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꾸미
주꾸미
  • 임치원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 승인 2015.11.0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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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꾸미


주꾸미, 낙지, 문어같이 몸뚱이가 부드러운 연체동물들은 언뜻 보면 그놈이 그놈 같아 잘 구별이 되지 않는다. 술자리에선 주꾸미를 두고 '숏다리 낙지'라는 주장부터 '낙지 새끼'나 '문어 새끼'라고 주장하는 등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주꾸미는 연체동물, 머리에 발이 달린 두족강(頭足綱), 여덟 개의 팔을 가진 팔완목(八腕目), 문어과(科)로 분류된다. 다시 말하면 문어와는 한 집안이지만 부자나 형제 관계는 아니다.

영어권에선 문어를 옥토푸스(Octopus)라 하는데, 그리스어로 여덟이라는 의미의 옥토(octo)와 발이라는 푸스(pus)가 합쳐진 말이다. 그래서인지 문어와 한 집안인 주꾸미는 '물갈퀴 발 문어(webfoot octopus)', 낙지는 '채찍 팔 문어(whiparm octopus)'라 부른다.

주꾸미는 몸통의 길이가 20㎝ 내외로 성장한다. 8개의 다리는 길이가 거의 같고 5~6월에 산란한다. 몸 빛깔은 변화가 많으나 대체로 자회색이다. 좌우 셋째 다리의 연결된 부위에 황금색 눈 모양의 고리 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꾸미는 야행성으로 낮에는 바위구멍이나 틈에 웅크리고 숨어 지내면서 바닥을 기어 다닌다. 문어와 같이 지형지물을 이용해 거주지를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면 작은 구멍, 소라 껍데기, 심지어는 빈 깡통을 집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정약전이 저술한 자산어보에는 주꾸미를 '죽금어'라 하고 한자로는 '웅크릴 준(蹲)'자를 써 '준어(蹲魚)'라 했는데, 한낮에 주꾸미가 바위틈이나 소라 껍데기 속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에서 나온 이름으로 생각된다.
주꾸미는 피로 해소와 눈에 좋은 타우린의 보고다. 주꾸미 살코기 100g에는 타우린이 1천600㎎이나 함유돼 있는데,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해군 특공대의 파일럿에게 주꾸미 달인 물을 먹여 시력을 회복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봄은 주꾸미가 알을 배는 시기로 가장 맛있고 영양 많은 주꾸미를 맛볼 수 있다. 4~5월에 잡히는 주꾸미는 투명하고 맑은 알이 가득 차 있어 어느 계절보다 쫄깃한 맛이 난다. 삶은 알은 흡사 밥알 모양으로 생겨 현지에선 '주꾸미 밥'으로 불리는 봄철의 별미다.

반면에 낙지는 쌀쌀한 기운이 돌 때 제맛이 나기 때문에 미식가들은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하며 그 맛을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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