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맛, 대하요리
가을의 맛, 대하요리
  • 윤성도 자유기고가
  • 승인 2009.10.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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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도의 바닷가 이야기>

 

 

△백사장의 자연산 대하

 

  높고 푸른 하늘, 그 하늘 아래로 단풍이 곱게 물들어 가는 계절이다.
  이맘때쯤 충남 태안 안면도 ‘백사장’은 포구 전체가 분주해진다. 대하 경매를 하는 수협 위판장이 떠들썩하고, 대하 맛을 보러오는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백사장 연안의 대하 조업 시기는 8월 하순부터 이듬해 1월까지, 1월이 지나면 남쪽 흑산도 쪽으로 내려간다.

 

 대하의 대량 집산지, 백사장 항

 천수만은 서해안 어패류의 최대 산란지다. 서해 특산물 대하도 이른 봄 이곳에서 산란하여 여름을 지나면서 성어가 되고, 가을로 접어 들 무렵 큰 바다로 나가 겨울을 나고 다시 돌아온다. 천수만과 서해안이 연결되는 길목에 백사장 항이 있고, 대하가 그 길목을 지나게 된다. 백사장 연안이 대하의 대단위 산지가 된 까닭에 대해 안면도수협 박종두(41) 판매과장이 들려주는 얘기다.

 백사장 항으로 대하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대하의 위판가격도 높아졌다. 자연스레 서해안의 많은 대하 잡이 어선들이 백사장 항을 찾게 되었고, 백사장은 전국 최대의 자연산 대하의 집산지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대규모 대하의 유통시장이 형성되면서 양식대하도 많은 물량이 백사장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백사장으로 대하 맛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하 마니아들이다. 이들은 자연산 대하를 고집하며, 양식산과의 가격 차이는 무시해 버린다. 그 만큼 자연산 대하 고유의 맛을 즐기려는 것이다. 자연산은 육질이 졸깃하면서 맛이 깊고, 양식산은 맛이 연하다. 크기에서도 차이가 난다. 자연산은 1킬로그램에 20~25마리 정도가 달리는 것이 좋고, 양식산은 35~45마리 정도의 크기가 가장 맛이 좋다. 양식산은 11월 중순이 되면 출하가 끝난다. 이 후부터 이듬해 1월까지는 자연산만 유통된다.

 

 

△붉은 색이 선명하게 잘 익은 대하

 

 1킬로그램 당 20마리가 가장 맛이 좋아

 대하와 꽃게요리 맛이 뛰어나다는 식당을 소개받았다. 백사장 항 초입에 있는 ‘백사장 수산물회센타’라는 횟집이다. 안주인 장인혜(48)씨에게 대하요리를 주문했다. 익숙한 솜씨로 소금을 깐 프라이팬에 굵직한 대하를 줄지어 깔고 뚜껑을 덮는다. 왜 살아 있는 대하가 아니냐고 했더니 자연산이라 한다. 횟집이나 매운탕집의 수족관에 살아있는 대하는 대부분 양식산이다. 자연산은 그물에 잡히면서 바로 죽기 때문이다.

 백사장을 찾는 대하 손님들은 대부분 소금구이로 즐긴다고 한다. 장 씨는 그 비율이 아마도 98퍼센트는 될 것이라 한다. 소금구이는 간단하면서도 대하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요리 방법. 굵은 소금을 두껍게 깔고 그 위 대하를 얹어 굽기만 하면 된다. 이때 소금은 질 좋은 천일염으로 해야 제 맛이 나고 소금이 나쁘면 쓴맛이 난다.

 바싹한 맛이 일품인 대하 튀김은 생각보다 찾는 이가 드물다고 한다. 젊은이나 간혹 맛으로 찾는 이가 있을 정도라 한다. 프라이팬에서 탁탁 소금이 튀는 소리가 나면서 회백색의 대하가 붉은 색으로 변해갔다. 전체가 발갛게 잘 익은 놈을 잡아 대가리를 떼어 내고 몸통을 입에 넣었다. 짭조름한 맛이 살짝 느껴지는가 싶더니 졸깃한 육질에 대하 특유의 맛이 입안에 퍼진다. 대하는 껍데기를 벗기고 먹기도 하지만, 껍데기째 먹는 사람도 많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기 때문이다. 대가리는 따로 모았다가 약한 불에 바삭바삭하게 구워내면 고소한 맛이 더 난다. 대가리나 껍데기에는 키토산 성분이 많아 우리 몸에도 좋다. 술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하 몸체는 소주 안주에, 바싹 구운 대가리는 맥주안주에 안성맞춤이라 한다.

 

 

△대하튀김
바싹 구운 대가리는 맥주 안주

 

 대하의 주요 영양 성분은 단백질과 무기질. 대하의 칼슘 함량은 멸치보다 높아 골다공증이나 골연화증을 예방하며 골절 환자나 뼈가 약한 환자들의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 그 외 대하에는 타우린, 키토산, 베타인, 아르기닌 등의 성분이 많아 건강식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타우린과 키토산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타우린은 또 해독 작용을 도와 간 기능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

 대하에는 콜레스테롤이 많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하의 콜레스테롤이 다른 생선에 비해 낮은 것은 아니지만, 대하의 지질에는 콜레스테롤의 양을 저하시키는 고도 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고, 특히 엑기스 중에는 같은 작용을 하는 타우린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대하를 건강, 우수 식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계절,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이 가을에 한번쯤 일상에서 훌쩍 벗어나 서해안 작은 포구에서 여름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가을의 맛, 대하 요리로 달래보는 것은 어떨지. 굳이 백사장을 찾지 않아도 이맘때쯤 서해안 포구에는 어디나 대하가 기다리고 있을 터이다.

 

△백사장수산물회센타
△장인혜씨
 백사장 수산물회센터
 충남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 1232-49

 

 TEL: 041-672-6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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