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
숭어
  • 이두석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 승인 2009.07.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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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가장 많고 배꼽(?)을 가진 물고기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며 생활하는 숭어는 이름이 많기로 유명하다. 평북 어용도에서 경남 봉암도까지 각 지방별로 부르는 방언 이름이 대충 잡아도 100개나 넘는다고 하니 이름수만으로 따지면 으뜸이다.

 

△ 숭어

 

 평북지방에서는 3월초 꽃샘추위 때문에 무리에서 이탈돼 길을 잃고 헤매다가 잡힌 놈을 굴목숭어, 늙은 숭어는 나머렉이라고 부른다. 강 하류지방 사람들은 7월 숭어를 게걸숭어라고 하는데 이는 산란 직후 뻘 밭에서 게걸스럽게 먹이를 먹는 모습에서 비롯됐다.

 전라도의 경우 영산강변 명산에서는 성장과정에 따라 모쟁이→모치→무글모치→댕기리→목시락→숭어라 부르며, 강진에서는 모치→동어→모쟁이→준거리→숭어라고 부른다. 우리 선조들은 숭어(崇魚)나 수어(秀魚. 首魚)라고 불렀는데 그 모양이 길고 빼어난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숭어 가운데 영산강 하류의 몽탄 주변에서 잡히는 것은 다른 지방산 보다 그 맛이 독특한데 단맛이 곁들여진 감칠맛이 있어 이 곳에서 생산되는 숭어와 숭어알은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됐다. 일본에서도 숭어는 에도(江戶)시대에 성게, 해삼 창자젓과 함께‘천하의 3가지 별미’로 평가받을 만큼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숭어는 민물과 바닷물을 왔다갔다하지만 은어처럼 강 상류까지 거슬러 가지는 않으며 초겨울 수온이 내려가면 먼 바다로 나가 월동한 뒤 이후에는 내만의 염분 농도가 낮은 지역에서 4~5년 성장, 몸길이 45㎝ 정도의 어미가 되면 바다로 나가 산란한다.

 민물까지 거슬러 올라오는 것은 주로 부화한 지 1년 정도 된 것들이고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 지역에서 3년생 짜리도 들어온다.

 숭어는 몸 아랫부분에 주판알만한 크기로 몸밖에 튀어나와 있는 부분 때문에‘배꼽이 있는 물고기’로 오해(?)를 받고 있는데 사실은 배꼽이 아니고 유문(幽門)이라는 위(胃)의 출구가 발달한 것으로 닭의 모이주머니 같은 것이다.

 배꼽처럼 생긴 조직이 있는 것은 숭어가 감탕(죽처럼 된 진흙)을 먹기 때문인데 숭어는 감탕을 위 속에 저장해두고 유기물질이나 미생물을 흡수하고 불필요한 것은 몸 밖으로 내보기 때문에 이런 배출기관이 발달한 것이다.

 살이 오른 겨울철 숭어는 피로회복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비타민 A가 풍부하며 껍질에는 비타민 B의 일종으로 세포 재생에 간여하는 물질인 나이아신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숭어의 알로 만든 ‘어란’은 일반인들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는 전통음식인데 염장→건조→압축→재건조 등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며 생산량이 많지 않은 귀한 것인데다 고급스러워 주로 대궐에 진상되거나 대가(大家)집에서 술안주로 사용됐다.

 어란은 예로부터 경기도 평택과 전남 영암이 가장 유명한 산지였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영암에서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방에서는 숭어가 진흙을 먹기 때문에 어떤 약과도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고 높게 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사람의 위를 열어 먹은 것을 통하게 하고 오장을 이롭게 할 뿐 아니라 살찌게 하며 이 물고기는 진흙을 먹으므로 온갖 약을 쓸 때도 꺼리지 않는다”고 했고, 황필수의 방약합편에서도 “백약(百藥)을 기(忌)하지 않으니 이 점을 높이 산다”고 적고 있다.

 숭어는 늦가을부터 겨울이 제철이며 수온이 높아지는 봄이 되면 맛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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