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성호(三人成虎)’와 ‘자기 정치’
‘삼인성호(三人成虎)’와 ‘자기 정치’
  •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부장
  • 승인 2015.08.03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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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부장
중국 전국시대 위(魏)나라 혜왕(惠王)은 조(趙)나라와 강화를 맺고 그 증표로서 태자를 조나라의 수도 한단(邯鄲)에 볼모로 보내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흔히 있는 관행이었습니다. 그러나 귀한 신분인 태자를 타국에 홀로 보낼 수는 없으므로 돌봐 줄 사람 한 사람을 붙여야 했습니다. 이때 발탁된 사람이 방총이란 대신이었습니다.

이윽고 출발에 즈음하여 하직 인사를 하게 됐을 때, 방총은 임금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전하, 지금 누가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한다면, 전하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를 누가 믿겠소.”

방총은 재차 물었습니다. “그러면 또 한 사람이 같은 소리를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역시 믿지 않을 거요.”

“만약 세 번째 사람이 똑같은 말을 아뢰면 그때도 믿지 않으시겠습니까?”

“그 땐 믿어야겠지.”

이에 방총이 말했습니다. "시장에 호랑이가 없는 것이 확실한데도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하자 호랑이가 있는 것으로 되었습니다. 지금 한단은 위나라와 떨어진 것이 시장보다 멀고, 저를 비방하는 사람은 세 사람보다도 많을 것이니, 바라옵건대 왕께서는 잘 살피고 헤아리소서"라고 했습니다.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방총이 태자를 모시고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그를 헐뜯는 참소가 임금의 귀를 어지럽히기 시작했습니다. 혜왕도 처음에는 일축하고 말았으나, 같은 소리가 두 번 세 번으로 이어지자 어느덧 자기도 모르게 귀가 솔깃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태자 일행은 볼모의 신세를 면해 귀국하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방총은 끝내 왕을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방공은 왕에게서 멀어진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방공은 조정에 복귀하지 못했습니다.

공자의 제자로 증삼(曾參)이 있었습니다.

증삼은 曾子(증자)라고도 하는데, ‘일일삼성(一日三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입니다. 나는 하루에 나 자신에 대하여 세 가지를 반성한다(吾日三省吾身). 일을 도모하면서 과연 충실했던가, 친구와 사귀면서 신의가 없지는 않았는가, 제대로 익히지 못한 것을 남에게 가르치지는 않았는가가 그것입니다.

曾參은 산동성 출신으로 일찍이 부친과 함께 공자의 제자가 됐습니다. 공자의 가르침은 曾子를 거쳐 자사에게, 그리고 맹자에게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曾參이 어릴 적 살던 마을에, 같은 이름을 가지고 같은 또래의 또 다른 증삼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날도 曾參의 어머니는 베틀에 앉아서 베를 짜고 있었습니다. 이때 한 사람이 급히 뛰어 들어와서

"曾參 어머님,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曾參의 어머니는 놀라는 기색이 전혀 없이 태연히 말했습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우리 曾參은 그런 사람이 아니오."하고 계속 베를 짰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에 또 다른 사람이 뛰어 들어왔습니다. "曾參 어머님, 曾參 어머님, 큰일 났습니다.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우리 아들은 그럴 아이가 아니오."

라고 대답 하셨지만 마음속에서 일말의 의심이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계속 베를 짜려고 하는데, 또 한사람이 뛰어와서 소리쳤습니다. "曾參 어머님, 증삼이 사람을 죽였답니다." "예?"

세 번째 사람의 말에는 놀랐습니다.

曾參의 어머니는 베 짜던 북을 내던지고 베틀에서 내려와 담을 넘어 달아났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曾參에 대한 믿음이 있었지만 세 사람이나 그를 의심하자 정말인가 싶어 겁을 먹었습니다.

실은 曾參과 이름이 같은 다른 증삼이 사람을 죽인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曾參의 어머님에게 잘못 알린 것이었습니다.

三人成虎(삼인성호), 세 사람이 호랑이를 만들어 낸다는 말입니다. 한 사람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지 않지만 여러 사람이 말하면 믿게되듯, 아무리 근거 없는 말도 여러 사람이 말하게 되면 참말로 믿게 된다는 말입니다.

어떤 권력자라도 주변에서 여러 사람이, 그리고 자주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하게 되면 믿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이유도 여러 가지 있을 것입니다. 먼저 국가나 조직을 위해 거짓말을 할 것입니다. 다음은 지도자를 위해서 할 것이고, 나중에는 자신을 위해 그럴 것입니다.

다시 전국시대 이야기입니다. 위(魏)나라 문후(文侯)는 악양(樂羊)이란 장군에게 군사를 주어 中山이란 나라를 정벌하라 명했습니다. 악양은 전장에 나가 고투 끝에 3년 만에 겨우 이기고 돌아왔습니다. 악양이 3년간의 전공을 자랑스레 말하자, 문후는 큼지막한 상자 하나를 악양에게 열어 보여주었습니다. 그 상자에는 악양을 참소하는 글이 가득했습니다. 악양은 벌떡 일어나 문후에게 절하며, “이번 일은 대왕께서 하신 일이지 신에게는 공이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지도자는 세 사람이 거짓말을 하더라도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 보다 거짓말을 할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주변을 때때로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임무를 받은 공적 인사들은 직무를 성실히 완수해 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공은 오로지 윗사람의 것이어야 합니다. ‘자기 정치’를 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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