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둘러싼 줄다리기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둘러싼 줄다리기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4.12.02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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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 수산물 도매제도 개선안을 찾는다
거래제도 개선을 통한 도매시장 내적 성장, 유통인 아우르는 다각도의 접근 필요

▲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 1단계 사업 전경

시장도매인제VS경매제가 아닌 현장 실정과 수산물 특성 반영한 도매제도
유통환경변화에 발맞춘 시장 경쟁력 강화…유통개선 본질 잃지 말아야

가락시장은 1985년 국내 최초의 농수산물 공영도매시장으로 문을 열어 현재 3,200여 업체, 2만여 명이 종사하고 있는 국내 최대 도매시장이다. 그러나 개장후 28년이 경과해 시설 노후, 지역 오염, 불편한 교통 여건 등 외부적인 보강과 유통 환경 변화에 따른 내부적인 개선사항을 안고 있다.

이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을 추진, 지난 2009년 공영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을 확정하고 2011년 1단계 사업에 착공해 11월 현재 공정율 92%, 내년초 준공을 앞두고 있다. 오래된 시설과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가락시장의 미래 기반을 안팎으로 단단하게 구축하겠다는 취지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은 그 시작부터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되고 있는 지금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임대유통상인들의 ‘신축매장 이전 및 임대료 인상 반대 결의대회’가 있었다. 사업계획 수립 당시 3만3000㎡(1만평)이었던 매장 면적은 사무동과 활성화동에게 자리를 뺏기고 2만6400㎡(8000평)로 줄었으며 유통상인 1명당 배정 면적도 기존의 6.6㎡(2평)와 동일해, 좁고 낡은 시설을 쾌적하게 개선하겠다는 취지는 오간데 없었다는 것이 이날 유통상인들의 주장이었다. 또한 상품 반출입 시간과 운반경로 및 방법 등이 고려되지 않은 수직 매장은 도리어 불편함과 불필요한 시간소요를 요한다는 것.

1단계 사업의 마무리를 앞둔 상황에서 임대유통상인들의 반발은 현대화사업 전반을 돌아보게한다. 이날 유통상인들은 공청회를 통한 의견수렴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진행될 2·3단계 사업에서도 공사와 유통인들의 의견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수산부류 유통인들 일부는 지금의 계획대로 도매권역 현대화를 진행할 수 없다고 의견을 표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는 ‘시장도매인제도’ 도입을 두고 팽팽하게 갈리고 있는 양론이 있다.

2·3단계 도매권역 사업, 도매제도 합의 안개 속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은 3단계로 1단계는 소매(임대)상인 입주시설과 관리업무동(공사 사무실)을 구축하고 있으며, 2·3단계에서 도매권역에 대한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공사는 1단계 공사를 마무리 지으며 최근 도매권역 건설기본계획을 보완하고 나섰다. 그 배경에는 ‘시장도매인제도’ 도입과 관련된 거래제도와 장기화되는 사업기간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의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주요 요소로 작용했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은 대형 사업이다. 대규모 재원을 필요로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다. 게다가 당초 10년으로 계획된 재건축이 17년으로 장기화됨에 따라 총 사업비도 1조 2169억 원으로 증액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업계획에 있어 공감대를 찾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일 것이다. 특히나 시장의 시설 구축과 배치 문제와 직결되면서 유통인들의 생존권에도 중요한 사항인 도매제도는 어느 한편의 이익만을 대변해서는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실질적인 효용성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그러나 2·3단계 착공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도 이에 대한 논의는 갈등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시장도매인제와 경매제가 병행될 경우 그에 따른 시설이 구축돼야 한다. 공사는 어떤 거래제도가 도입되더라고 활용할 수 있는 가변형 시설 설계를 계획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입장을 표했지만, 외부에서는 시장도매인제를 이미 염두에 두고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기록상장과 형식경매…경매제의 오랜 병폐

현재 공영도매시장의 도매제도, 포커스를 좁혀서 수산물 도매제도의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수산물거래제도의 문제로 가장 대두되는 것은 ‘기록상장’과 ‘형식경매’이다.

기록상장은 도매시장에서 수탁은 도매법인, 시장도매인만 할 수 있음에도 중도매인이 수탁해 상장도, 경매도 없이 장부상에만 허위로 기록하는 것을 뜻한다. 형식경매는 경매를 하는 척만 하고, 실제로는 중도매인과 출하자간에 실제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말하는데 이 둘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가락시장을 포함하는 수산물도매시장은 도매법인의 수집 및 거래, 중도매인의 낙찰과 분산으로 구성되는데 현실적으로 도매법인이 거래되는 모든 수산물을 수집할 수 없어 상당부분은 중도매인이 수집하게 된다. 이는 중도매인에게 수집된 수산물이 임의 거래 후 실적만 도매법인에 보고하는 기록상장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형식경매와 기록상장은 동시에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기록상장은 형식상 도매법인을 거치게 되면서 불필요한 수수료 발생으로 수산물 가격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미 원가가 책정된 경우가 많은 냉동물, 가공품, 수입품 등은 경매제도를 통한 가격 형성에 애로사항이 있다. 산지보다 낮은 가격 형성, 경매 성사여부 등의 불안요소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에 가락시장은 지난 2008년부터 정가수의매매를 확대해가며 기존 경매제도의 폐해를 바로잡고 나섰다. 품목별 성격과 상황에 맞는 거래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의 중심 축에 있는 ‘시장도매인제도’ 역시 공정하고 효율적인 거래제도 정착에 한 줄기를 두고 도입이 추진됐다.

공사 용역결과, 중도매인 절반 ‘시장도매인 찬성’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에 용역한 ‘현대화사업 2단계 수산시장 배치 및 운영방안 연구’에는 시장도매인제도 도입시 비율과 효과적인 운영방안, 이를 위한 사전 설문조사 결과가 포함돼 있다.

설문조사는 출하자와 중도매인, 구매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거래제도가 바뀔 경우 가장 많은 영향을 받게 될 중도매인에 대한 설문은 2012년 거래실적이 확인된 중도매인 총 475명 중 287명(60.4%)에 대해 실시됐다.

시설현대화사업 후 수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어떤 거래제도를 확대, 도입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에 △시장도매인제 일부도입 26.3% △경매확대 24.4% △시장도매인제 전면도입 12.2% △상장예외품목 거래확대 12% △시장도매인제 절반도입 7% △정가·수의매매 확대 4.3% △기타 13.8%로 나타나 45.5%가 시장도매인제가 수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시장도매인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전혀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29.1%, 불필요하다가 14.0%, 필요함과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한 중도매인이 47.1%로 시장도매인제의 필요성에 절반가량이 동의한 가운데 함께한 가운데 팽팽하게 의견이 갈렸다.

용역연구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수산시장 현대화의 시장도매인 도입시 적정 비율과 규모를 제안하고 있다.

시설현대화에 연계한 수산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장도매인제의 전면도입이 필요하나, 농안법 22조에 따르면 중앙도매시장은 도매시장법인을 두도록 명시하고 있음에 따라 시장도매인 전환의지가 있는 중도매인의 거래실적은 바탕으로 적정 비중을 산출했다고 연구 보고서는 설명하고 있다.

산출 결과, 전체부류를 기준으로 도매시장법인 70.4%, 시장도매인 29.6%이며 세부부류별로는 △선어부류 도매시장법인 64.1%, 시장도매인 35.9% △패류 도매시장법인 43.2%, 시장도매인 56.8% △건어부류 도매시장법인 89.4%, 시장도매인 10.6%로 나타났다.


유통과정 축소로 시장 가격경쟁력 확보

공사측의 연구용역에 따르면 가락시장 수산부류는 수산물유통구조의 특성상 전국 대부분의 수산물 도매시장과 유사한 비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가격경쟁력확보가 필요하며, 시장도매인제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경매로 인한 상장수수료가 제외되고, 현제도에서 이탈, 탈루되는 물량 등 비정상적인 거래로 누락된 거래실적이 확인됨으로써 가격경쟁력과 수산부류 거래규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문조사와 함께 진행된 연구결과에 대해 유통인들은 공감하지 못했다. 물론, 유통인들 사이에서도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대한 찬반 양론이 나뉘고 있다. 산지수집기능이 없는 도매인법인들이 경매 수수료만을 챙기며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부분을 시장도매인제가 보완할 수 있다고 보는 찬성측 입장은 공사가 시설현대화를 통해 개선하려는 현제도의 맹점과 뿌리를 같이 한다.

하지만 연구내용이 양측이 합의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아쉬운 사실이다. 연구결과가 현실적인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했음은 물론,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유도하는 식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가격결정 공정성, 대금결제 불안정 등 문제도

시장도매인제는 도매법인을 대신해 출하주에게 수산물을 직접 수집해 소비자에게 유통함으로써 ‘출하주-도매법인-중도매인-소비자’를 거치는 기존 유통과정을 ‘출하주-시장도매인-소비자’로 축소할 수 있다. 유통과정이 줄어들면 운송비용이 절감되고 경매수수료가 없어, 유통비용 절감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반면 도매법인제도와 달리 상장과 거래방법 등에서 거의 규제가 없고 감독기관의 관리도 제한적이어서 이에 따라 출하자와 시장도매인간에 비공개계약으로 가격이 결정돼 되려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상존한다.

가격결정이 기본적으로 1:1 거래 시스템으로 이뤄져, 가격투명성을 보장하는 경매제보다 공정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시장 유통정보를 가지고 있는 시장도매인이 거래를 주도하는 일방적인 관계도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가격결정이 왜곡될 수 있는 위험도 존재한다.

시장 도매인은 과거 위탁상과 유사한 형태를 띈다. 다만 도매법인에 준하는 자격기준과 자본금을 갖춰야하며 대금정산은 정산회사를 통해 즉각적으로 시행해야한다. 역할은 위탁상에 가깝지만 자격요건은 도매법인에 가까운 형태이다.

이는 기존 도매법인과의 경쟁 구도가 성립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선의의 경쟁을 통한 가격안정 및 시장 활성화가 아닌 과도한 경쟁에 불을 붙임으로써 양측이 모두 자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는 서울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서 전국 최초로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해 경매제와 병행중이며 수도권 수산물 도매시장에서는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된 사례가 없다. 실제 시장도매인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중도매인도 많지 않다는 것이 현장의 사정이다.

▲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 1단계 사업 전경

특성에 따른 거래제도…다각도의 접근 필요

가락시장 시설현대화는 세련된 외관을 갖추는 것 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유통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도약하는 것이 진정한 목표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만 수익창출이 아닌, 시장을 이끌어온 유통인들의 편의와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의 신뢰 구축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반영돼야한다. 수산물 도매제도 변경 역시 시야를 넓히고 다각도로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월 28일 전국수산물 도매시장법인협회는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의 쟁점과 발전 방안’ 보고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는 현대화사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상장예외품목을 거래하고 있는 중도매인은 시장도매인과 동일한 유통행위를 하고 있어 이에 대한 현실화와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이날은 아직 성숙하지 않은 제도를 대형도매시장에서 시범적으로 시도하는 것의 위험성이 지적되기도 했으며, 가변형 시설이 유통환경변화에 따라 구조변경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시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막대한 재정부담을 안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모든 리스크를 예상하고 피할 수는 없으나 공감대를 찾아 최선의 방안을 찾을 수는 있을 것이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 역시, 거시적인 안목을 함께하며 이미 정해진 답이 아닌 상생의 길을 찾길 기대한다

유통인과 공사의 현대화 동상이몽(同床異夢)

가락시장 중도매인의 목소리
‘소규모 중도매인들, 수집·분산 기능 모두 갖춘 인원 많지 않아’

가락시장의 중도매인에게 현재 시설현대화사업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먼저 소통의 부재를 토로했다. “이미 공사에서는 시장도매인제도와 경매제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굳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 도입된다면 그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제도가 어떤 비율로 병행될지에 따라 시장의 시설배치와 규모가 달라지게 돼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을 뿐, 시장도매인제에 대해 실질적인 논의는 없다는 것. 설문조사 재조사 요구나 필요시 열겠다던 공청회도 말뿐, 현장 의견을 반영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시장도매인제에 대해서는 “단순히 위탁상 개념이 아닌 시장도매인은 수집과 분산능력을 모두 갖춰야하는데, 실제 중도매인의 다수가 소규모로 소량·다품종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시장도매인 전환이 어렵다”며 “많은 경우 중도매인은 수집과 분산을 각각 집중 담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입장
‘가변형 시설설계, 어떤 거래제도라도 수용 가능해’

공사는 유통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말까지 도매권역에 대한 기본계획의 수정과 보완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공사 관계자는 “거래제도와 관련된 건의서 등 적극적인 반대는 줄어들고 시설 배치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외부에서 우려하는 공사와 유통인 간의갈등을 일축했다. 공사가 제시한 도매권역 사업안이 가진 사업기간 단축, 물류 개선 등의 장점에 대해 수용하는 분위기로 개별 조합별 설명회를 계속해서 개최하며 갈등의 폭을 좁혀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계자는 “거래제도와 관련해서는 지속해서 논의가 진행중이고 하루아침에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 예상하지만, 기본적인 물류프로세스는 어떤 거래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유사하며 시설 현대화는 복잡한 물류의 움직임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사의 사업계획은 확장성을 가지고 있어 적은 비용으로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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