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음식의 궁합
와인과 음식의 궁합
  • 이주/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 승인 2009.07.2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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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수산물>

 

 국내에서 와인을 먹을 때 한국음식과 와인의 궁합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일정 부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유럽인들이 와인을 음식과 함께 먹는 이유는 유럽의 물은 석회성분이 많아 식수로 사용하기 어려우므로 와인과 함께 먹으면 식수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알코올 성분이 살균효과도 있으므로 다른 지방에서 상이한 음식과 음용하더라도 이질이나 식중독에 걸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음식에는 첫째, 금수강산이란 말처럼 물을 그냥 마시더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탕이나 국 문화가 발달하여 항상 식사에는 기본적으로 탕이나 국이 포함되어 나왔으므로 와인과 함께 국이나 탕을 함께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두 번째로는 비빔밥문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의 경우 음식이 순서를 정해 나오지만 우리나라 음식은 동시에 모두 나오며 음식을 함께 비벼먹는 비빔밥문화이기 때문에 음식에 적합한 와인궁합을 맞춘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음식도 세계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와인과의 궁합을 시도하는 것은 세계화의 기본조건이라 할 수 있다.

 요즘 기업경영을 하고 있는 CEO들은 수출을 위주로 하는 업무특성상 한국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와인을 이해해야 하며 외국 바이어들을 접대하기 위해 와인강의를 받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상당수의 CEO가 비즈니스 업무 시 와인지식의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와인 관련기사를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공부를 하거나 전문 와인서적을 구입하여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5년 전부터 와인열풍이 불어 골프에 이어 와인공부를 하는 경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필자가 단체장이나 기업경영을 하시는 분들과 와인을 함께 마시게 되면 하는 이야기가 “와인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하며 쉽게 와인을 음식과 함께 궁합을 맞추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한다. 그러면 알려드리는 간단한 설명은 보통 주요한 음식을 먹기 전에 식욕을 돋우어주는 식전주로는 샴페인이나 스파클링(Sparkling) 와인으로 하며 흰 살 생선이나 해산물이 나온 경우 화이트 와인, 그리고 스테이크나 기름진 음식의 경우 레드와인으로 드시고 마지막으로 디저트를 드실 때에는 아이스와인이나 귀부와인을 드시면 무난하다고 설명을 드린다.

 그러면 와인을 CEO나 일반인들은 왜 어렵다고 하는 것일까? 첫째는 한국 내에서 술을 드시는 사람들은 소주나 맥주 또는 위스키 등을 드시기 때문에 와인이 친숙하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는 와인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미국, 호주 및 칠레 등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와인 설명서라 할 수 있는 와인 라벨이 외국어로 되어있어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는 외국어를 이해한다고 해도 와인의 역사나 와인품종, 제조방법 등에 대한 자세한 지식이 없으면 와인의 맛이나 향(아로마와 부케), 마시는 요령 등을 알 수 없어 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당황하곤 한다.

 와인을 음식과 함께 드실 때 식전주, 식사주, 식후주로 간단히 이해하고 식전주로 발포성와인, 식사주로 화이트와인, 로제와인 또는 레드와인 그리고 초콜릿, 푸딩 등과 같은 디저트와 함께하는 식후주로 아이스와인이나 귀부와인을 드셔도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식전주로 발포성와인을 시키실 경우 발포성와인의 특성을 알아두면 많은 도움이 된다.

 발포성와인은 당도에 따라 대개 7등급으로 나누고 있는데 당도(리터 당 당분 함유량)가 낮은 곳에서 높은 순서로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다; 브뤼 나뚜르(Brut Nature, 0~3g), 엑스트라 브뤼(Extra Brut, 6g 이하), 브뤼(Brut, 15g 이하), 엑스트라 섹(Extra Sec/Extra Dry, 12~20g), 섹(Sec/Dry, 17~35g), 드미섹(Demi-Sec, 35~50g), 두(Doux, 50g 이상). 브랜디, 위스키나 소주와 같이 드라이한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브뤼(Brut, 15g 이하) 등급이상의 발포성와인을 소믈리에(Sommelier)에게 부탁하면 되겠고 술을 좋아하지 않는 여성이나 단맛이 많은 와인을 좋아하는 경우에는 드미섹(Demi-Sec, 35~50g)이나 두(Doux, 50g 이상) 등급의 발포성와인을 요구하면 된다. 그리고 단 맛 나는 와인이나 드라이한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에는 섹(Sec/Dry, 17~35g) 정도의 발포성와인을 부탁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 단맛이 나지 않는 발포성와인인 경우, 드라이(Dry)라고 하면 될 것을 브뤼(Brut)라고 표현하게 되었는지는 영국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세기에 영국은 현재의 미국과 같은 세계적인 강국이었다. 전통적으로 영국은 프랑스 발포성와인을 최대로 많이 수입하는 나라이자 최대의 소비국이었다. 그래서 프랑스 발포성와인 제조업자들은 영국인들의 발포성와인 선호도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19세기에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수출한 발포성와인은 대부분 맛이 아주 단 것들이었으나 영국인들은 드라이한 발포성와인을 좋아하였으므로, 좀 더 달지 않은 발포성와인을 만들어 수출하도록 요구하였다. 영국인들은 최대 수입국이었으므로 프랑스 발포성와인 업자들은 드미섹(Demi-Sec, 35~50g)이나 섹(Sec/Dry, 17- 35g) 수준의 발포성와인을 만들어 수출하였으나 영국인들은 만족하지 않고 더 달지 않은 발포성와인에 대한 요구를 거의 매년 계속하였다. 당도가 거의 없는 드라이한 발포성와인을 보내주자 비로소 영국인들이 만족하였다.

 프랑스 발포성와인업자들은 영국인들을 좋아하지 않는 민족적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예술이나 미식수준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하였으므로 드라이한 발포성와인을 좋아하는 영국인들은 발포성와인 맛을 모르는 야만인(Brute) 또는 무감각한(Brute) 발포성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여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발포성와인을 브뤼(Brut)라고 부르게 되었다. 

 주요요리와 함께 먹는 식사주로는 화이트와인, 로제와인, 레드와인 등이 있다. 와인과 음식에는 궁합이 있어서 돼지족발에는 새우젓을 함께 먹는다거나 복어국에는 해독을 위한 미나리를 함께하는 것과 같이 화이트와인에는 주로 해산물이 많이 서빙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양의 음식은 그 지역의 고유한 음식 조리방법과 함께 잘 조화가 되도록 와인이 만들어졌으므로 와인과 음식의 기원을 찾는 것이 음식과 와인의 궁합을 알아 볼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와인과 음식의 궁합은 맛이 균형을 이루거나 음식과 와인이 서로 조화로운 상태 내지는 상승작용을 일으켜 특정와인과 음식을 먹을 경우 따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와인을 선택할 때 고려되어야 하는 중요한 조건은 와인의 당도, 산도, 타닌 그리고 맛과 향이 음식과 궁합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드라이한 와인은 설탕이나 엿 성분을 많이 넣은 불고기, 탕수육 등과 함께 마시면 시큼한 맛이 느껴져 음식과 어울리지 않으므로 단 음식에는 당도가 비슷하거나 더 단 맛이 강한 와인과 잘 어울린다.

 지방성분이 많은 음식과 육류 요리의 경우에는 묵직한 레드와인이 잘 어울리며, 알코올 성분이 많은 레드와인의 경우 화이트 와인보다 궁합이 좋아 고기의 맛을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지방성분이 적은 흰 살 육류 또는 어류인 경우에는 미디엄 레드와인이나 화이트와인과 함께 식사할 때 맛의 좋은 상승작용을 보여준다. 당도가 있는 와인의 경우 짠맛과 잘 어울리기도 한다.

 그래서 짠맛이 많은 치즈나 한국음식에는 프랑스 루아르 지방의 스위트한 와인과 잘 어울린다. 신맛이 나는 산도가 높은 와인에는 토마토와 올리브유로 만든 요리와 잘 어울린다. 타닌이 강한 와인은 지방성분이 많은 음식과 잘 어울려서, 음식의 느끼함을 덜어준다.

 지방이 많은 육류고기의 경우 타닌산의 작용으로 부드러운 맛을 유도하므로 우리나라의 갈비나 오븐에 구운 육류요리의 경우 타닌산이 풍부한 프랑스 보르도지방의 카베르네쇼비뇽 포도품종으로 만든 레드와인이나 론지방의 시라 포도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타닌산이 적은 레드와인은 방어나 고등어 등의 기름기가 많은 생선요리에 아주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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