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 중국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
한·중FTA, 중국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5.04.01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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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FTA 가서명, 수산업 얼마나 준비됐나>
중국시장 정보 부족, 통관절차 어려움 등 실질적인 한·중FTA 대응책 마련돼야



가서명 완료, 올해 발효 예정…정부, 주력상품 통합마케팅으로 수출 확대
친환경·대량생산체계 구축으로 기반 다지고, 중국 특화 상품 개발로 시장 공략

지난해 11월 한·중FTA 협상의 실질적 타결 선언 이후 3개월 만인, 지난 2월 25일 양국 정부가 FTA 가서명을 완료하면서 본격적인 한·중FTA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양국 정부는 올 상반기 안에 한중 FTA 협정문의 정식 서명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정식 서명 이후 국회의 비준 동의를 거쳐 FTA가 발효될 예정이다.

한·중FTA 가서명 완료에 따라 영향평가와 보완대책, 활용방안 등이 마련될 계획이다. 영향평가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해양수산개발원 등이 참여해 한·중FTA의 영향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산업별 세부적인 부분까지 평가하게 된다.

한·중FTA 가서명 내용을 살펴보면, 가장 우려가 많았던 농수축산부분에 대한 개방수준은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수산물 시장 개방 수준은 수입액 기준 한국이 35.7%, 중국이 100%으로, 수입으로 인한 피해는 최소화하고 중국 진출의 기회를 열었다는 것이다. 특히 김, 미역, 넙치, 전복, 해삼 등 62개 주요 대(對) 중국 수출품목 대부분이 즉시 철폐 또는 10년 내 철폐로 조기 개방된다.

반면 대중 수입 수산물의 대부분인 64.3%(수입액 기준)가 초민감품목군에 포함됐다. 특히 오징어, 넙치, 멸치, 갈치, 김, 고등어, 꽃게, 전복, 조기 등 전체 생산액의 85.3%를 차지하는 국내 20대 생산품목이 모두 초민감품목에 포함돼 국내 수산물 생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불법조업 대상품목을 초민감품목군에 포함시켜 FTA 특혜관세 혜택에서 배제하기로 했으며, 수산협력 협정문에 지속가능하고 책임 있는 어업을 통한 건전한 수산물 교역 활성화를 명시했다.

▲ 한·중FTA 가서명, 한국 수산물 양허 결과표

수산물 생산량 국내 20배…수산물 소비시장도 성장 중

중국 수산물 생산량은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약 20배인 6,172만톤이며 어선수는 10배가 넘는다. 2009년 이후 국내의 경우 수산물 생산이 연평균 0.4%씩 하락하고 있는데 반해, 중국의 경우 4.8%씩 성장하고 있는 점을 비춰볼 때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중 수출입 현황에서도 차이는 드러난다. 주요수입어종에 대한 중국산 수입은 2013년 90만 8,000톤, 국내산 수출은 14만 3,000톤 수준이다. 또한 중국정부는 신규시장 개척과 상품개발, 위생 및 품질 관련 제도 도입 등 수산업 육성을 위한 수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어 더욱 위협적이다.

이와 같은 중국 수산업의 성장은 한·중FTA에 대한 우려로 작용했다. 이미 중국산 수산물이 시장과 마트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FTA 체결은 생산량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막대한 양의 중국산 수산물 유입으로 국내 수산업의 근간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반면 중국 시장의 성장은 또 다른 기회 요인도 가지고 있다. 중국의 수산물 소비 증가에 따라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중국의 1인당 수산물 소비는 2000년 연간 23kg에서 2010년 31kg으로 35% 가량 증가했으며, 2021년에는 연간 37kg을 넘어설 것으로 FAO는 전망했다. 또한 13억에 달하는 중국의 인구수를 대입했을 때 전체 소비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할 수 밖에 없는 규모이다.

이는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에 따른 1인당 국민소득 수준 향상의 영향으로 보이며, 특히 이를 바탕으로 대중어종 뿐만 아니라 고급어종에 대한 소비 확대 및 위생과 품질에 대한 관심이 상승하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한·중FTA는 중국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수출을 위한 유통망 구축, 중국 소비시장 파악을 통한 전략 상품 개발, 마케팅 등 과제 또한 산재해 있다. 이에 우리 수산업은 13억 소비시장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에 시동을 걸고 있다.

▲ 지난해 11월 한·중FTA 협상의 실질적 타결 선언 이후 3개월 만인, 지난 2월 25일 양국 정부가 FTA 가서명을 완료했다.

주력상품 통합마케팅으로 수출 확대 견인

정부에서는 한·중FTA 가서명 발표와 함께 지난 2월 25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및 경쟁력 강화 방향’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이번 발표 내용은 한·중FTA 타결선언 이후 관계부처 합동으로 주요 업종별 의견수렴, 대외경제장관회의 의결 등을 거쳐 대응방향을 선제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동 방향을 토대로 상반기중 ‘한·중FTA 활용대책 및 산업경쟁력 강화대책(국내보완대책)’을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발표 내용의 일환으로 중소기업의 한·중FTA 활용을 돕는 ‘차이나데스크’를 지난달 11일 무역협회에 개소했다.

차이나데스크는 한·중FTA 발효 이전에는 중국측 품목별 양허내용, FTA 활용방법 등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컨설팅을 진행하며, 발효 이후에는 FTA 활용은 물론 수출산업화 지원, 판로개척, 비관세장벽 애로 해소에 이르기까지 중국진출 관련 모든 현장애로를 원스톱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차이나데스크는 KOTRA, 무역협회, aT센터, 대한상의, 지재권보호협회 등 수출지원 5대 전문기관 파견 전문가와 현장경험이 풍부한 관세사, 변호사, 인증전문가 등 9명의 전문인력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수산물의 수출을 위해서는 유망품목을 발굴해 시장개척을 지원할 방침이다. 주력상품인 김, 미역, 넙치, 전복, 해삼, 참치 등을 중심으로 통합마케팅과 체계적인 시장조사를 통해 수산물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출지원센터, 앵커숍 운영 등 현지 지원조직을 확충하고, 수출용 통합 브랜드 개발과 홍보 콘텐츠 제작, 재외 공관 활용 알선, 지역 특산물 기획마케팅 등을 포함하는 K-seafood project 추진으로 홍보를 강화한다. 또한 주요 권역별 시장정보를 통합 제공하고 수출전략 수립 등을 수행하는 ‘해외시장 분석센터’를 설치해 KOTRA, aT 등과 연계, 주요 품목에 대한 중국 시장 조사·분석을 실시한다.

▲ 수협은 지난해 6월 중국 상해에 무역사무소를 열고 적극적인 중국 수출 지원에 나섰다.

해수부, 한·중FTA를 수산업 체질 개선 계기 삼아

해양수산부는 한·중FTA를 자원감소, 어촌 고령화 등 어려움 속에 있는 수산업의 체질개선의 계기로 삼았다. 국내 수산업의 근간을 강하게 하는 것은 물론,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수입수산물에 대응하고 우리 수산물의 차별점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및 경쟁력 강화 방향’의 수산부문 주요 내용은 △경쟁력 강화 △국내시장 확충 △생활여건 개선 파트로 이뤄져 있다.

어선 현대화, 자원관리 등을 통해 어선어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고부가가치 양식품목을 중심으로 친환경·대량 생산체계 구축해 경쟁력 강화하며, 수산식품 클러스터 조성, 저온유통 시스템 확립, 소비자 맞춤형 간편식품을 개발하는 등 국내 수산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사업도 함께 추진한다.

이에 대한 움직임으로 해수부는 지난달 17일 내수면 어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민물고기 양식단지 조성사업’ 추진을 발표했다. 해당 사업에는 올해부터 3년간 총 사업비 70억원이 투입되며 전남 화순군 능주면 남정리 일원에 44,000㎡ 규모의 내수면 양식단지가 조성될 계획이다.

또한 화순 양식단지에는 순환여과식시스템 및 바이오플락 등 최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한 생태양식을 도입해 국내 고유어종인 꺽지·동자개 등 고부가가치 어종을 집중 생산하는 한편, 내수면 양식단지를 통해 민물고기의 판매시설과 체험이 가능한 관광시설도 함께 조성, 어촌 6차 산업 모델로 개발된다. 민물고기 양식단지는 2019년까지 총 4개소 사업이 추진되며, 지난해 최초로 선정된 충북 괴산군 양식단지는 내년에 준공될 예정이다.

▲ 수협은 지난해 11월 수협중앙회와 전국회원조합에서 생산되는 김 제품은 '수협 김'이라는 통합브랜드로 출시했다.

수협, 중국무역사무소·중국 수출 브랜드 출시 등 중국 시장 진출 준비

수협은 한·중FTA 타결에 앞서 상해 중국무역사무소를 개소하는 등 발빠르게 중국 시장 진출의 디딤돌을 놓고 있다. 수협은 지난해 6월 26일 중국 상해에 무역사무소(현지 사무소 명칭 : 한국수협중앙회상해대표처)를 열었다. 중국 수산물 수출 확대를 위한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한·중FTA에 따른 위기감을 해소하고 수출 확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자 한 것이다.

중국 최대의 수산물 소비지인 상해에 자리를 잡은 중국 무역사무소는 △중국 현지 시장조사 및 수출전략 수립 △바이어 및 신규품목 발굴 △한국 수산물 홍보, 판촉 행사 개최 △현지 수산 단체와 정보 교류 △고정 거래처 확보 및 관리 등 제반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중앙회와 회원조합의 대중국 수출 업무를 현지에서 지원하고 있다.

또한 중국 수산물 소비가 고급화되면서 품질, 위생 뿐만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해 수협 고유 브랜드 ‘바다愛찬’ 홍보와 함께 통합 브랜드, 중국 수출용 브랜드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수협은 지난해 11월 수협중앙회와 전국회원조합에서 각각 생산되는 김 제품을 ‘수협 김’이라는 통합 브랜드로 생산, 판매를 개시했다. 수협중앙회에서 국내외 수출 판로 확대와 마케팅, 포장 디자인 개선 등을 담당하고 회원조합은 생산·가공·품질관리를 맡아 해외시장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힘을 모은 것이다. 또한 조미김, 스낵김 등 최근 해외에서 다양한 형태의 김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조합별로 차별화된 김 제품을 선보인다.

‘수협 김’은 중국내 유통 채널을 통해 공급해 중국 수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수협은 앞으로 마른 미역, 마른 멸치 등의 통합브랜드 출시를 통해 해외시장을 개척해 나갈 예정이다.

최근에는 중국 수출용 수산물 브랜드 ‘海多珍(해다진)’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중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바다의 여러 가지 소중한 것이라는 뜻을 담은 브랜드 이름을 중국 정서에 맞춰 현지화 한 것으로 바다愛찬, 수협김 등의 앞서 선보인 수협의 국산수산물 제품이 판매 증가에도 브랜드 인식이 낮다는 점에서 착안 한 것이다.

이와 함께 기존 수협 수산물 포장의 디자인을 일부 중국어로 직역하는 것에서 벗어나 중국 소비자 기회에 맞는 새로운 디자인을 반영하며, 중국내 식품 안전성에 대한 관심에 높아짐에 따라 ‘국내산 청정해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는 설명 등 안전성과 위생도 강조하기로 했다.

海多珍(해다진)은 중국 현재 상표등록 출원 중에 있으며 등록이 완료 되면 중국 수출용 수산물 제품에 브랜드를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 생산과 유통 현장에서는 중국 진출을 위해 보다 실질적인 정보 제공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지 시장 정보 부족, 통관 절차 어려움 해소…과제로 남아

정부에서 제시하는 한·중FTA의 비전은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선점한다는 점에서 반길만 한 것이지만, 막상 생산자나 유통인들에게는 아직 막연하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김을 주력 상품으로 하는 해남수협에서는 지난해 4월 중국 길림성 장춘시의 여화만백화(집단)유한 공사와 연간 100억원 규모의 해남 김 및 수산물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계약내용은 장춘시 48개 백화점에 1년간 해남김을 공급하는 것으로 품목은 3단 도시락김을 비롯 와사비맛 김, 김치맛김, 바비큐맛 김 등 기능성 김과 김자반 등이며, 1년후 자동 연장키로 했다.

이달 자동연장을 앞두고 해남수협은 지난해 계약 이후 김 수출이 이뤄졌으나 외부적인 요인들로 인해 애초 계약에 상응하는 물량은 아니었다고 설명하며, 올해 계약 연장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해남수협의 수출 계약은 외부 지원이 아닌 자체적인 성과로 의미가 있으나 지속성을 가지고 확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수출 과정에서의 문제들을 보완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할 것이다.

광어를 주력 상품으로 하는 제주수협유통 관계자는 “중국 수출을 위해서는 현지 시장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가 가장 절실하다”고 말했다. 제주수협유통은 지난 2013년 활어 100kg을 중국 바이어에게 판매한 이후 중국 수출은 전무한 상황이다.

한·중FTA로 중국시장에 관심을 가지며, 지난해 11월 열린 청도 박람회에서 광어 시식회를 갖고, 냉동이나 선어 형태의 샘플을 중국으로 보내고 있긴 하나 어떤 방식으로 공략해야할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막막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제주 광어는 활어 상태로 수출해야 상품성이 높으나, 통관 절차가 까다롭고 유통 경로 확보에도 애로가 있다는 의견이다.

한국전복유통연합회 소속 김만옥 대표는 전복의 중국 수출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값싼 중국산 전복과의 가격 경쟁력이다”라고 꼽았다. 또한 “현재 건조 또는 통조림 형태로 수출되고 있는데 통관 절차의 어려움도 있다”며 “현재는 내수시장과 일본 수출에 주력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 소량 수출에 그치고 있고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가는 형태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수출은 긍정적인 요소가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대표는 “중국이 우리나라에 비해 막대한 양의 전복을 생산하고 있으나, 해양환경 관리 등의 문제로 대량 폐사 또한 많이 발생해 앞으로 생산량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내산 전복은 품질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상품 차별화로 중국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3억 인구의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임에 분명하지만, 대기업 위주로 이뤄진 기존의 수출 방식을 고수한다면 한·중FTA는 작은 규모의 생산자, 유통인들에게 큰 타격을 입힐 것이다. 현지 시장에 대한 정보 부족, 통관 절차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가격 경쟁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상품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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