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재해, 과학으로 풀어 나가자
해양재해, 과학으로 풀어 나가자
  • 염기대 한국해양연구원장
  • 승인 2008.12.24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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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기대 한국해양연구원장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하루하루 변화하는 기상조건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의 중요성을 깨닫고 오랜 세월의 경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가까운 장래의 일기를 예상했었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거나 ‘달무리가 지면 비가 온다’는 등의 말은 한낱 근거 없는 미신쯤으로 흘려버릴 수도 있겠으나 오늘날 일부 호기심 많은 학자들에 의해 사실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날씨가 흐려지면 곤충들은 비가 올 것을 예감하고 땅바닥 가까이에 내려가 숨을 곳을 찾게 되는데 이들을 잡아먹는 제비가 낮게 날게 된다고 한다. 또 달무리는 높은 곳에서 만들어지는 구름인 권층운이 하늘을 전부 뒤덮었을 때 나타나는데 이 구름은 날씨를 나쁘게 하는 저기압이 이동하기 전에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이후에 일기가 흐려질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한다. 실제로 달무리가 생긴 후 비가 올 확률이 60~70%에 이른다고 하니 상당히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는 일기예보 척도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런 조상들의 지혜에만 기대어 살아가기엔 버거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미디어를 통해 갑작스럽게 발생한 해일로 평화롭던 마을 전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위력을 가늠할 수 없는 태풍의 내습으로 순식간에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생활터전이 파괴되는 모습이 수차례 목격된 바 있다. 이처럼 자연이 주는 재앙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걸림돌로 부상하였으며 시급히 해결책을 찾아야하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 현상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점점 높아지는 바다 수온에 주목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발표된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 4차 보고서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향후 100년간 최고 5.8℃까지 상승할 수 있고, 해수면도 최대 59㎝~100㎝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치를 제시한 바 있다.해수면 상승은 연안침수, 연안 시설물 붕괴 및 유실로 이어져 주거지와 농경지 등 생활터전을 파괴하게 되고, 평소 해일이 도달하지 못하던 지역까지 그 피해를 확대시킨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해수면의 온도상승이다. 태풍은 바다를 그 에너지 원천으로 하여 만들어지고 이동하게 되는데 최근 지구 온난화에 따라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과거보다 훨씬 강력한 태풍이 만들어지고 있어 그 피해 규모 역시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03년 9월 상륙한 제14호 태풍 ‘매미’는 삽시간에 영남 내륙을 초토화시켜 132명의 인명피해와 총 4,089세대 1만975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키고 주택 2만1,015동, 농경지 3만7,986ha의 침수피해, 총 4조 7,810억 원에 이르는 재산피해를 유발하며 기상관측 100년 이래 가장 강력했던 태풍으로 기록을 남긴 바 있다. 발생 후 따뜻한 바다를 지나면서 더욱 많은 에너지를 얻어 강력해지는 태풍은 강우 강도가 높은 집중호우를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연안 상륙시 만조 시간대와 겹치게 될 경우 엄청난 규모의 해일을 일으켜 치명적인 피해를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해양기후환경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자연 재앙이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활기반 시설을 파괴하고 인류의 생존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지금 그 돌파구는 바다를 예측하고 대비할 방안을 모색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 해양 국가들은 해양자연재해로부터 국민들의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연구 활동에 앞장서 왔다. 지난 50여 년 동안 수많은 연구인력 동원과 막대한 재정적 지원의 결과로 해양연구조사선, 해양관측부이, 인공위성, 슈퍼컴퓨터 등의 첨단기술을 이용한 다각적인 예보체제를 구축하였으며 해양 예보 적중률을 높여가기 위해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매년 되풀이되는 태풍, 폭우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해양 재해를 신속겵ㅘ?構?예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일부 기술 및 데이터를 해양예보 현업에 활용하고는 있으나 아직 그 기술력이나 재정적 지원 측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하고 있다.

 해양재해에 대한 정확한 예보는 인명과 재산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화시켜 준다. 특히 연안 해역에 대한 해상상태를 정확하게 예측하도록 해주어 해양 개발, 어업, 해운 등 해양관련 사업의 능률과 경제성을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노력과 국가차원의 관심과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오늘날 해양은 인류의 가장 중요한 삶의 터전이자 인류 생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강력한 존재로 부상하였다. 지구 표면의 71%를 차지하며 지구 기후변화의 최대 조절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바다의 분노를 진정시키는 것이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과 번영을 위해 가장 필요한 과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근원적 문제인 지구 온난화를 잠재우고 해수면의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근본적이고도 전 지구적인 노력이 뒤따라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궁극적인 목표를 단기간 내에 해결하기 불가능하므로 우선 급한 데로 가까운 장래에라도 언제든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해양재해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힘써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0년까지 지난 2003년 건설된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잇는 제2, 제3의 해양과학기지를 추가로 건설하고, 54개(2004년 현재)가 운영되고 있는 실시간 해양관측소를 91개소로 확대 설치하여 실시간 국가해양관측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실시간 국가해양관측망이 구축되면 우리나라 인근 해역에서 일어나는 파고, 조석, 해일, 수온, 염분, 해양 기상 등에 관한 정확한 자료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어 해양산업 활동 지원뿐만 아니라 연안 재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염두에 둘 점은 아무리 해양관측기술이 최첨단을 달려도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해양재해로 인한 피해수준은 그리 개선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해양재해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상 예측 및 재난 예보 기술이 발전함과 동시에 국민들의 안전의식, 대처방법에 대한 인지수준도 높아져야만 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미진했던 시대를 살았던 우리 조상들이 달무리나 낮게 날아가는 제비를 관찰하며 미리미리 비 피해에 대비했던 것처럼 우리 국민들도 해양재해의 심각성을 깨닫고 재해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관심과 생활 속의 노력이 뒤따라야 비로소 해양재해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약 력
·1949년 서울출생
·서울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가 R&D사업평가위원
·국방부 특별설계심사위원
·해양수산부 중앙연안관리심의회 위원
·해양수산부 정책평가위원
·해양수산부 항만설계심사위원
·과기부 국가과학기술기본계획(공공기술)위원
·국무조정실 새만금환경실무위 위원
·국회 바다포럼 전문위원
·현 한국해양연구원 윈장

 


 200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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