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당 행정이 수산업 망친다
선무당 행정이 수산업 망친다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6.06.3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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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욱 본지 발행인
사례Ⅰ - 고등어구이가 미세먼지의 주범?

지난 5월 31일 정부세종청사 6동, 대형선망수협 임직원들이 환경부 청사에 들어섰다. 얼핏 보면 해양수산부에 볼 일이 있는 어업인들이 잘못 찾아온 것이 아닌가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이들은 애초에 해수부로 가려던 게 아니었다. 지난 5월 23일 환경부는 미세먼지와 관련, 요리할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에 대한 실험 결과 고등어구이가 미세먼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고등어를 구울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 농도가 대기 미세먼지 주의보 수준보다 무려 25배나 많다고 했다. 이 발표 이후 고등어 소비가 줄고 고등어 가격이 떨어지면서 어업인 피해가 심각해지자 대형선망수협 임직원들이 환경부를 전격 항의 방문하게 된 것이었다. 그들은 간부급 인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간부급 인사들은 모두 자리를 비웠다는 말을 듣고 사무관과 주무관급만 만나고 돌아왔다.

6월 3일, 앞서 정부세종청사를 찾아왔던 이들이 다시 환경부 건물에 들어섰다. 이번엔 부산공동어시장, 부산고등어식품전략사업단, 부산공동어시장 중도매인협회 임직원들과 함께였다. 지난번 방문 이후 환경부 반응이 미온적인 데다 주부들의 고등어 기피현상이 더 심해져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해당 부처 고위간부를 만나 단단히 따질 것이라고 벼르고 찾았지만 간부는 자리를 피하고 담당 행정관에게 자신들의 입장만 전달하고 돌아서야 했다. 왜 하필 미세먼지의 주범이 서민들이 즐겨 찾는 국민생선 고등어로 오인하게 만들었느냐, 실험방법이 잘 못된 것 아니냐며 억울한 심정을 강력히 항의하고 돌아왔지만 어업인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3일 뒤인 6일, 환경부는 해양수산부·국무조정실과 함께 보도 자료를 내고 “지난달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는 실내 환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고등어가 미세먼지의 주범은 아니다”며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당초 발표의도가 잘못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값은 폭락하고 생선구이를 기피하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난 뒤 해명이라니! 이것이야 말로 뺨 때려놓고 미안하다 사과하는 꼴이 아니고 무엇인가?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정국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고등어 문제를 발표했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두 차례에 걸쳐 환경부를 방문했던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평생 환경부에 갈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해봤다며 허탈해 했다. 그들이 만났던 환경부 직원 역시 대형선망수협이라는 생산자 단체가 있는 줄도 몰랐다고 했단다. 공무원들의 탁상행정, 무사안일에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

사례Ⅱ - 보상금 노리고 중국어선 나포했다고?

지난 6월 5일에는 서해 북방한계선 연평도 해역에 나타난 중국어선 2척을 나포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국민들은 한결같이 오죽 답답했으면 고기잡는 어업인들이 저 난폭한 중국어선을 나포할 생각을 다했겠냐고 이구동성으로 혀를 찼다. 심지어 ‘정부는 없다’는 탄식까지 들려왔다. 남과 북이 대치해 있는 북방한계선 부근 질서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기관은 해군과 해경이다. 해양수산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다보니 고등어 미세먼지 사태처럼 해수부를 탓하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해수부 간부가 싹쓸이 조업에 대한 대책을 묻는 수산 관계자에게 어민의 입장에서 답하기보다 그들의 ‘의도’를 의심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 해수부 간부는 ‘군사접경지역인데 접전을 불사하고 해군이나 해경이 그 지역에 들어가 중국어선을 단속해야 되겠냐’고 따져 물었다는 것이다. 그 간부는 해수부가 어민들의 피해가 심각한데 절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 아니며 이미 여러 차례 연평도를 다녀왔고 어업인들도 만나봤다고 억울해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오히려 어민들이 순수하지 못한 ‘의도’를 갖고 있다는 식으로 발언했다는 것이다. 그가 어업인들을 만나고 돌아오려는데 말미에 보상 이야기가 나오더라는 것이다.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 5도 주민들이 지리적 이유 때문에 남북 대치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서 서해5도 특별법을 제정해 보상을 해주고 있는데 또 특혜를 달라고 한다고 말했단다.
 
수산업 발전과 어업인 권익향상, 복지증대를 위해 일해야 할 해수부 간부가 어업인들의 ‘의도’를 의심했다고 하니 그가 과연 대한민국 공무원인지 중국 공무원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그의 눈에는 우리 어민들의 중국어선 나포가 보상금 몇 푼 더 받아내기 위한 ‘이벤트’쯤으로 보였던 것은 아닌지, 정말 한심한 생각이 든다.

사례Ⅲ - 불법폭력시위 상인에게 보상하라고?

바다의 날인 지난 5월 31일 노량진수산시장. 칼부림 사건 피해자인 수협노량진수산시장(주) 경영본부장이 퇴원 후 출근한 지 1주일 만에 점심도 대충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부랴부랴 서울시로 향했다. 전날 동작구청 특강에서 노량진 현대화시장 입주문제를 두고 찬반양론으로 갈려 격렬하게 투쟁했던 상인들의 피해에 대해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박원순 시장 발언의 부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서울시 간부를 만나기로 했던것이다. 박 시장의 발언 의도와 그에 대한 해명을 듣고 수협 측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바다의 날에 바다가 아닌 서울시로 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칼부림사태가 벌어졌을 때 해수부에서는 병문안을 다녀오는 수협중앙회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할 것인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현대화시장 입주 반대상인 규탄대회가 열려 전국 어업인 2,000여명이 모여 대대적인 행사를 할 때에는 주무관 1명만 나와 현장을 보고 갔다.

수산 관련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해수부 담당 직원이 현장으로 달려가는 등, 문제해결에 많은 노력을 기우려 왔는데 왜 해수부가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해수부는 억울하다고 할 것이다. 연평도에 3번이나 다녀왔고 고등어 미세먼지 사태 때에도 국무조정실과 함께 해명자료를 냈고, 노량진수산시장에도 담당과장이 다녀갔고, 서울시에도 담당 국장이 직접 찾아갔는데 말이다. 해수부 장관도 노량진수산시장을 다녀가기는 했다.

그런데 사태를 파악하고 대책 보고하라고 지시만 내린다고 해수부가 할 일을 다 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음가짐, 진정성, 적극성이 결여돼 보이기 때문에 답답한 것이다. 그들은 고등어 미세먼지 사태 때 뒷북만 치고 있었고, 연평도 어민들을 보상금 받으려고 떼쓰는 사람으로 전락시켰고, 40cm 회칼에 난도질당했던 노량진시장 법인 임원을 바다의 날에 바다가 아닌 서울시로 달려가게 만들었다. 대한민국 어민들이 뒷북만 치고 있으라고 해수부 부활을 노래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선무당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환경부, 서울시는 말할 것도 없고 해양수산부마저 전문지식도, 문제의 핵심도, 수산업에 미칠 영향마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선무당 칼춤추듯 설쳐대고 있으니 나라의 장래가 참으로 걱정스럽다. 공자(孔子)가 말했듯이 식(食)과 병(兵), 즉 경제와 국방도 중요하지만 무신불립(無信不立)-지도자가 신뢰를 잃으면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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