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⑥ 강원도 평창군 임종철 씨
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⑥ 강원도 평창군 임종철 씨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5.10.02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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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600m, 구름 가운데 꿈의 양식장을 꾸리다



귀어 전 거주지역 :
경기도 부천
귀어지 : 강원도 평창
귀어 전 직업 : 은행지점장
귀어 결심동기 : 내수면양식 관심·노후 준비
귀어연도 : 2009년
나이 : 62세
귀어 초기자금 : 2억원 이상
연간수익 : 미정
사업규모 : 양식장 약 1,983㎡
                   (하우스 약 661㎡ 2동 포함)

▲ 임종철 씨














위기 속에서 꿈을 찾다

인생의 위기가 닥쳐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만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당장 내일을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가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고 막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닥쳐온 시련 속에서 오랫동안 간직해온 꿈을 실현해낸 이가 있다. 바로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두메산골,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양어장의 주인장 임종철 씨이다.

1998년 외환위기는 온 나라를 뒤집어놨다. 기업이 문을 닫았고, 그 여파는 가정의 깊숙한 곳까지 미쳤다. 임종철 씨도 이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1976년 은행에 입사해 20여년간 금융계에 종사하며 은행지점장을 지냈으나, IMF의 폭풍에 휩쓸려 쫓겨나듯 은행을 떠날수 밖에 없었다.

도시에서 자라,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가정을 꾸렸던 임종철 씨에게는 계속 간직해온 꿈이있었다. ‘자연과 벗삼아 사는 것, 그리고 물고기를 기르는 것.’

그는 연고도 없는 강원도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기로 마음 먹는다. 임 씨는 “노후를 지낼 생각으로 퇴사 1년 전인 1997년 강원도 평창군에 땅을 사놓았다”며 “아이들과 겨울에 스키를 타기 위해 평창을 오가며 이곳의 자연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귀어인들의 첫번째 관문인 가족들의 반대도 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임종철 씨는 “아내와 결혼할 때부터 항상 여유가 생기면 물고기를 기르러 가겠다고 말했고, 나이가 들면 서로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자고 약속했다”며 “귀어 전에 가족들과 바다낚시를 함께 다니던 것도 도움이 됐다”며 자신의 결정을 응원해준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강원도로 내려갈 것을 결정하고 서울과 강원도를 오가며 오가피나무를 심어 키우기 시작, 진부면 잔두산에 약초농원 ‘운중천삼방(雲中天蔘房)’을 짓고 정착을 준비했다.

그리고 2000년 본격적으로 강원도에 자리를 잡고 3,000평의 밭을 일궈 오가피, 헛개나무, 벌나무, 공취, 천마, 산마늘 등 특용작물 위주의 약초재배를 늘려갔다.

▲ 임 씨는 2014년 송어 종묘어 생산을 시작해 3배체 치어 6만미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민간 양식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이다

송어 3배체 치어 생산 ‘좋아서 하는 일’

약용식물의 종류를 늘려가고 이를 달여 판매하면서 강원도 생활에 안착한 그는 세 아이 모두의 학업이 끝난 2009년, 이루지 못한 다른 꿈을 실현한다. 부산수대(현 부경대) 양식과를 졸업한 그는 양식을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언제나 가슴에 품고 있었고, 드디어 해발 600m 고랭지 계곡이라는 특성을 활용해 담수산 냉수어류 양식을 시작하게 됐다.

임종철 씨는 “우리 지역은 물이 없는 곳인데, 산중턱에 하우스를 만들고 지하수를 끌어 올려 양어용수로 써야하니 당연히 많은 돈이 투자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돈보다 중요한 것,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하자,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자는 마음이었다”고 말하는 그의 의지는 단호했다.

양식을 전공했으나, 그가 30여년전에 배웠던 양식기술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 지자체 내수면 시험장, 강원도립대학 등을 찾아다니며 양식기술을 습득하고 종묘 생산을 위한 시설 설비와 어미 확보에 힘 쓴다. 양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데 앞서 ‘정확하게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한 것이다.

임 씨는 “대학시절을 같이 보낸 선후배들이 수산분야의 전문가로 자리잡아 조언을 구하기도 했는데, 후배들이 양어장에 찾아와서 보더니 아내에게 ‘선배님 이거 시작하면 수억을 손해볼 수 있으니 하지 못하게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후배들의 말처럼 산중턱에 양어장을 꾸리는 일은 지하수 부족, 저수온 문제 등 사고의 연속이었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내가 꿈꿔서 시작한 일. 임 씨는 군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지하수 관정 2공을 개발하고 하우스 내 연탄보일러와 히트펌프를 설치하며 모양을 갖춰간다.

산속에 자리한 이색적인 양어장, 구름속에 물고기가 자라는 곳이라는 뜻의 ‘운중수산(雲中水産)’. 임 씨는 이 곳에서 2014년 송어 종묘어 생산을 시작해 3배체 치어 6만미를 생산하는데 성공한다. 모두 좋아서 한 일이었다.

한 발짝 앞선 시도로 업계를 선도하다

3배체 생산은 민간 양식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이다. 임 씨는 “연어과 어류의 경우 3~5년 안에 성징이 나타나는데 완전 성징이 나타나면 육질이 좋지 않아 상품성이 없다”며 “3배체의 경우 중성화된 상태로 자라 상품성이 높으며, 사료절감과 빠른 성장속도 등의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어과 어류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 송어가 대체어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그의 행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서양연어 치어 양식을 국내 최초로 시험 중인 것이다. 그는 “바다 연어 양식 업체와 협력해 대서양연어 치어의 일부를 관리할 예정이며, 올해 말 마지막 시험을 거쳐 양식을 본격화 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치어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담수양식시설은 물론, 10도 미만의 수온을 유지해야하는데 이를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임종철 씨의 양어장에는 또 하나 특이한 점이 있다. 임씨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 양어장에 오면 깨끗한 물에서만 자라는 송어가 탁한 물에서 헤엄치고 있으니 놀란다”며 “약초 추출 효소를 가미한 것으로 미생물 때문에 물이 탁하게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양어장에서는 항생제를 쓰지 않는다. 그가 기른 약초에서 추출한 효소가 송어를 지켜준다. 농업에서 사용하는 농도와 같이 사용했다가 물고기가 모두 폐사한 일도 있었으나, 실험 끝에 그만의 친환경적인 양식기술이 만들어졌다.

양어장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오가피 추출액을 첨가제로 사용해 치어를 기른 사례는 산학협동 논문으로 해외에 소개되기도 했다.

임 씨는 “농업과 수산업을 함께하다보니 각각의 기술을 서로 접목하고 시설과 자재를 함께 활용하는 등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하고싶은 일을 즐길 뿐인데 계속 새로운 길이 열린다”며 “요즘에는 너무 바쁘게 지내니 아내가 불평을 할 정도”라고 웃었다.

▲ 산속에 자리한 이색적인 양어장, 구름속에 물고기가 자라는 곳이라는 뜻의 ‘운중수산(雲中水産)’

욕심없이 더불어 살아가는 귀어

임 씨는 “귀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돈만을 쫓는다면 스트레스만 쌓이고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또한 귀어귀촌인들이 겪는 토착민들의 배타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그만의 철학을 내놓았다. “바다, 산, 강 어디든 이미 자리잡고 사는 이들이 있는데, 남의 동네에 들어가 산다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며 “이를테면 지금 집터의 본래 주인은 야생동물들인데, 내가 그들의 먹을거리를 뺏는다면 동물들은 생존을 위협받으니 나를 적으로 볼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도 같다는 것이 임 씨의 설명이다.

또 “동네 토착민들은 타지인이 오면 이 동네에 뼈를 묻을 사람인지 보고, 5년~10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동네 사람으로 인정해준다”며 “자연과 사람과 어우려져 욕심 없이 길게 살아남는 것이 귀어귀촌의 진정한 성공 사례라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한다.

임 씨는 단기간의 돈을 쫓는다면 유행을 따라 과도하게 욕심을 부리게 되어있고 그만큼 실패 확률도 높다고 덧붙였다.

귀어 15년. 이제야 자연이 주는 혜택을 알아가는 것 같다는 임종철 씨는 ‘꿈과 희망이 있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귀어로 시작된 제2의 인생을 누구보다 멋지게 살아내고 있다. <자료협조=국립수산과학원 귀어귀촌종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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