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수산시장 복합리조트, 제주도 카페리, 수협이 맡아야 한다
노량진 수산시장 복합리조트, 제주도 카페리, 수협이 맡아야 한다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5.08.0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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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욱 본지 발행인
한국 수산업의 미래, 수협 회생 여부에 달렸다

중국의 눈부신 도약은 1976년 마오쩌둥 사망 이후 1978년 등장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이 기초가 됐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은 ‘검은고양이 흰고양이 론’ 즉, 흑묘백묘 론(黑猫白猫 論)으로 유명세를 탔다. 흑묘백묘론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의미로,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인민이 잘 살도록 하는 것이 최고라는 주장이다. 덩샤오핑의 이러한 정신은 중국 지도자들에 의해 계승 발전되었고, 개혁개방정책 30년 만에 GDP 세계 2위라는 기적을 이루어냈다.

중국은 이제 세계 어느 나라도 무시할 수 없는 강국이 되었다. 세계 어느 곳이든 중국인이 진출하지 않은 나라가 없으며, 13억 인구의 중국인이 마음만 먹으면 하지 못하는 게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우리가 알던 자유중국(대만)은 그 이름을 잃었다. 중국이라 불리는 나라는 오로지 중화인민공화국뿐이다. 중국에게는 자본주의 혹은 공산주의라는 이념은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이념보다 나라가 부강하고 국민이 잘 사는 것이 목표가 되어버린 것이다. 중국과 형제국의 개념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공산주의 체제에 갇혀버린, 가난한 나라 북한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수협중앙회가 김임권 회장 체제로 들어서면서 개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 3월 25일 취임한 김임권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청와대, 국회, 해수부 등을 오가며 이전까지 지지부진하던 수협은행 독립을 골자로 하는 수협 사업구조 개편의 큰 틀을 완성하는데 성공했다. 김 회장은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이라는 기치를 들고 나와 당선됐다. 그가 진단하는 우리 수산의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중국의 불법조업으로 황폐화 되어가는 우리 바다를 보면서 한중 FTA라는 개방의 물결 아래서 세계 최대의 수산물 생산국이자 우리나라 수산물 수입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거대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형국이라고 김회장은 풀이한다.

어업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업인 단체인 수협이 강해져야 하고 수협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수산이 돈이 되는 산업이어야 한다는게 김회장의 지론이다.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은 누가 만들어주지 않는다. 수산인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김 회장은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을 위해 두 가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나는 복합리조트 사업이고 또 다른 하나는 카페리호 사업이다.

김임권 회장과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

먼저 세간(世間)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것이 복합리조트 사업인데, 수협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하는 신규 복합리조트 개발을 위한 콘셉트 제안(RFC) 공모에 전격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복합리조트는 일정 규모 이상의 부지에 숙박시설과 국제회의시설, 테마어트랙션, 쇼핑시설, 게이밍 시설(카지노), 기타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을 선택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리조트를 말한다. 수협은 문광부가 우선시하는 복합리조트의 위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여건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수협중앙회가 제안한 곳은 노량진수산시장 부지로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시장 현대화사업이 완료되면 수산물 판매 공간과 함께 4만8,233㎡의 유휴 부지가 확보되는 곳이다. 수협은 이곳 부지 활용을 위해 문광부의 신규 복합리조트 개발 공모에 제안서를 제출한 것이다.

수협은 제안서에서 개발 예정부지가 올림픽도로에 접해 있으며 인천국제공항 56km, 김포국제공항 18km, KTX 서울역과 용산역은 반경 6km 이내, 1·9호선 지하철역과 직접 연결돼 서울과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까지 연계해 외국인 관광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최적의 한강 조망 관광입지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수협은 해양수산테마의 체험형 복합리조트를 중심으로 한강선착장까지 도보 접근이 가능한 보행육교를 설치해 한강 접근성을 강화함으로써 한강과 서해를 잇는 경인아라뱃길 여행객 유치, 한강 유람선, 한강공원 및 다양한 해상레저가 연계된 관광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협은 복합리조트 개발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을 어업인 복지와 교육 지원, 국민의 건강한 먹거리 제공 등 수협 고유목적사업에 투입한다는 복안이다. 또 해양수산부문 MICE(전시·박람회)산업 발전, 국산수산물 수출, 국내 관광산업발전 등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는 데 사용한다는 것이 이번 사업대상지 선정 제안서에서 밝힌 당위성이다. 노량진수산시장개발은 생산자에게는 어가유지, 소비자에게는 양질의 수산물을 공급하고 국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해 어업인과 국민 모두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산시장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협의 복합리조트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단순 오락을 넘어 도박의 목적으로 이용되는 카지노 시설을 굳이 어업인 단체인 수협이 운영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떠오른다.

김임권 회장이 빼어든 또 하나의 카드는 카페리호 사업이다. 수협중앙회가 세월호 사고 이후 중단된 인천~제주 카페리 노선 운항을 검토하고 나섰다. 이는 상업적 성격의 해운사보다 수협과 같은 공공성을 띤 기관이 맡아서 운영하는 것이 국민 안전을 확보할 수 있고 운영 비리 등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해수부에서 적극 검토해왔던 사안이다.

특히 일선수협이 서·남해안 도서지역을 운항하는 카페리호를 운영한 사례도 많아 큰 애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현재 수협중앙회에 해운전문 조직이 없고 자금조달이 쉽지 않으리라는 점이 또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한 두가지 사업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전문분야의 업무는 전문가 그룹과 제휴해서 해결하면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복합리조트든, 카페리든 그 분야 전문기업과의 컨소시엄으로 얼마든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처럼 우리에게는 그 어느때 보다 사고의 유연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외환위기 이후 17년 동안 공적자금 상환에 얽매여 수산업 협동조합의 정체성마저 훼손된 채 끝없이 표류하고 있는 수협과 한국수산업을 살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 잘 잡는 고양이가 있어야 한다. 당장 바람 앞의 촛불과도 같은 수산업 위기의 시대에 수협이 살고 수산업을 회생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어업인 복지와 교육지원, 해양수산산업 발전, 수산물 수출 등 수협 고유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비관적인 논란과 비판은 잠시 접어두고 실용과 실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시대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조직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수산인들의 단결된 힘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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