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유통구조개선 인프라, 본격 가동은 언제?
수산물 유통구조개선 인프라, 본격 가동은 언제?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5.03.03 1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산물 유통구조개선 어디까지 왔나
한림·속초시수협 FPC 이달 준공…2017년에야 실효성 확인 가능

▲ 속초시 수협 FPC 전경


늦어진 사업 속도, 올해 정부 예산 없는 FPC…사업 차질 우려
완도금일·경주시수협 FPC 착공 차질 없어, 대구수산물분산물류센터도 올해 착공

수산물 유통의 복잡한 구조는 높은 유통비용과 가격 불안전성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다. 수산물 유통은 생산자의 손을 떠난 수산물이 위판장을 거쳐 산지도매인에 의해 소비지 도매시장 혹은 공판장으로 옮겨가고 다시 소비지 중도매인에서 소매상을 끝으로 비로소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게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유통단계가 더해질수록 수수료와 부대 비용 발생으로 인해 가격이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일부 수산물의 이중경매로 인한 불필요한 수수료 발생의 문제도 오랜 병폐로 지적돼 왔다.

오래된 것은 유통구조뿐만이 아니다. 낙후된 유통시설은 신선도 유지가 필수인 수산물의 위생관리에 취약한 상황이다. 목재 어상자로 대표되는 비위생적인 경매환경과 기준이 명확치 않은 물류환경. 연근해산, 양식산, 원양산 등 생산지 품목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됐다.

이와 동시에 수산물 소비 패턴의 변화로 수산물 가공과 수산식품 육성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 생물을 구입해서 조리해 먹는 것이 아니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통조림이나 간식 등의 형태를 선호하는 분위기이나, 산지 가공시설은 열악한 규모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등장한 것이 지난 2013년 7월 해양수산부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수산물유통구조개선 종합대책’이다. 생산자는 제 값을 받고 소비자는 더 저렴하게 안전한 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대책의 핵심 내용이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유통구조의 혁신적인 축소이다. 기존에 6단계를 거치던 유통구조를 4단계로 줄여 유통비용을 줄이고 안전한 유통경로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축소된 유통구조는 생산자→수산물 산지거점유통센터(FPC)→소비지분산물류센터→소매상→소비자로 이어지는 형태이다.


유통구조 축소의 핵심, FPC와 소비지분산물류센터

유통구조 축소의 주요 키워드가 바로 수산물 산지거점유통센터(FPC)와 소비지분산물류센터이다. 수산물 산지거점유통센터(FPC : Fisheries Products Processing & Marketing Center)는 경매가 이뤄지는 위판장과 산지중도매인의 단계를 하나로 압축한 형태로 생산자가 중심이 돼 수산물을 규모화·집적화해 전처리(前處理)·가공 등의 과정을 거쳐 상품화 한 후 직거래하거나 소비지에 공급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소비지분산물류센터는 기존 소비지 도매시장과 중도매인, 중도매상의 단계를 개선한 것으로 FPC나 산지수협 등에서 매취 또는 수탁을 통해 조달한 상품을 소비지에 분산판매하는 기능을 가진다. 즉 FPC에서 생산된 상품을 보관하고 대형마트나 단체급식, SSM 등의 소비처에 판매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부 제도의 개선이나 보완이 아닌 유통구조의 틀을 재구성하는 ‘수산물유통구조개선 종합대책’은 수산물 유통의 문제를 개선하고 새로운 소비트렌드에 부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 중에서도 주목을 받은 것이 FPC사업이다.

산지 위판장은 그동안 노후된 시설과 유통구조의 한계로 단순 경매 기능을 벗어나지 못했다. 산지 위판은 많은 물량의 분산처리에는 효과적이나 소비지 시장과의 교섭력이나 상품개발, 판매에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전체 위판장의 절반 이상이 15년 이상의 노후된 시설로 유통 효율화와 안전한 수산물 공급을 위한 현대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또한 수산 가공식품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음에도 산지가공시설을 소유한 조합은 24개소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세척·절단·건조·포장 등 단순가공 처리만을 하고 있는 작은 규모로 상품 차별화를 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집적에서부터 세척, 선별, 포장 등 전처리가공이 직접 이뤄짐은 물론 신선한 수산물 공급의 기본인 저온유통에서 나아가 수산물을 소비자가 직접 보고 맛보고 구매할 수 있는 관광요소까지 겸비한 FPC는 산지 유통환경의 한계를 넘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각됐다.

또한 대형유통업체 등 소비지 중심의 유통구조를 산지 중심의 유통구조로 탈바꿈하겠다는 대책의 취지에 비춰볼 때 산지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생산자가 중심이 돼 신선한 수산물을 공급하는 FPC는 수산물유통구조개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 속초시 수협 FPC 전경

속초시수협·한림수협 FPC 이달 중 준공식 예정

이에 2012년 1차 사업자로 선정된 강원도 속초시수협과 제주도 한림수협을 시작으로 2013년 경주시수협, 완도금일수협,혜승수산이 2차 시범사업자로 선정됐다. 현재는 최초로 FPC사업을 시작한 속초시수협과 한림수협이 이달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처음으로 FPC사업을 시작한 한림수협은 지난 2013년 8월 첫 삽을 떴다. 사업비는 국비 56억원 지방비와 자체부담 각 42억원 등 총 140억원이 투입됐다. 한림수협 FPC는 지난해 7월 완공을 목표로 했으나 당초 계획에서 8개월 가량 늦어진 3월 준공식을 갖게 됐다.

한립수협 FPC는 1만 3,022㎡ 부지에 지상 4층 규모로 저온처리시스템을 갖춘 위생작업장과 냉동·냉장시설(냉동 120T/D, 냉동 220M/T), 제빙·저빙시설(제빙 60T/D, 저빙2000M/T), HACCP가공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FPC가 건립됨에 따라 부족했던 얼음 제조시설과 냉장보관 시설 등이 확충되고 저온 위판 시스템이 구축됨으로써 신선한 수산물 공급의 기지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림수협은 FPC사업을 진행하면서 지난해 31명의 직원을 새롭게 채용했으며 위판에서부터 가공, 상품화, 마케팅까지 한 번에 이뤄지는 FPC를 통해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림수협에 이어 2013년 12월 착공한 속초시수협 FPC는 2만 5,450㎡의 부지에 위판장과 가공공장, 판매장 등 지상 3층 3개 동으로 이뤄지며 현재 진행 중인 사업 중 가장 큰 규모이다. 총 사업비는 국비 64억원, 지방비 48억원, 자체부담 48억원 등 총 160억원이 투입됐으며 지난해 12월 준공 예정이었으나 조금 늦어진 이달 말경 준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속초시수협 FPC에는 동해안 수산물의 특성에 맞춘 붉은대게 스팀시설, 도루묵 등의 H/G·필렛(fillet) 시설, 오징어·양미리 반건조 시설 등 1차가공 시설이 도입됐으며 고등어, 삼치, 꽁치 등의 가공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또한 소비자와의 직거래가 어려웠던 위판장의 개념에서 벗어나 푸드코트와 수산물 직판장을 설치해 산지수산물로 만들어진 요리와 가공식품 등을 판매함으로써 관광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 한림수협 FPC 전경

FPC 2차 사업 다소 늦어져 올해 착공 예정

2차 사업자로 선정된 완도금일수협은 2월 현재, 설계를 완료하고 건축 시공 및 감리업체를 선정 중이며 경주시수협은 설계용역이 추진 중으로 두 곳 모두 올해 안에 착공해 내년 중 완공을 목표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완도금일수협과 경주시수협은 총 사업비 60억 원이 투입되며 당초 계획으로는 지난해 말 착공 할 예정이었다.

완도금일수협 FPC는 국비 24억원, 지자체 18억원, 자체부담 18억원 등 총 60억원 규모로 추진된다. 연면적 3,255㎡에 지상 3층 규모로 위판장, 가공시설, 냉동냉장, 제빙시설, 판매장, 보관시설이 구축될 예정이며 특히 직매방의 경우 수산물을 직접 보고 만지고 먹어볼 수있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완도금일수협의 경우 구 완도수협의 파산 후 위판장이 매각 처분 돼 비좁은 위판장을 사용해옴에 따라 많은 양의 수산물을 노상에 야적해 수산물 위생과 신선도 유지에 어려움이 있었다.

FPC가 완공되면 완도해조류 위판 물량의 30%를 직접 가공·판매하고 소비지역 대형유통업체와 직거래 추진으로 유통단계 축소 및 유통비용 절감이 기대되며, 보다 신선한 수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안전한 수산물 공급을 위해서는 수산물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산지 위판장의 위생이 중요하다. FPC를 통해 저온 유통 인프라를 확충하더라도 모든 생산물량을 처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에 품질위생관리형 위판장 전환을 통해 산지 위판장의 위생수준을 높이고 유통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연결되는 저온유통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유통은 각각 분리된 형태가 아닌 연결된 형태로 산지의 유통환경 재정비는 중요한 첫 단추라 할 수 있다.

현재 해당 사업은 공모를 통해 지난해 말 영덕북부수협을 시범사업자로 최종 선정해 추진 중이다. 영덕북부수협 품질위생관리형 위판장은 영덕군 축산면 축산리의 연면적 1,944㎡에 조성되며 지상 3층 건물로 1층은 위판, 2층은 판매, 3층은 업무공간으로 꾸려진다. 총사업비는 약 30억원으로 국비가 40%, 지방비와 자체부담이 각 30%이다.

재탄생하는 위판장은 양륙부두 집약화, 자동선별 및 계량 시스템 도입, 저온환경 유지, 위판장과 상차공간 분리 등 위생 및 안전여건을 완비한 위판장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 품질위생관리형 위판장 개념도

대구수산물분산물류센터 올해 착공, 인천 기본 계획 수립 중

수산물 유통구조개선에서 빠져서는 안 될 톱니바퀴 중 하나가 ‘소비지분산물류센터’이다. 소비지분산물류센터는 산지와 소비지를 연계하는 물류기지로 FPC에서 생산된 상품과 산지수협의 생산 상품을 분산, 판매하며 저온 유통을 통한 위생적인 유통환경 조성과 상품 경쟁력 강화의 한 축을 맡게 된다. 산지의 생산과 소비지의 분산이 맞물려 돌아가야 효율적인 유통망 구축으로 가격 안정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소비지분산물류센터는 대구와 인천 두 곳에 조성될 예정이다.

최초로 소비지분산물류센터가 조성될 곳은 대구이다. 대구혁신도시 인근인 대구시 동구 용계동 일원의 1만 3,294㎡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건립된다. 총 사업비는 380억원으로 국비와 자체부담 비율은 각 50%이다.

해당 사업은 2014년도 정부 예산이 확정된 이후 설계 용역 및 업체 선정을 마친 상태로 오는 8월 착공해 내년 10월 준공될 계획이다.

물류센터에는 물류분산장, 냉동창고 등 도매분산시설과 함께 수산물, 농축산물 등을 판매하는 수협의 바다마트, 횟집, 수협은행 등이 구축될 예정이다. 물류센터가 건립되면 기존의 신암동 대구공판장은 폐쇄된다.

대구에 이어 인천에도 소비지분산물류센터 구축이 추진 중이다. 인천수산물분산물류센터는 수도권 소재의 물류센터로서 소비자가 밀집돼 있는 수도권 수요 수산물의 대량 수집·분산·통합물류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효율적인 유통구조를 확립하는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수산물분산물류센터는 인천광역시 중구 축항대로의 현 인천공판장 부지에 지어지며 지상 4층(연면적 2만 2,447㎡)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약 500억원 내외로 아직 미정이다. 현재는 지난해 추진한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건립 기본계획 수립 및 내년도 정부예산 반영을 추진하고 있다.

▲ 대구수산물분산물류센터가 들어선 대구 용계동 부지.

FPC사업 올해 예산 없어…사업 진행 늦출까 우려

유통구조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던 시작과 달리 세부사업은 더디게 진행되는 분위기이다. 핵심 시설인 FPC 시범사업 준공이 늦어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며 올해 해수부 예산에는 FPC 사업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사업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추진 중인 다섯 곳의 시범사업 이후 오는 2020년까지 스무 곳의 FPC를 건립한다는 당초 계획대로 사업이 이뤄지기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2012년도 사업의 경우 평균 사업비가 150억원, 2013년도 사업은 60억원이며 이중 정부 지원이 40% 지자체와 사업자가 각각 30%를 부담하고 있는 본 사업에서 정부 예산은 중요한 사항이다.

정부 지원이 더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상황에서 올해 예산 배정에서 FPC사업이 빠진 것은 사업자 참여를 주춤하게 할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수협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의 경우 지난해 예산에 포함된 사항으로 다섯 곳의 시범사업을 진행하는데는 문제가 없다”며 “내년에 예산이 배정되면 그에 따라 신규 사업이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속초시수협과 한림수협의 FPC가 준공되며, 대구수산물분산물류센터가 내년 말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FPC와 소비지분산물류센터를 주축으로 축소된 수산물 유통구조 개선의 실효성은 지금의 경과로 볼 때2017년이 돼야 비로소 확인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구축된 인프라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기준과제도 또한 정비돼야한다. 이에 따라 지난 2013년 김춘진 의원이 발의한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농안법을 기저에 두고 있던 수산물 유통을 수산물의 특성에 맞춘 시스템으로 변모하는 기반이 되리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기존 유통구조 내의 이해관계를 해결하는 과제도 남아 있을 것이다.

유통구조개선의 핵심 인프라인 FPC와 소비지분산물류센터 구축이 탄력을 받아 수산물 유통구조개선의 시작을 알리길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