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와 낙하산
비행기와 낙하산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08.12.2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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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60억 인구를 먹여 살릴 길이 없다

 고전파 경제학자로서 그저 그런 대접을 받아왔던 맬서스의 ‘인구론’이 새삼스럽게 회자되고 있다.
영국의 정치 경제학자 토마스 로버트 맬서스는 1798년 「인구론」이라는 저서를 발간했다. 당초부터 그의 저서는 독창성이 부족하고 이론적 논거가 취약하다는 평을 받아왔지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의미 심장한 가설을 후대의 사람들에게 남겨주었다. 그는 인구팽창과 이에 따른 식량부족 문제가 인류에게는 치명적인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에서 재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맬서스 이론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신(新)맬서스주의자들은 지구환경 파괴, 경작지 감소, 지구 온난화 등 지금 이 지구상에서 발생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인구팽창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인류종말에 대한 새로운 예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세계 인구는 2003년을 기준으로 61억을 넘어섰다. 세계 인구가 10억을 넘어선것이 1810년 경인데 그 이후 10억명에서 20억명이 되기 까지는 30년, 40억 까지는 21년, 50억 까지는 10년, 그리고 50억에서 60억명이 되기 까지는 불과 4년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류학자들은 2050년 안에 인구가 100억명을 넘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지구의 생물학적 인구수용능력이 100억명에도 못 미친다는 분석이고 보면, 지금 우리 지구는 이미 포화상태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는 현재 60억 인구를 먹여 살리는 데도 힘이 벅차다. 가난한 나라의 인구체증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잘 사는 나라의 인구 체감속도를 늦추지 못한다면 머지 않은 장래에 지금까지 우리가 체험하지 못했던 정말 심각한 재앙이 몰아닥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식량산업을 지켜내지 못한 나라의 비극

 지금 세계 각국은 지구의 운명과 인류의 미래에 관한 절박한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환경파괴, 자원고갈이라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과도 같은 거대한 담론(談論)앞에 속수무책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석유자원을 비롯한 화석연료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국제 유가는 달러화 약세라는 바람을 타고 천정부지로 뛰어 오른다. 지난 4월 22일 뉴욕 상품거래소의 4월 인도분 텍사스산 경질유 선물가격이 120달러를 돌파했다. 구리, 아연, 철강재 등의 가격 폭등에 이어 곡물가격마저 춤을 춘다. 작년부터 오르기 시작한 밀은 94%, 옥수수는 62%나 가격이 폭등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3월 부터는 국제 쌀값마저 30%이상이나 뛰기 시작했다.

 지난 1970년대에 닥쳤던 세계 식량파동보다 더 혹독한 시련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의 수 많은 빈민들이 굶어 죽고 있다. 내전(內戰)에 시달려 온 콩고, 잠바브웨 등 아프리카 빈국은 말할 것도 없고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 들도 식량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남미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아이티에서는 폭동이 일어났다. 배고픔에 지친 시민들이 정부 청사를 파괴하고 난동을 부렸다. 필리핀에서도 군중의 집단행동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식량부족이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는 극한적 상황이 세계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참담한 현실을 목도하면서 식량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지 못한 나라는 국가안보마저도 지켜내지 못한다는 추상같은 교훈을 가슴 깊이 되새기게 된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식량정책에 대한 확고한 대안을 재정립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명박정부가 내놓은 농수산정책의 장기비전이 우리나라 식량산업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농수산업을 식품산업, 유통산업의 차원으로 혁신한다는 총론에는 찬성하지만 한미 FTA나 쇠고기 수입문제에서 보았듯이 앞으로 전개될 각론(各論)에 있어서는 보다 철저한 검증과 농어업인에 대한 특단의 배려가 뒤따라야 할 것임을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낙관론자는 비행기를 만들고 비관론자는 낙하산을 만든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추락할 것을 두려워 하는 비관론자들이 비행기를 만들지 못하게 반대하는 것보다 낙하산을 만들어 내는 슬기로움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미래에 대해 낙관하는 사람이든 비관하는 사람이든 간에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이기적인 정치게임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 사회는 건전하게 발전해 나갈 것이다.

 시장개방을 반대하는 일부 사회단체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교훈임에 틀림이 없다. 각자가 자기의 분야에서 비행기도 만들고 낙하산도 만드는 지혜만 가져준다면 우리나라의 식량산업은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우물안 개구리, 조직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지도 2개월이 지났다. 제18대 국회의원 선거도 혼란스럽게 지나갔다. 10년 만에 이루어낸 정권교체라 그런지 출범 초기부터 각계 각층에서 여러가지 갈등이 표출되고 시행착오도 빈발했다.

 특히 해양수산부 해체와 농수산부 탄생에 따른 해양수산인들의 허탈감도 이제는 어느 정도 치유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는 하지만 수협을 비롯한 수산관련 조직들이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한 채 파열음을 내고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수협법 개정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안고 있는 수협중앙회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리다툼을 바라보고 있는 해양수산인들의 마음은 착찹하기만 하다. 특히 감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벌어진 감투싸움은 물론이요, 수협중앙회의 경제대표이사 선임과정에서 빚어졌던 내부갈등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업인들의 마음을 더욱더 허탈하게 만들었다.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는 공개모집의 취지에 따라 정당한 절차를 거쳐 추천된 인물이라면 일단 그 결과를 존중하고 환영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그것이 공모에서 선출된 사람이나 탈락한 사람에 대한 예의이며, 그 분들을 존경받는 인물로 기억되게 하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이 그 분들이 그동안 수협의 회생을 위해 피눈물을 흘리며 쌓아놓은 엄청난 공적을 재평가 받게되는 것이고, 탈락한 사람도 머지않은 장래에 또다시 우리나라 수산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역할을 맡게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식량산업의 안정 없이 국가의 미래는 없으며, 그 최일선에 협동조합이 버팀목이 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석유자원, 곡물자원에 이어 수산생물자원에 대한 경제전쟁도 이미 시작된지 오래다. 수산자원의 고갈과 함께 가격폭등의 조짐마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아집(我執)과 자만(自慢)에서 한시 바삐 벗어나야 한다.

 조직이기주의에 갇혀 우물안 개구리로 전락한다면 영원히 회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은 안된다. 비행기도 만들고 낙하산도 만드는 윈윈전략, 공생공영(共生共榮)의 협동정신만이 대한민국의 식량산업을 지키고 수산업협동조합을 살리는 첩경임을 명심해 주기바란다.   

200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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