하지 않고 예산을 배정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의를 거쳤다.  그 결과, 이 문제가 지난해 말 극적으로 해결됨으로써 2018년부터 사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해수부는 내년부터 2021년까지 국비 192억(40%), 지방비 144억(30%), 자부담 144억(30%) 등 총 480억 원을 투입, 사업을 진행키로 하고 기재부와 예산을 협의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올 3~4월에 희망사업자를 공모해 5개 예비사업자를 선정, 4월까지 해당 지자체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 중 50~180억 원이 소요되는 2개소를 선정, 내년부터 건립 예산에 즉시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또 3개소(소규모 2, 대규모 1개소)는 2020부터 2년간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강릉시수협, 경인북부수협, 거제수협, 대형선망수협, 민물장어양식수협, 보령수협, 모슬포수협, 장흥 (주)스마트팜 등이 현재 FPC사업 희망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FPC사업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어업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추진된 사업”이라며 “어업인들이 산지에서 물량을 처리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지부진(遲遲不進)했던 FPC사업과 소비지분산물류센터 인프라 구축이 차질없이 진행돼 수산물 유통구조개선과 더불어 새로운 소비경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수협중앙회 지도경제사업 공노성 대표이사. ⓒ박종면

미니 인터뷰

수협중앙회 지도경제사업 공노성 대표이사

 “잘 가공된 다양한 수산물 살 수 있는 시스템 구축위해 소비지분산물류센터 부지 물색 중”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이라는 감사원 지적에 멈춰섰던 FPC사업이 기획재정부와 감사원의 의견 조율로 오는 2018년 재추진됨에 따라 수협중앙회도 소비지분산물류센터 건립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수협중앙회 지도경제사업 공노성 대표이사는 “순탄치 않았지만 내년부터 소비지분산물류센터 구축이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낙후된 유통시스템을 개선해 식품위생안전도를 높이고 수산물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공 대표는 “소비지분산물류센터 건립은 유통구조 혁신의 핵심축이다. 이것은 FPC로부터 온 수산물을 추가로 가공해 소비자에게 직접 유통하거나 대형마트에 도매로 공급하는 수산물 종합유통물류센터”라며 “이 센터에서는 내장과 부산물을 제거해 소비자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가공품 중심으로 유통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 대표는 “당초 대구에 소비지분산물류센터 1호점을 건립할 예정이었지만 교통체증, 악취 등을 이유로 드는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보상 요구 등으로 무산됐다”며 “소비지분산물류센터 1호점 건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었는데 1여년 간 벌여온 구청, 주민과의 협의가 모두 의미없게 돼 그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실망감으로 손놓고 있을 순 없는 일, 이에 공노성 대표는 “현재 인천 소비지분산물류센터 건립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더불어 부지가 비싸 조사 중이긴 하지만 수도권 시민이 1시간 내에 깨끗하게 가공된 다양한 수산물을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또 다른 소비지분산물류센터 후보지를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박종면·김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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