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의 의로운 죽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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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해양
  • 승인 2010.06.0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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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금양호 영결식

 

 

△ 영정에 헌화하고 있는 농림수산식품부 장태평 장관과 수협중앙회 이종구 회장.

 

추웠다. 머리끝이 쭈뼛 서고 살갗에 한기가 느껴질 만큼 추웠다.
새벽부터 내린 비는 아침까지 잔잔하게 흩뿌리고 있었고,
5월의 바람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차디찬 바람도 불었다.
흐린 하늘에는 안개마저 가득했다.
‘98금양호’ 영결식이 치러지던 지난달 6일의 날씨는 차디찬 바닷물 속에서 생을 마감하던 그들의 육신처럼 싸늘하기만 했다.

 
 
 98금양호 선원 영결식 현장

 천안함 희생자 수색에 나섰다가 대청도 앞바다에서 캄보디아 국적 화물선과 충돌해 침몰한 98금양호 실종자 7명에 대한 영결식이 사고 발생 34일 만인 지난달 6일 오전 10시 인천 서구 경서동 신세계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수산업협동조합장으로 엄수된 이날 영결식에는 김재후 선장(48)을 비롯한 실종자 7명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제단이 차려졌다. 영결식에는 유가족을 포함해 정운찬 국무총리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군 관계자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장례위원장인 이종구 회장은 조사를 통해 “천안함 수색에 나선 당신들은 누구보다 바다를 사랑한 진정한 어업인이었고, 또한 누구보다 순수하게 조국을 걱정했던 진정한 애국자였다”며 숭고한 희생을 기렸다. 실종자 안상철 씨(41)의 동생 상진 씨는 추도사를 통해 “당신들의 아름다운 희생은 말 없는 조국애의 실천이며 소리 없는 가르침이었다”고 말했다.

 추도사를 마친 후 헌화와 분향이 시작되자 아들의 영정을 어루만지던 허석희 선원(33)의 어머니는 끝내 슬픔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다른 가족의 유족들 또한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 유가족들이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오열하고 있는 유가족

 

 

 

 

 

 

 

 영결식이 끝나자 한국인 실종선원 6명의 영정과 영현은 운구차에 실려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시립화장장으로 옮겨졌다.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들이 생전에 머물렀던 숙소 등에서 찾아낸 의류와 소지품 등을 오동나무 관에 넣어 화장했다. 이들은 지난달 3일 숨진 채 발견돼 같은 달 22일 먼저 장례를 치른 한국인 선원 김종평 선원(55)과 함께 인천가족공원 내 시립납골당에 안장됐다.

 이날 영결식을 치른 인도네시아 선원 유수프 하에파 선원(35)의 영정과 영현은 시신을 화장하지 않는 풍속에 따라 주한 인도네시아대사관에 인계됐다. 앞서 김 씨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된 인도네시아 선원 람방 누르카효 선원(36)도 지난달 11일 인도네시아로 운구됐다.


 정부에 남겨진 과제들

 이날 장례절차는 끝났지만 금양호 사태가 완전히 마무리 된 것은 아니다. 현재 금양호 선원들의 유가족들은 정부 측에 세 가지 요구를 전달해 놓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유가족들이 정부에 요구한 세 가지는 국립묘지 안장, 의사자 지정, 위령비 건립문제다. 이 중에서 위령비 건립은 인천시 연안부두에 세워달라는 유가족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해 조만간에 진행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사자 지정과 국립현충원 안장은 해당 절차가 까다로워 쉽사리 유가족들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의사자 지정이 되면 사망자 1인에 1억 9,696만원의 유족보상금이 지급되고 의료급여, 교육보호, 장제보호, 국립묘지 안장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정운찬 국무총리와 이종구 수협중앙회장.
 현재 시신이 발견된 김종평 선원과 인도네시아인 람방 누르카효 선원에 대해서만 인천 중구청장이 해당 기관에 의사자 지정 직권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그러나 의사자 결정이 되기 위해선 ‘의사상자심의위원회’가 열려야 하지만 해당 기관인 보건복지부와 국가보훈처에서는 서류 심사 및 검토라는 명목 하에 심의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실종된 7명은 보통 실종 신고를 한 지 1년이 지나야만 의사자 심의가 가능하다는 방침 때문에 의사자 지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생을 거친 바다에서 살다간 그들의 삶은 여유롭지 않았다. 자신들의 하루살이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국가의 부름에 98금양호 선원들은 주저하지 않고 천안함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자신과 같은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아들과도 같은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정부는 98금양호 선원들의 용감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각별한 예우와 더불어 보상문제도 조속히 해결해 유족들에게 두 번의 상처를 안겨주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시한번 금양호 선원들의 영면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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