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한국수산의 미래
중국은 한국수산의 미래
  • 정만화 수협중앙회 상무
  • 승인 2017.02.1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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繩鋸木斷 水滴石穿 승거목단 수적석천

 

▲ 정만화 수협중앙회 상무

지난해 12월 20일은 한중 FTA 체결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중국은 세계 500대 기업이 진출해 있고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전되며 엄청난 중산층 유입으로 규모와 소득이 뒷받침되는 역동적인 구매력을 가진 국가이다. 의식주 중에서도 특히 먹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는 국민이므로 수산물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이런 중국을 우리의 내수시장으로 편입해 무한경쟁 위에 놓여 있는 사상 초유의 대규모 시장에서 전 세계의 프로들과 싸워 이겨야 한국수산의 미래가 있다고 본다. 얼마나 치밀하게 중국시장에 대비하는가에 한국 수산의 명운이 달려있다.

 

중국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첫째, 중국 쇼핑몰 등의 전자상거래 입점과 왕홍(網紅) 및 위챗(WeChat)을 활용해 인터넷 모바일시대에 대처해야 한다. 1980년대 출생한 빠링허우 세대라 부르는 1기 소황제들은 브랜드에 민감하고, 1990년대 출생한 주링허우 세대라 부르는 2기 소황제들은 모바일, 특히 SNS에 민감하다. 이들 밀레니얼 세대(millenials)는 전체 인구의 약 31%, 4억여 명이나 되며 세대별 차이는 있지만 자유분방한 사고를 갖고 가처분소득이 많아 구매력이 크다.

또한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의 기질이 있어 수입 수산물 신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높다. 이들은 전체 모바일 인터넷 사용량의 89%를 차지하고 합리적 소비성향을 갖고 있으며, 2000년대 이후 세대와 함께 소비를 주도할 계층이다. 특히, 1가구 2자녀 정책으로 인해 소비인구가 확대되고 소황제 소공주의 등장으로 고급 수산물 소비가 증가할 것이다.

둘째, 중국 전문가 확보와 대량 수요처의 발굴이다. 콴시(關係)가 비즈니스의 중요한 파트너인데도 불구하고 중국시장에 정통한 중국 전문가도 없이 진출할 경우 어려움이 많다. 향후 중국에서의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반드시 베이징대, 칭화대, 푸단대 출신 중 1명이라도 현지 인맥을 확보해 한국을 아는 중국 전문가로 등용해야 중국에서의 승산이 있을 것이다. 중국의 행정구역은 성급(省級)31개, 지급(地級) 334개, 현급(縣級) 2,858개, 향진급(鄕鎭級)이 4만 497개나 돼 개별적으로 접근이 어렵기에 기존 중국 수입업자와의 연계와 대량 수요처를 발굴하는 판매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중국인의 호감을 사는 발음과 뜻이 연결되는 브랜드 개발과 참신한 디자인으로 수출페어 및 박람회에 참가해야 한다. 기존의 어업박람회 참가는 물론 이제까지 참가하지 않았던 국제편리식품(간편식) EXPO 등에 참가해 조리하기 꺼리는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을 잡고, 야외 취미활동에 편리한 수산제품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또한 기프트 쇼(GIFT SHOW) 등에도 참가해 수산물도 기업의 선물용은 물론 명절이나 각종 기념일에 맞춤형 선물로도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널리 알려야 저변의 소비층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수산식품연구소를 설립해 새로운 수산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한국 특유의 제품을 널리 홍보해 판매하는 전략도 중요하지만 중국 고유의 맛에 맞는 제품 개발도 중요하다. 식용유를 예로 들면 상해는 올리브로, 산동은 땅콩으로 만든 것을 선호한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맛의 차이를 빅데이트 분석을 통해 소스별로 번호를 매기듯이 제품을 독자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김 종류에도 맛, 크기, 모양, 가격을 다양하게 적용해 제품을 개발하면 새로운 소비자가 형성될 것이다. 중국은 세계 각국의 수산물이 수입되므로 안전하고 맛있는 한국수산물의 차별화된 제품이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 모방, 복제를 넘어 높은 수준의 제품 개발이 있어야 한다. 부차적으로 쌍둥이 유효기간 표기, 전면인쇄, 알루미늄 포장제품, 특허, 등록, 자동재고관리, 제품유통기간 실시간 파악, 홈페이지 개발 등 꾸준한 내부노력도 필요하다. 이는 중국에서의 중요한 도전이면서 생존을 위한 전략이다.

연구소에 수산식품 플랫폼을 깔아 수산가공품의 개발을 무한대로 확장해 새로운 소비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인류의 미래먹거리를 풍요롭게 하고 한국수산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것이라고 본다.

다섯째, 중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세계 최대의 ‘한국수산밸리’를 중국에 건설하는 것이다. 수산복합단지, 가공공장, 전시관, R&D, 판매시설 등이 갖춰지면 세계의 관광자원이 될 것이다. 특히 어종별 가공공장은 전자상거래 시대에 대비해 지속적 물량 공급이 가능하고, 전량 한국수산물을 사용함으로써 식품안전성이 담보되며 저렴한 가공 비용과 중국 내의 물류비 절감은 제품 경쟁력을 제고시킬 것이다. 이제까지 수출이 되지 않았던 고등어, 갈치 등의 신선 어류는 원재료 형태로 ‘대중국 수출 수산품 목록’에 포함시킬 수 있음은 물론 경제 외적인 변수에 관계없이 통관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회원조합을 통한 수매는 계통판매제의 정착으로 이어질 것이고, 적정가격으로 구매하면 위판어가도 보장받아 생산어민의 소득도 증가될 것이다.

필자는 각종 행사나 강연 때 수협이 중국에 진출한 동기를 물으면 “한중 FTA 체결로 안전하고 맛있는 한국수산물을 다른 국가의 수산제품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소중한 이웃 중국 소비자의 식탁에 올려 안심하게 먹을 수 있도록 중국 정부 협조와 지원으로 진출하게 됐다”고 말한다. 송나라 나대경은 학림옥로(鶴林玉露)에서 ‘승거목단 수적석천(繩鋸木斷 水滴石穿)’이란 가르침을 주었다. 지금은 미약하지만 상호신뢰를 갖고 서로 연결 공유하면 어느 시기에는 공존의 빅뱅이 올 것이라 확신한다. 제품 생산과 거래에 합류와 상생의 가치로 이어지는 마음가짐과 접근이 선행될 때 중국은 기꺼이 한국수산의 미래가 되어줄 것이다.

 

PROFILE
정만화 수협중앙회 상무
정만화 상무는 부경대학교 수산경영학과를 나왔다. 1996년부터 수협중앙회에서 회장 비서실장, 연수원장, 감사실장, 상호금융부장, 기획관리부장, 조합감사실장, 수산경제연구원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리고 중국 위해(威海)에서 한국산 수산물의 판매, 수입대행 등의 업무를 위한 현지법인인 ‘위해수협국제무역유한공사’ 대표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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