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몰’ 공영도매시장의 미래를 그린다
‘가락몰’ 공영도매시장의 미래를 그린다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6.04.01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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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 현대화사업 1단계 현장을 가다>
31년 전통의 시장에서 현대화된 종합식품시장으로 변모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판매동과 식문화를 즐길 수 있는 다섯 개 테마동
신선한 상품 공급 위한 기반시설 바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 기대

개장 31주년의 가락시장이 현대화된 시설로 재탄생했다. 시장 현대화사업 1단계를 마무리하고 일부 영업에 들어간 가락몰은 국내 첫 농수산물 공영도매시장으로 오랜 기간 농수산물 유통의 핵심 축을 담당하면서도 오랜 세월을 지내며 노후화된 시설과 주차난, 오염 등의 문제를 안고 있던 가락시장이 현대화라는 변신을 통해 첫 선을 보인 공간이다.

가락몰에는 기존에 시장의 북, 서쪽에 흩어져있던 수산, 축산, 청과 직판장과 다농마트, 식품종합상가 등 소매시설과 식당 등 편의시설들을 한 공간에 모았다.

가락몰은 청과, 수산, 축산, 식자재 등 직판장이 모인 판매동을 중심으로 각각의 특색을 가진 6개 테마동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무실, 편의시설, 도서관 등이 위치한 업무동으로 이뤄져 있다.

테마동은 회센터, 수산물 전문식당 등이 자리한 Table A동, 한국의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Table B동, 친환경 특화 건물인 Table C동, 전통식품과 지역특산품을 알리는 Table D동, 육가공 매장과 정육식당 등 있는 Table E동 등으로 구성된다.

▲ 가락몰의 개장과 함께 특히 성장이 기대되는 부류가 ‘수산’이다. 지하철 출구에서 나오자 마자 보이는 A동에 위치한 회센터와 씨푸드 식당. 판매동 1층의 수산직판장은 접근성이 향상된 것은 물론, 대규모의 냉장·냉동시설을 갖춰 보다 신선한 수산물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대중교통 이용한 접근성 좋아져…신고객 창출 기대

달라진 가락시장의 모습은 시장을 방문하기 위해 가락시장역에서 하차하는 순간부터 느낄 수 있다. 역 1번 출구가 가락몰의 입구와 바로 연결돼 있어 출구를 나오자마자 회센터의 간판을 확인할 수 있다.

각각의 시설들은 옥상정원,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각각의 특화된 공간이면서도 하나의 공간으로 합치되며, 원하는 매장만 단독 방문도 원스톱 쇼핑도 용이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가락시장역은 3호선과 8호선이 운행되고 있으며, 가락몰과 마주하는 가락시장역 정류소에는 광역, 직행버스를 포함해 50여개 노선의 버스 정차해 대중교통을 통한 시장 방문이 한층 수월해졌다. 이달 중에 가락시장역과 가락몰 지하 연결 통로 공사가 마무리되면 역에서 지상출구로 나오지 않고도 바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시장의 접근성 향상은 새로운 고객 창출에도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치상 호재가 가장 크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곳은 씨푸드매장이 자리하는 Table A동이다. 1층에는 회센터, 2층에는 한영 가락활어회·씨푸드 위치하고 있는 A동은 가락시장역에서 출구로 나오는 동시에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가락몰의 시설이다.

위치상의 강점을 증명하듯 보통 저녁시간에 북적이는 회센터에서, 낮부터 신선한 수산물을 즐기러 온 방문객들은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2층의 씨푸드 식당은 300여석의 공간을 자랑하며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특색 있는 수족관으로 방문객들을 사로 잡았다. 창가의 좌석 자리는 점심시간임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으며, 저녁시간에는 예약 없이는 앉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기존에 수산시장 안에 자리했던 회센터와 수산물 식당은 자동차로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었으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시장 안쪽까지 걸어 들어가야 찾을 수 있어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

▲ 가락몰의 최대 장점은 ‘원스톱 쇼핑’이다. 식품은 물론 주방용품, 식자재 등을 구입하고 외식까지 한 공간에서 가능하도록 구성돼 있다. 사진은 회센터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방문객들(왼쪽)과 15만품목을 갖춘 주방용품 전문점(오른쪽)의 모습.

신선한 상품은 기본, 주방용품 쇼핑에서 외식까지

가락몰의 중심부에 자리한 판매동은 3월 중순 방문 당시 입주 준비로 한창이었다. 수산직판장의 경우 이전 대상 286개소 전부 계약이 완료돼 지난달 말 기준 24개소가 영업 중이며 나머지 점포의 경우 이달 패류, 건어 부류 등이 이전을 계획하고 있어 5월 안에 모든 이전이 완료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산직판장은 가락몰 판매동 1층에 자리한다. 기존에 수산매장의 위치는 시장 안쪽에 자리해 처음 방문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불편한 점이 있었다. 이전한 수산직판장은 회센터 입출구와 바로 연결돼 새로운 방문객들이 진입하기에 수월해졌다. 일부 이전을 서두른 유통인들이 가락몰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은 것이 위치상 이점이라는 후문이다. 또한 1층에는 축산직판, 지하 1층에는 청과직판장이 자리해 구매동선이 짧다는 이점이 있다.

냉동·냉장창고와 가공처리시설이 지하 2층에 6,286㎡ 규모로 조성돼 수산물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변화이다. 수산물의 경우 특성상 부패가 빠르고 오염 우려가 높아 냉장·냉동시설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기존에는 시설을 확충할 수 있는 공간 부족 등의 문제가 있었다. 가락몰의 대규모 영업지원 시설은 안심하고 수산물을 구입하고 먹을 수 있는 신뢰의 상징인 것이다.

판매동의 특징 중 하나는 식품과 관련된 모든 쇼핑이 한 곳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하 1층의 청과매장, 지상 1층의 수산·축산매장에서 신선식품을 구매하고 2층으로 올라가면 주방용품아울렛인 ‘한주주방’과 식자재전문매장 ‘가락원’이 자리하고 있다.

한주주방은 15만여 가지에 달하는 식기, 주방기구, 조리도구 등의 품목을 갖추고 있다. 특히 가격이 저렴해 일반 소비자와 업소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식품에서부터 생활용품까지 판매하는 ‘가락원’ 역시 신선식품을 직접 가공해 판매하는 방법을 통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외식업체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까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오는 5월까지 건강식품, 포장용품 등의 매장이 입점하게 되면 다양한 식자재를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판매동 본연의 모습이 갖춰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3층에는 식당가가 들어섰다. 3월 말 기준 정육식당, 한식당, 횟집 등이 영업을 시작했으며 다양한 먹거리 매장이 입점할 예정이다.

▲ 판매동에 자리한 2층에 자리한 식자재 전문매장(왼쪽)과 3층 식당가의 모습. 가락몰의 각 동과 층은 외식, 식품 관련 상품 쇼핑, 식문화 홍보 등 테마를 가지고 꾸려졌다. 이 같은 구조는 오는 5월 모든 업체가 입주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되면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가락몰 수산협동조합연합회, 서비스의 혁신을 주도한다

지난 3월 10일 설립된 ‘가락몰 수산협동조합연합회’는 현대화 시장의 성패는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유통인들의 역할과 변화에 달려있다는 의식 아래, 1년여의 준비 기간을 가지고 가락몰의 개장과 맞춰 정식으로 설립됐다.

연합회는 A동 1층 회센터 상인들로 구성된 청정해수산협동조합을 비롯해 동해수산협동조합, 서해수산협동조합, 남해수산협동조합, 제주해수산협동조합 등 다섯 개 단위 조합으로 구성되며 매월 정기회의와 분과 회의 등을 통해 수시로 의견을 나누며 시장 서비스를 개선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연합회 김숙현 회장은 “유통인은 시장의 주인이 아니라 먹거리 제공이라는 중요한 서비스를 담당하는 시장의 일원”이라며 “연합회는 유통의 변화와 소비자의 트랜드에 따라 시대에 맞는 유통인의 역할을 강화하는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연합회는 시장의 개선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건의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유통인들 스스로 서비스 품질을 향상하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좋은 상품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신뢰받는 유통인으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이다.

연합회는 현대화된 시설에 걸맞는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QR코드를 간판이나 매장에 부착해 소비자들이 QR코드를 찍으면 매장의 상호, 위치, 전화번호 등의 기본정보와 함께 판매하는 품목과 가격 등을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명함을 통한 홍보보다 많은 정보를 손쉽게 제공할 수 있으며, 유통인의 실명과 품목, 가격 등이 투명하게 공개돼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굳이 시장에 오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을 통해 매장의 상품 정보를 확인하고 배달까지 서비스를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다방면에 활용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명함으로 인한 오염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또한 가락몰 직판장의 매장 면적이 좁다는 의견에 따라, 간판 위에 수납공간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대안 없는 반대 보다는 함께 개선방안을 고민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연합회는 유통 중간과정에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 직거래 등을 통해 신선한 상품을 보다 싸게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바가지나 저울 눈속임 등에 대한 유통인 스스로의 자정기능을 수행할 계획이다.

▲ 국내 첫 농수산물 공영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은 현대화 된 모습 속에서도 우리 식문화와 사람이 함께하는 공간을 꾸려 시장 본연의 의미를 잃지 않고자 했다. 도심텃밭을 꾸리고 문화공연이 열릴 옥상정원(왼쪽)이 자리하며, 식품특화 도서관으로 꾸려질 도서관은 어린이 자료실(오른쪽)을 마련해 아이들이 우리 농수산물의 소중함을 알아갈 수 있도록 했다.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닌, 식문화와 사람이 공존하는 시장으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이달 중 가락몰의 대부분의 매장이 입점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 영업을 시작했으나 본격적인 개장은 5월이 될 것으로 전했다.

아직 시설 공사가 진행되는 곳이 많아 어수선한 가운데에서도 친환경관인 C동에 위치한 유기농전문매장인 ‘새농’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한 후 바로 카트를 끌고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지하주차장으로 향하는 모습, 옥상정원의 통로를 따라 주방용품매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모습은 이전의 가락시장에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이었다.

이 모습이 ‘전통재래시장의 특성을 잃어버린 대형마트화’라는 쓴소리도 있다. 물론 가락몰은 시장 외연의 모습은 시장보다는 ‘mall’의 모습을 닮았다. 그러나 곳곳에서 우리 식문화를 알리고 사람과 함께하기 위한 노력들도 찾을 수 있다.

업무동에 4층에 위치한 도서관과 어린이 도서관은 가족단위 방문객들의 휴식처가 되어주며 이후 식품관련 도서들을 전면에 배치해 식품전문 도서관의 형태를 갖출 계획이다. 한 층 내려와 3층의 쿠킹스튜디오는 우리 농수산품으로 직접 요리를 만들고 먹는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건강한 식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려진다. 또한 식문화관인 B동에는 각 지역의 특산품을 홍보하고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채워질 계획이다.

옥상정원은 각 건물 3층을 연결하는 통로이자 도심정원으로 지역주민이나 방문객들이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텃밭을 운영해 직접 농산물을 재배하는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 모든 공간이 연결되면 식재료가 생산되고 식탁에 올라 먹기까지의 과정을 ‘가락몰’에서 체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아직 개선해야할 사항도 많다. 판매동의 물류이동을 더 원활히 하기 위해 시설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며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유통인들의 건의에 따라 시설 확충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31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시대의 변화를 그대로 짊어졌던 가락시장이 현재의 유통환경과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공간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단번에 이뤄질 수는 없을 것이다.

겉모습이 화려하게 변화해 생소하기도 하고 이전 과정에 다소 갈등상황도 발생했으나, 앞으로 미래 가락시장의 30년을 만들어가기 위한 진통이라고 유통인을 비롯한 시장 관계자들은 말한다. 국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져온 공영도매시장의 맏형, 가락시장은 변화를 거듭하며 여전히 그곳에 있을 것이다.



▲ 김숙현 가락몰 수산협동조합연합회장. ⓒ박종면
Interview 김숙현 가락몰 수산협동조합연합회장

 

“현대화 시장은 시설과 제도, 유통인이 함께 꾸려가는 것”

가락몰 수산부류 유통인들이 하나의 뜻을 가지고 뭉친 ‘가락몰 수산협동조합연합회’의 김숙현 회장은 “시장은 소비자와 생산자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연합회는 유통인들의 이익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를 조망함으로써 제도와 서비스의 개선을 주도, 진정한 현대화 시장을 꾸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김 회장은 “개장 31주년을 맞은 가락시장은 개장 당시 물동량의 두 배 이상을 처리함으로써 건물 노후화, 오염 문제 등을 안고 있었으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현대화는 시장의 미래 30년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을 앞두고 공사와의 갈등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현대화사업에 모든 유통인이 100%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공영도매시장은 결코 유통인들의 사유재산이 아닌 바, 대안이 없는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현실성 있는 개선안들을 같이 고민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표했다. 특히 비공식적인 거래 등을 위해 기존의 자리를 고수하는 일부 유통인들은 시장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길 바란다고 권고했다.

그가 그리는 가락몰의 모습은 단지 시설의 현대화뿐만 아니라 무질서와 고질적인 관행들을 바로 잡아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유통인의 역할을 다하고 이로써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시장이다.

김 회장은 “이중경매 등에 의한 유통거품을 개선하기 위해 직판상인, 도매법인, 중도매인 등 모든 유통인들이 수집, 분산, 서비스 등 각자의 역할을 더 충실히 해내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현대화에는 제도적인 변화가 수반돼야 하며 이와 동시에 유통인들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무적상인(노점상인)들은 시장을 무질서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유통인의 사기를 저하하고 소비자들에게 저품질의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발생하는 시장 이미지 훼손 등의 문제를 안고 있으므로 공사의 단호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식주 중에 ‘식’은 생(生)의 가장 기본 조건이다. 김숙현 조합장은 “시장에서 장을 보고 집에서 음식을 해먹던 시대가 지나고 1인가구, 맞벌이 증가로 인스턴트식품 등 간편식 선호도가 높아졌으나, 이 세대가 다시 건강을 위해 음식을 해먹기 시작하고 있다”며 “김치를 담가본 적이 없는 젊은이가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야하는지 고민할 때 그 젊은이의 어머니가 장을 봤던 우리 시장에서 그 정보를 어플,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려주고 배달까지 해주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숙현 조합장의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소신’이 만들어갈 미래 가락시장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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