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천재의 잘못된 충성
두 천재의 잘못된 충성
  • 이준후 시인/BCT 감사
  • 승인 2017.01.0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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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후 시인/BCT 감사

사람의 인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10만 명을 먹여 살릴지는 모르겠지만 국가운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있어서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우선 인재란 누구일까요. 또 21세기형 인재상이란 어떤 것일까요.

최고의 인재라고 평가받던 고위공직자 두 사람이 옥상에서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비슷한 나이의 두 사람을 보면 소위 천재라고 할 만한 학력과 이력을 가졌습니다. 국내 최고의 대학을 졸업했고 해외 명문대인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와 영국 옥스포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둘 다 수재임에 분명합니다. 그 후 한 사람은 공직자로 승승장구했고 다른 한 사람은 학교와 학계에서 실력발휘를 했습니다.

이번 정권에 들어서는 둘 다 대통령 수석비서라는 중요한 임무를 맡았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공직자로서의 금도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대통령의 지시를 충실하게 수행하려고 했다는 변명을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지시가 부당하여 위법한 것이었습니다.

승진과 출세는 수재들의 경로입니다. 출세를 위해서는 권력에 복종해야 하는 것, 어쩌면 필수이고 필연입니다. 그래서 ‘영혼이 없다’, ‘영혼을 팔았다’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하지만 누가 그 자리에서 임명권자의 지시를 감히 거역할 수 있을까요. “내가 그 상황에 놓이지 않은 걸 고마워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는 전임자의 토로가 솔직하게 들립니다. 그들은 현재의 처지에 대해 ’정치게임에 휘말리고 있다‘라고 말합니다만 위법한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둘을 잘 아는 사람이 말합니다. 그들은 ‘자기실현 욕구가 강하고 목표의식이 분명한 전형적인 성공지향형 관료’라고 지적합니다.

시대에 따라 그 인재상은 다르게 나타납니다. 잭 웰치는 미국 GE의 독재적인 경영자였습니다. 웰치는 20년 동안 GE를 이끌면서 기업 가치를 수십 배로 높인 전설적 인물입니다. 그는 수재형 인재를 선호했습니다. 직원들을 S, A, B, C, D 다섯 등급으로 나눴고, S급엔 많은 성과급과 특별승진으로 보상했습니다. 대신 최하위 등급자는 과감하게 퇴출시켰습니다. 매년 이런 방식으로 인사관리를 하면서 GE를 세계 최강 기업으로 성장시켰습니다. 그의 성공적인 성장전략은 당시의 모델이 되었고 너도나도 웰치를 따라 하기 바빴습니다.

그러나 웰치가 지휘봉을 넘겨준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웰치의 경영방식을 폐기했습니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멜트는 팀워크와 협동을 중시하는 경영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지나친 경쟁은 조직원의 인성을 파괴하고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며 조직 내 협력체계를 깨뜨린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21세기는 천재의 solo-leadership보다는 team-leadership의 시대입니다. 스타플레이어보다는 co-work이 더 효율적입니다. 천재의 독재가 아니라 하나로 뭉쳐진 팀의 희생과 인정이 필요합니다. 오케스트라의 제2 바이올린 주자는 각광은 받지 못하지만 그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그가 없으면 오케스트라는 음악을 연주하지 못합니다. 좋은 조직은 제2 바이올리니스트와 같은 좋은 2등 인재가 있는 것입니다.

2등 인재의 특징은 희생을 아는 사람입니다. 1등 인재가 자신의 성공만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2등 인재는 동료에 대한 희생과 함께 조직에 대한 충실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충실성이란 무조건적인 복종이 아닙니다. 2등 인재는 1등 인재 상사가 추진하는 계획이나 프로젝트가 조직에 불이익하거나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솔직하게 지적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조직으로서는 이런 인재들이 장기적으로 매우 소중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2등 인재라고 승진과 출세를 무시하지 않습니다. 1등 인재가 오로지 출세지향적이라면 2등 인재는 균형지향적이라고 하겠습니다. 일과 생활의 균형, 출세와 인간관계의 균형을 지향합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지내는 것을 일만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당연히 가족과의 시간, 친구나 동료와의 시간을 같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2등 인재의 다른 특징은 소위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상사와의 관계에서 정직합니다. 삶의 목표가 출세에 몰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일 자체에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이들은 갈등관리에 관심이 많습니다. 주어진 목표달성과 같은 성과관리에도 관심이 많지만 그 만큼 부하나 동료직원들이 어떤 것에 힘들어 하는지, 무슨 문제가 있는지 조직내 갈등관리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러한 갈등과 문제들을 네트워킹과 소통을 통해 해소하고 조정하려고 노력합니다.

현대의 경영은 목표달성과 실적관리도 중요시 하지만 의사소통과 갈등관리도 주목합니다. 수재형 구성원들은 자신의 성과관리와 성공지향만을 추구합니다. 성장기에는 이런 인재들이 필요합니다. 이들은 보스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성숙기와 위기시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보스충성심이 아닌 조직충성심이 강한 인재들이 필요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충성심, 이를 도덕성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보스에 대한 충성과 조직에 대한 충성을 혼동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현 시대는 도덕성과 조직충성심을 갖춘 2등 인재들의 팀리더쉽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재형 고위 공직자들의 뒤 늦은 탄식은 새겨두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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