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장관, 4년 單任 회장
-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한다 -
10개월 장관, 4년 單任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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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5.03.31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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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동보다 더 나쁜, 졸속행정 경계해야

▲ 김성욱 본지 발행인
수산청 시절이나 농림부, 해양수산부 시절이나 수산업 위기는 언제나 있어 왔다. 농림수산정책에서 수산업이 소외당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는 끊이질 않았지만, 그래도 수산청 시절에는 수산공직자들과 업계가 한 식구처럼 협력하면서 숱한 난관을 극복해왔던게 사실이다. 부산수산대학(지금의 부경대)을 중심으로 하는 학연(學緣), 지연(地緣)의 잡음도 없을 수는 없었지만 우리나라 수산업이 성장기를 지나 쇠퇴기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끊임 없이 발생하는 숱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데는 민관(民官)의 소통과 이해가 무엇보다도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자면 1980년대를 전후하여 수산정책을 이끌었던 수산계 지도자들이 한국 수산업 발전사에 남긴 족적(足跡)들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그 당시 장모 국장이 내게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는 “하루 하루를 칼날 위를 걷는 심정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칼날을 중심으로 이쪽은 천당이요 저쪽은 지옥이라 했다. 업계와 공직자가 한배를 타고 있는 공동운명체와도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2015년 3월, 만난(萬難)을 헤치고 두 사람의 지도자가 새롭게 등장했다. 지난 3월 16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취임에 이어 25일에는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의 취임식이 개최되었다. 비록 ‘10개월 장관’, ‘4년 단임(單任)회장’ 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는 했어도, 지난 2년 동안 끝이 없는 불황과 비극의 소용돌이에 함몰되어 왔던 우리 해양수산계로서는 긴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와도 같이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심어주는 커다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정부 2년 동안 두 번의 장관이 바뀌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비극적 사건을 겪는 동안, 새롭게 출범한 해양수산부는 부활의 축복은 커녕 죄인과도 같은 원죄(原罪)를 뒤집어 쓴 채 과거의 정책과 관행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침체의 늪에 빠져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공직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장기 불황에 시달려온 어업인들은 어업인들대로 집단이기주의의 수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유기준 장관도 이러한 현실을 누구보다도 절감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공직자들은 현장에서 듣고, 고민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현장(現場)에 답이 있다는 사실을 조목 조목 지적한 것이다. 책상 앞에만 엎드려 있지 말고 크루즈와 마리나도 체험하고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직접 운반트럭도 타보라고 역설한다. 공무원이 현장에 나아가서 직접 체험하고 소통하지 않는다면 탁상공론(卓上空論)과 “전문성의 덫‘에 빠지게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까지 잊지 않았다. 모든 정책을 속도감 있게 처리하고 성과를 내 보이라는 유장관의 다소 성급한 다그침도 결국은 현장 중심, 소통중심의 행정에 그 해법이 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유장관 앞에는 수 많은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해양수산부 내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해양과 수산이라는 이질적 생태계에서 새로운 공통점을 찾아내고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일이 급선무다. 뿐만아니라 해양안전 확보와 대국민 신뢰회복이라는 박근혜정부의 태생적 한계를 한시바삐 극복하고, 수산업을 창조경제의 핵심산업으로 육성하는 것 또한 유장관에게 주어진 최대의 과제하고 생각한다. ‘10개월 장관’이라는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유기준 장관에게 주어진 피할 수 없는 멍에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시간은 짧고 할 일은 많다는 얘기다. 그러나 유기준 장관의 해양전문 법조인으로서의 역량과 3선 국회의원으로서의 경륜을 놓고 본다면 출범 3년차를 맞이하는 해수부의 산적한 과제를 순조롭게 풀어낼 수 있는 능력과 정치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한가지 염려가 되는 것은 과도한 성과주의에 쫓기다 보면 뜻하지 않은 시행착오로 국민의 신뢰를 더 많이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공무원의 복지부동(伏地不動)만큼 나쁜 것이 탁상공론의 졸속행정임을 유장관은 어느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수협 정체성의 대변화 예고(豫告) - 기대가 크다

일선 수협 조합장 선거가 끝났다.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동시선거로 치러진 조합장 선거에서 절반에 가까운 새 인물들이 선출된 것은 수협조직의 변화를 바라는 일선 어업인들의 표심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어서 앞으로 전개될 협동조합운동에 어떠한 변화와 쇄신이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3월 25일에는 새로 선출된 김임권 수협중앙회 회장의 취임식이 개최 되었다. 김임권회장의 취임은 몇가지 관점에서 볼 때 53년 수협중앙회 역사에 있어서 가장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어업인의 피를 타고났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이다. 성장과정에서도 그러했지만 학창시절에는 우리나라 해양수산인재 배출의 요람이라고 일컬어왔던 부산수산대학교에서 수산경영학을 전공함으로써 수산업에 대한 이론적 체계와 실무를 두루 겸비한, 합리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는 정관계(政官界) 인사들과 돈독한 인맥을 형성해 오면서, 정치활동에도 많은 후원과 관심을 가져왔던 게 사실이다. 다시 말하자면 ‘권력에의 의지’가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이러한 그의 성향이 공적자금 투입이후 심각하게 훼손된 수협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회복하는데 얼마 만큼 기여하게 될는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는 시점에 맞춰 생산자 중심의 협동조합 운영체계를 과감히 혁신하여 수산물 유통개혁의 주체로서 수협의 위상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겠다는 그의 구상에 많은 관심과 기대가 모아진다. 현재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산지 거점유통센터(FPC)를 전국 규모로 확대하는 방안, 그리고 소비지분산 물류센터와 대형유통업체와의 협력방안 등등, 지금의 경제사업 조직을 어떻게 개편하고 전문인력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그의 앞길에는 숱한 난제(難題)와 도전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뿐만아니라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완전분리하여 지주회사체계로 전환하는데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또한 그에게 주어진 커다란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박근혜정부 3년차, 이제 겨우 해양수산부와 수협의 새로운 진용이 갖추어 졌다. 옛 속담에 “꿩 잡는게 매”라고 했다. 해양수산업을 되살리는 것도, ‘강한 수협, 돈되는 수산’을 만드는 것도 결국 지도자의 지혜와 강력한 리더십에 달려 있다. 이제 숲의 모양은 그려졌다. 그 속에서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은 두 지도자의 몫이다. 임기 중에 과시적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침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교훈을 가슴깊이 되새겨주기 바란다. 할 일도 많고, 시간도 많다. 4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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