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20톤 이상 어선 외국인선원 관리비, 1인당 연간 108만원
유명무실한 20톤 이상 어선 외국인선원 관리비, 1인당 연간 108만원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5.09.02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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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주 대표 '국내선원을 위한 노조특별회비, 이탈대책 없는 수협 관리비' 지적



고령화되는 어촌 인력, 어선을 타지 않으려는 젊은이들. 양질의 어선원을 찾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어업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어선원을 충족시키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외국인선원 고용은 선주들에게 불가피한 선택이 됐다.

그러나 외국인선원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은 박탈된 인권과 저임금, 임금 체불을 비롯한 불공정한 계약 관계 등 외국인선원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에 국한돼 있다.

선주들의 목소리는 다르다. 기껏 일을 가르치면 무단 이탈하기 일쑤에, 심지어 단지 취업비자만을 위해 우리나라에 들어와 바로 근무지를 벗어나는 경우까지 있다. 경영의 어려움 속에 숙식을 제공하고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불하지만 외부에서는 최저임금을 더 올려야한다는 야속한 소리만을 들어야한다. 뿐만 아니라 일부 송입업체는 ‘갑’의 횡포를 부리며 외국인선원으로 장사까지 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어촌에서는 외국인선원을 써야만 어업이 가능한 실정이니, 선주들은 더 속이 탈 수 밖에 없다.

지난달 25일 수협중앙회 독도홀에서 열린 ‘제2회 어선주대표자 회의’에서 각 지역, 업종별 20톤 이상 어선주협회 대표들은 수협중앙회 외국인력지원단 이승룡 단장 주재로 외국인선원 관련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어선주 대표단은 “현장을 반영한 규제가 마련돼야 하며, 수협의 주체적인 외국인선원 관리·감독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외국인선원 관리비 명목 1인당 연간 84~108만원 비용 발생

현행상 20톤 이상 어선의 외국인선원의 경우, ‘선원법’과 ‘외국인선원관리지침’에 따라 고용 및 사후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20톤 미만 외국인선원을 고용·관리는 지침인 고용허가제에 비해 이탈률이 낮고 관리·감독이 용이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선주들이 현장에서 체감한 바는 달랐다. “외국인선원 관리비라는 이름으로 선원 1명당 지출되는 금액이 월 7~9만원 연간 84~108만원에 달함에도 과연 그에 합당한 이탈 대책 등의 감독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20톤 이상 어선주들은 외국인선원 관리비 명목으로 해상노조연맹(해상노련)이나 수산연맹에 노조특별회비를 일부 3만원에서 5만원, 수협에 3만원, 송입업체에 1만원 등 월 7~9만원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수협 이승룡 단장은 “1년 반의 긴 싸움 끝에 5만원의 노조특별회비를 수산연맹 3만원, 해상노련 일부 3만원으로 인하할 수 있었다”며 “외국인선원관리지침에 따라 외국인선원 고용에 과반수 노동조합의 의견을 얻은 노조의견서가 필요한 만큼, 이 문제도 노사간 합의가 쟁점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선원 도입규모, 최저임금 결정 등을 위해서는 노조측 공동교섭단과의 노사협의가 필요한데, 노조특별회비를 지급한다는 약속을 해야만 노조의 고용추천확인서를 받을 수 있어 회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외국인선원 고용 조차 어렵다.

뿐만 아니라 노-노측의 갈등으로 공동교섭단 구성에 차질이 생길 경우 노사협상의 이뤄지지 못해, 그 피해는 선주가 고스란히 안게 된다.

A선주는 “노조특별회비가 외국인선원관리, 복지를 위해 쓰인다면 비용을 부담하는데 있어 이렇게 불만이 있지 않을 것”이라며 “노조측에 회비를 왜 받아야하는지 묻자 ‘외국인선원 증가로 국내선원이 설자리가 없어 국내선원의 복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선원에게만 주어지는 노조특별회비가 국내 선원을 위해 쓰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더욱이 국내 선원은 선주가 부담하는 보험을 통해 임금, 사고 등에 보호를 받고 있는데 노조가 왜 필요한지조차 의문이 든다”고 분개했다.


외국인선원 무단 이탈, 송입업체 횡포…피해 대책 없어

선주들은 외국인선원 1인당 월 3만원의 관리비를 받고 있는 수협의 관리 실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A선주는 “올해에 외국인선원 두명을 고용했는데 한 사람은 병이 있는 상태로 와서 탈장 등으로 고생하는 선원을 입원까지 시키며 자비로 치료해줬으나, 병이 낫자마자 도망갔다”며 “이를 수협에 보고하고 의견을 구하자, ‘그건 어쩔 수 없다’라는 답변 뿐이었다”고 수협의 역할 미흡을 지적했다.

선주들은 무단 이탈에 대한 감독이 소홀하다는 점에 대해 입을 모았다. B선주는 “작년에 한 외국인선원이 무단 이탈해 이탈보고를 했으나, 하선처리돼 근무지를 변경하고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헐거운 규제에 대해 건의했다. C선주는 “수협 관리비에 대해 작년에도 인하 요청을 했는데 아직도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관리비는 관리비대로 지출함에도 열흘만에 이탈하는 외국인선원도 있는 현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답답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송입업체의 ‘갑질’도 어선주들의 골칫거리였다. D선주는 “송입업체에서 외국인선원을 준다, 못 준다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횡포가 심각성을 전했다. 또한 E선주도 “송입업체에서 외국인선원에게 따로 연락해 갑자기 근무처를 변경하는 등의 피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협 이 단장은 “송입업체가 인천 등 수도권이나 부산 등에 밀집해 있는 여건상 제주도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소위 ‘바지사장’들의 악덕행위가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업체 대표단을 모아 ‘바지사장’을 다 해고하거나, 직원으로 편입해 관리하라‘ 통보했다”고 답변했다.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 118만원, 실제 임금은 126만원 이상

20톤 이상 어선의 외국인선원 최저임금은 공동교섭단과의 노사합의를 통해 결정된다. 고용허가제로 운영되는 20톤 이하 어선 외국인선원의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에 따르고 있으며, 외국인 선원제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 결정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고용허가제 최저임금이 117만원, 외국인선원제는 118만원이다. 올해는 고용허가제 최저임금이 126만원으로 인상됐으며 외국인선원제의 경우 협상 난항으로 아직 동결상태다.

최저임금은 118만원이나 현장에서는(업종별로 상이하나) 보통 126만원 이상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 대다수 선주들의 이야기였다. 여기서 고려해야하는 것이 외국인선원의 경우 임금 이외에 숙식을 선주가 제공한다는 점이다.

F선주는 “외국인선원에게 숙식을 제공하기 위해 1인당 30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임금에 대해 논의 할 때 이부분이 간과되고 있다”고 말했으며 일부 선주들은 경영이 날로 어려워지고 중국어선의 불법어업까지 우리 수산업을 위협하는 환경 속에 선주들의 이중고를 헤아려 달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또한 G선주는 “임금문제 뿐만 아니라 외국인선원 도입 규모 등에 대한 협의가 시급함에도 노-노의 문제로 공동교섭단이 구성되지 않을시의 대책에 대해 정부도 수협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수협 이승룡 단장은 “숙식제공의 경우 산술화하기 어려워 임금에 포함시키는데 애로가 있으나, 선주들의 부담을 감안해 이를 보완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하며 덧붙여 “정부는 140~150만원 수준의 국내선원 임금과 국외선원의 임금을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라고 이야기하는 상황으로, 고용허가제와 비슷하게 최저임금을 맞추는 것이 선원 인권 등 외부의 질타를 피해 선주들의 부담을 최소화 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각지역의 외국인선원들이 연락을 나눠 임금을 상향 조정하거나 지나치게 높은 임금을 요구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었다. 한 두달 일을 가르치고 출어준비를 마치면, 월급을 올려달라고 하기도 하고, 지역 외국인선원끼리 서로의 임금을 공유하면서, 한달만에 월급을 20만원 올려달라는 요구를 하기도한다. H선주는 “4~5년 함께 일한 중국인선원들에게 지금 200만원 이상의 월급을 주고 있는데, 최저임금만 정해져있고 임금인상에 대한 제한이 없어 선주 입장에서는 부담”이라고 전했다.

수협 이 단장은 “업종간의 노동강도도, 조업일수도 상이하게 다르므로 임금을 규정화하기 어렵다”며 “업종별 협의 하에 각각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시행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선주와 외국인선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제도 뒷받침 돼야

현재 ‘어필’(공익법센터)는 미국 정부의 예산을 받아 ‘동아시아선원이주노동자의 인권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I선주는 “과거의 외국인선원 인권 보고서를 봤는데, 그 사례들이 실로 끔찍했다”며 “이번 선원이주노동자 인권보고 역시 자칫하면 우리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으므로 함께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금체불, 폭력을 비롯해 선원수첩과 통장을 선주가 임의로 보관하는 등 과거 지적된 외국인선원인권은 현재 많이 개선됐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더 높은 수준의 인권보호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수협 이승룡 단장은 “이번 조사는 육지에 체류해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연근해어선 위주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조사 결과에 따라 국제단체에서 국내 외국인선원 비자 발급 금지를 요구할 수도 있고 외국인선원제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외국인선원들이 하선, 근무지변경 등을 위해 역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선원수첩 보관 각서 등의 위반사항이 없는지 점검하고 선장이나 선원들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폭행에 대해서도 철저히 당부해야한다”고 전했다.

타국에서 고된 노동을 하는 외국인선원과 그들에게 일을 가르치고 생업을 함께하는 선주. 외국인선원은 이제 선주가 어업을 이어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다. 그러나 양측 어느쪽도 보호하지 못하는 제도로 인해 불신을 쌓으며 서로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수산업 현장 전체를 바라 본 제도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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