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명태는 다 어디로 갔을까
그 많던 명태는 다 어디로 갔을까
  • 황선도 FIRA 대외협력실장
  • 승인 2016.01.0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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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태

살을 찌개로, 알과 내장은 젓갈로, 눈알은 안주로

명태를 얼리지 않고 말리거나, 얼렸더라도 빨리 말리면 물이 빠지며 근육 사이가 오그라들어 돌처럼 딱딱한 북어가 된다. 이 북어로 해장국을 끓이려면 방망이로 두들겨 살을 부드럽게 만들어야 한다. 아침부터 해장국을 끓여야 하는 심사가 좋을 리 없으나 남편 대신 북어를 패는 것도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임에 틀림없다. 술 마신 다음말 북엇국을 끓이며 아내는 남편에 대한 원망을 풀고, 남편은 아내의 사랑을 느낄 수 있으니 북엇국은 좋은 전통 가운데 하나가 아닐지.

▲ 생태탕
명태는 어느 것 버리지 않고 다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살은 국이나 찌개를 끓이고, 내장은 창난젓, 알은 명란젓, 아가미는 귀세미젓을 담가 먹으며, 눈알은 구워 술안주로 한다. 여름에 입맛 없을 때는 찬밥을 물을 말아 고추에 이 젓갈을 올려 한입 넘기면 그 맛이 일품이다. 또 육질이 담백하여 맛살이나 어묵의 재료로도 쓰인다.

한편 명태로 만든 명태포는 제사상에 빠져서는 안 되는 음식이다. 신명께 바치는 희생음식은 어느 한군데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불문율이요, 이 조건에 가장 잘 부합되는 것이 명태이기 때문이다.

잡는법, 건조법 따라 이름 달라

명태만큼 한 종이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는 물고기도 드물다. 상태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있는데, 일단 생태는 얼리지 않은 싱싱한 생물로 생태탕이나 생태찌개의 재료가 된다. 얼린 명태는 동태, 말린 명태는 북어로 북쪽에서 잡히는 물고기라서 붙은 이름이다. 건태라고도 불린다.

▲ 황태덕장
마른 명태이기는 하나 건조 방법이 조금은 독특한 황태가 있는데, 그 제조 방법은 우리 민족이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적이다. 밤에는 냉기로 살 속의 수분이 얼어 근육 간격이 넓어졌다가, 낮에는 햇볕에 마르면서 얼음에 증발하여 빈자리가 생겨 육질이 스펀지처럼 부들부들해지고 누르스름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황태는 마치 말린 더덕 같다하며 ‘더덕북’이라고도 부른다.

또 내장과 아가미를 빼낸 명태 너덧 바리를 한 코에 꿰어 살을 꾸덕꾸덕하게 말린 코다리, 덕장의 날씨가 따뜻하여 물러진 찐태, 하얗게 마른 백태, 딱딱하게 마른 깡태, 손상된 파태, 검게 마른 먹태, 대가리를 떼고 말린 부두태, 잘 잡히지 않아 값이 금값이 되었다고 해서 붙은 금태 등 그 이름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호프집에서 술안주로 등장하는 ‘노가리’는 1년 정도 자란 작은 명태로 애기태, 애태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노가리가 어려서 맛은 있을지 몰라도, 명태 자원이 감소하여 인공 종묘 생산을 위해 알을 받아 낼 어미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요즘에는 잡아서는 아니 될 일이다. 수산자원 회복의 측면에서 볼 때 아직 미성숙한 노가리가 성숙 체장까지 자라서 2세를 생산하게끔 해줘야 한다.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중에서
황선도 지음 / 부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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