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 중국의 어불성설
사드(THAAD), 중국의 어불성설
  •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전문위원
  • 승인 2016.08.31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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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전문위원

사드(THAAD) 배치와 관련하여 중국의 태도는 안하무인(眼下無人)과 같습니다. 무역보복 운운하며 힘을 앞세운 중국의 태도는 어불성설, ‘루미의 우화’를 생각하게 합니다.

‘루미’는 이솝 우화 등 많은 우화를 수집하고, 이를 재창작해 낸 이슬람의 천재시인이었습니다.

늑대와 여우가 사자굴 입구를 기웃거렸습니다. 사자가 불러 왜 그러느냐고 물었습니다. 굴에 들어가 늑대가 공손하게 말했다. "대왕님, 사실은 저희가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그냥 한 가지 제안일 뿐입니다."

"말해봐." 사자가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늑대가 여우를 바라보자 여우가 입을 열었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대왕님께서 저희와 함께 팀을 이루어서 사냥을 하시는 게 어떨까 해서요. 그럴 수만 있다면 우리는 환상의 팀이 될 텐데요." 늑대가 거들었다.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짐승들을 쉽게 잡을 것입니다."

그들은 한 시간도 안 되어 들소와 산양과 토끼를 한 마리씩 차례로 잡았습니다. 그것들을 늑대와 여우가 탐욕스런 눈으로 노려보았습니다. 그것을 보고 사자가 늑대에게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자, 이제 이것들을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어디, 나이 많은 자네가 먼저 말해보게.

늑대가 대답합니다. "예, 대왕님. 이 셋 가운데 들소가 가장 큰 짐승이니 마땅히 대왕님께서 차지하십시오. 산양은 들소보다 작고 토끼보다 크니 대왕님보다 작고 여우보다 큰 제가 갖겠습니다. 그러면 토끼는 자연스레 여우 몫이 되겠네요."

그 말을 들은 사자가 크게 화를 내며 으르렁거렸습니다.

"감히 내 앞에서 몫을 나누려 하다니? 괘씸하구나! 백수의 왕인 내 앞에서, 나는 이것을 가질 테니 당신은 저것을 가지라고? 건방진 놈!"

그러고는 갑자기 덤벼들어 늑대의 숨통을 끊어버렸습니다.

다음, 여우에게 물었습니다. "어떠냐? 이제 네 생각을 들어 보자."

여우가 벌벌 떨며 말했습니다. "대왕님, 살찐 들소는 아침 식사로 드시고 기름진 산양은 점심 식사로 드시고 저녁 식사로는 맛있는 토끼를 드십시오."

사자가 흡족하여 말했습니다. "과연 지혜로운 여우로구나. 내가 상으로 이것들을 모두 너에게 줄 테니 두고 두고 먹도록 하여라. 그런데 도대체 그런 지혜를 누구한테 배웠느냐?" 여우가 대답했습니다. "금방 늑대가 죽으면서 가르쳐 주었어요."

중국은 국제정치라는 숲속에서 사자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자라고 숲속의 질서를 혼자 좌지우지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국내에 첨단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우리의 안전과 보호를 위하여 우리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중국의 첨단무기 개발과 배치를 반대한 적이 있던가요. 중국은 다시 중화질서, 주변 국가들을 무릎을 꿇리고 조공을 바치고 섬기던 예전의 중화질서를 다시 재건하려는 것인가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정치적 문제를 경제적으로 보복하려들다니, 이상핍정(以商逼政), 정치외교를 경제로 겁박하는 것입니다.

이는 선례가 충분히 있습니다. 지난 2000년 우리 정부가 국내 마늘 풍년으로 인한 시중 마늘 값 폭락을 이유로 중국산 마늘에 대한 긴급관세를 부과했을 때 중국은 한국산 휴대폰과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보복조치를 대응했습니다. 결국 우리 정부는 그 보복조치에 져 긴급관세 부과를 철회하고 말았습니다.

일본정부도 이런 보복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2010년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어선 선장과 선원 15명을 일본 순시선이 국경침범을 이유로 나포하고 억류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전자제품에 필수적인 희토류(稀土類)의 일본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이에 견디지 못한 일본은 결국 불법조업과 공무집행 방해혐의로 체포한 중국인 선장을 풀어주고 말았습니다. 풀려난 선장은 고향으로 가 영웅이 되었습니다.

현재 사드는 배치결정만 했을 뿐 배치지역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중국의 대응은 아직 준법투쟁 단계로 보입니다. 우선 상용비자에 대하여 사실상 발급제한을 조치하였습니다. 한류로 일컬어지는 대중문화 합작에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방송이 금지되고 예정된 합작이 취소되거나 미뤄지고 있습니다.

특별한 것은 사소할지 모르지만 중국 공안당국의 한국인에 대한 ‘주숙(住宿) 등기’ 강화입니다. 중국을 방문하는 사람은 장·단기를 불문하고 24시간 내에 숙소에 여권을 제시하고 신고를 해야 합니다. 이를 ‘주숙등기’라 하는데 보통은 하지 않고 지내왔는데, 공안에서 작심하고 단속하면 엄청난 불편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는 아직 시작단계로 준법투쟁에 속합니다. 중국은 지금이라도 한국내 사드배치를 철회하라고 기회마다 다그칩니다. 실제로 사드배치가 현실화되면 중국의 대응은 보다 강화될 것입니다.

사드 배치가 북한의 미사일 방어에 도움이 된다 안된다, 말이 많습니다. 배치 지역과 관련해서도 님비(nimby)현상이 극을 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 내부에서 결정하고, 감당해야 할 문제입니다.

지금 중국의 국력은 세계최강, 숲속의 사자와 같습니다. 우리는 그 입장이 어디에 있을까요. 늑대인가요, 여우인가요. 중국은 지금 국력을 믿고 중화주의에 빠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또한 우화 속에 늑대처럼 철없이 덤비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여우처럼 비굴하게 군다는 것, 더더욱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지혜가 필요합니다. 대결도 굴복도 아닌 지혜가, 절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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