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 상생의 길은 없는가
노량진수산시장 상생의 길은 없는가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6.03.31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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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욱 본지 발행인
노량진수산시장의 막장드라마 - 끝은 어딘가 ?

막장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막장드라마에는 이성적 판단이나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금도(襟度)는 사치스런 허사(虛辭)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를 혼돈과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던 막장드라마를 우리는 수도 없이 경험해 왔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파동이 그러했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우리나라 수산물에 대한 터무니 없는 기피현상으로 어업인들이 파산직전까지 내몰렸던 일을 우리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시민운동권이나 이익집단의 단체행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합법적인 저항권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법적으로 보장된 저항권이라 하더라도 권리에는 반드시 지켜야할 의무와 법률적 한계가 따르는 법이다. ‘사회적 약자’ ‘생존권 수호’ 라는 운동권의 상투적 구호에 매달려 법과 원칙과 합리적 타협을 거부하는 막장드라마는 이제는 끝내야 할 때가 되었다. 떼법, 탈법 위에 군림하는 자(者)들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얘기다.

얼마전 노량진수산시장 상인으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이 왔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저질스러운 말로 가득찬 이메일이었다. 발신인은 노량진수산시장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이하 현비연) 홍보부장을 맡고 있는 ㅊ수산 송모씨였다. 지난 3월호 권두언 칼럼에 불만을 품은 상인 대표의 사사로운 반응이었다. ‘탈법, 떼법-이제는 그만 하자’ 제하의 권두언 주제는 빗나간 주인의식이 수산업을 망친다는 것이었다. 이에 송씨등이 발끈한 모양이다.

물론 본인들의 주장을 지지하지 않으면 반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불만의 표출 방법이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저질 험담으로 대응하는 모습에서 미성숙한 시민의식의 한 단면을 또 다시 보았다. 노량진수산시장 정상화를 위해 그동안 수협 임직원들이 겪어야만 했던 인내와 노고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 일이었다.

억지와 폭력 중단, 합리적 대안으로 살길 찾아야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16일 새벽부터 새로 지어진 현대화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경매가 시작됐다. 시장을 관리 운영하는 수협노량진수산(주) 법인 사무실은 2월말에 이미 이전을 마치고 상인, 중매인, 식당 등의 유통 관계자들은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3월 15일까지 새 건물로 입주할 것을 공지했다. 이에 따라 입주를 완료한 상인들과 중매인들도 있지만 이전을 거부하는 상인들이 옛 시장을 무단점유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결국 사단이 났다. 새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의 입주를 거부하며 옛 시장을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일부 상인들이 옛시장(사유지)에 무단으로 전기를 인입하고 간이탁자 등을 설치해 간이식당 영업을 준비하면서 법인 직원들과 충돌을 한 것이다.

수협노량진수산(주) 측에서는 옛 시장 건물의 노후화로 건물 안전성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만큼 시설안전 및 식품위생 안전성 확보를 위해 불법적으로 설치된 시설물에 대한 철거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며, 또한 옛날 시장은 수협소유의 사유지로서 , 상인들의 무단점유 시도가 계속될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동안 수협노량진수산(주) 측에서는 상인생계대책위원회 대표자와 13차례 협의를 진행했으나 그 이후 전국빈민연합 등 외부운동권단체가 개입함으로써 실현 가능성이 없는 옛 시장 리모델링만을 주장함에 따라 현대화시장 운영과 관련된 건설적인 협의가 답보상태에 빠져들고 말았다. 상인들의 불법점유가 지속될 경우 수산물 원산지 관리문제등, 유통체계의 혼란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수산물 안전성 문제, 시장주변 불법주차 및 시장 내 무질서 등으로 옛 시장의 슬럼화가 예상돼 그 피해가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어민과 수산물 유통업계 전반에 파급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비연 측과 법인측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15일 현비연 발대식이 있던 날에는 강명석 수협노량진수산(주) 대표이사에게 기존 주차장 폐쇄에 대한 사죄를 요구하며 법인 사무실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출입문과 유리창을 파손하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 뿐만아니라 영업장 위치를 결정하는 자리 추첨을 무력으로 방해하기도 했었다.

이런 소요에 대해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은 “원칙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현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인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해서 진행했고, 설계 과정에서부터 완공 후 임대료 결정에 이르기까지 수십 차례 협의하고 최종적으로 합의해서 상호 간에 공식적인 문서로 약속한 기록들도 다 남아 있기 때문에 저쪽(현비연)은 명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한 노량진수산시장은 어업인들이 출자해 만든 협동자조조직인 수협이 운영하는 공영도매시설로, 어업인들의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기 위한 기능과 역할을 가진 곳이고, 사회적 약자인 어업인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시장운영의 제1차적 목표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이 자신들의 사유재산인 것처럼 여기며 상식을 벗어난 요구를 남발하는 상인들의 행태는 어렵게 살아가는 어민들의 재산을 빼앗고 자신들의 배를 채우겠다는 뜻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상식을 벗어나 명분 없이 입주를 거부하고 비현실적 사항을 요구하는 이전반대 상인에 대해서 수협은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뜻을 확고하게 밝힌 것이다.

상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옛 시장과 새 시장을 비교하면 새 시장의 평면적이 좁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편법으로 통로까지 점유해서 넓게 썼던 과거의 면적보다 좁다면서 새로 지은 건물로 이전하는 것 자체를 폭력으로 반대하는 것은 도(度)를 넘어선 불법행위임에 틀림이 없다. 김임권 회장의 말대로 공식문서로 약속한 기록들이 그대로 있는데 “몰랐다, 옛 합의는 무효다”라고 주장하며 버티는 것은 법과 원칙이 지배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처음 상인생계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을 때는 새 시장 판매자리가 좁다, 임대료가 비싸다며 반대하더니 현비연 출범을 전후로 ‘전통시장을 지켜야 한다’며 시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속내는 감춘 채 그럴듯한 명분을 쌓으려는 것이라는 걸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이전을 거부하며 옛 시장에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상인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면, 언젠가 새로운 건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버틸 수 있는데 까지 최대한 버텨 더 많은 것을 얻어 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새 시장이 지어지고 옛 시장의 임대계약이 만료된 상태에서 사유지를 무단점유하고 편법으로 전기를 외부에서 끌어오는 등 비상식적인 버티기로는 도매시장도 상인도 살아남을 수가 없다. 현비연 측은 지금이라도 명분 없는 버티기, 무차별적 폭력과 폭언을 버리고 협상 가능한 현실적인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을 기회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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