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어' 어촌에 새바람이 분다
'귀어' 어촌에 새바람이 분다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4.11.03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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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어’에서 어촌 활성화를 보다
귀어인에게 문을 연 어촌, 상생발전을 꿈꾸다

 


지역별 맞춤형 지원, 다양한 사업모델 발굴, 어촌 주민과의 융화…
단순한 어촌 인구 증가가 아닌 어촌 활성화를 위한 방안 모색해야

갑갑한 도시생활, 탁한 공기와 반복되는 출퇴근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을 대변하듯 최근에 꾸준히 주목받는 키워드는 ‘귀농’이었다. 청년 농업인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귀농인들은 단순히 기존의 방식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농법, 유통 등에서 농촌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귀농이 사회전반에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은데 반해 ‘귀어’는 아직 생소하게 느껴진다.

도시민이 어촌으로 돌아가는 ‘귀어’. 고령화와 어가인구 감소가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이는 어촌에 새로운 ‘사람’이 유입되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다. 어업인구는 2005년 22만 1,000명에서 2010년 17만 1,000명, 2013년엔 14만 7,000명까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한 지난 2006년부터 어촌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어촌에 새로운 인력이 절실히 필요한데 반해 귀어를 꿈꾸는 이들에게 어촌은 이들을 두팔 벌려 환영해 주는 곳이 결코 아니다. 도시에서 어촌으로 살림살이만 옮기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귀어 준비의 발판, 귀어·귀촌정책지원사업

어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마음을 먹는 순간부터 벽에 부딪힌다. 어촌과 어업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 때문이다. 귀어를 원하는 사람은 면허·허가·신고 어업에 종사해야하는데, 어촌의 배타성과 마을어장 공유 등의 문제로 어촌계의 진입이 어렵고 어선어업 종사를 위해 지자체에서 받아야하는 허가도 어선 감척 등의 문제로 쉽지 않다. 귀어의 첫 발에서 부딪히는 장벽인 것이다.

그럼에도 귀어 인구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지난 201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귀어·귀촌정책지원사업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부에서는 귀어 신청인이 일정한 자격과 요건을 갖출 경우 어업창업 지원자금, 주택마련 지원자금을 융자지원 해주고 있다. 금리는 년 3%이며, 지원 대출금액은 창업지원자금이 2억원 한도 내이고, 주택마련지원금액은 4,000만 원 한도 내, 상환기간은 5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이다. 정부 지원사업의 경우 규모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정책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도 귀어인구 유입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재정적인 지원 뿐만 아니라 지역 어업기술센터·해양수산과학원 등에서 창업 및 기술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등 귀어가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전체 귀어가의 66.1%를 차지한 전라남도의 경우 지난 2010년부터 귀어민 어촌 정착지원 사업을 펴고 있는데 지난해는 귀어 창업 및 주택 구입 지원 대상자로 59명을 선정해 93억 9,000만 원을 지원했다. 또한 창업 지원 자금으로 어가당 최대 2억 원, 주택 구입비는 4000만 원까지 연리 3%,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빌려주고 귀어학교 등을 통해 전문 양식기술 교육도 펼치고 있다.

전남도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 충남도의 경우 귀어를 통한 수산업의 새로운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수산업경영인 및 귀어·귀촌지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수산업경영인 선정자의 경우 영어기반 조성자금을 어업인 후계자는 7,000만원, 전업경영인은 1억 원, 선도우수경영인은 1억 2,0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으며, 귀어·귀촌 지원 자금 지원대상자로 선정되면 창업지원자금 2억 원, 주택마련 자금 4,0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귀어 인구중의 절반정도가 양식어업에 종사하며, 어선어업에 종사하는 귀어가 역시 30~40% 수준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외에는 종묘생산과 가공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수산물 수요 증가에 따라 기르는 어업, 즉 양식어업이 가지고 있는 고부가가치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양한 사례, 새로운 귀어인들의 멘토 역할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본격화 됨에 따라 귀어의 본보기가 될만한 사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장에서 해조류복합양식을 하고 있는 최일천 씨. 울산시청의 지방공무원, 기업체 간부직 출신이라는 그의 이력은 그 중에서도 눈에 띈다. 기장의 바다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최일천 씨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아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내려놓고 기장으로 내려와 2010년부터 동생의 양식장에서 일하며 양식기술을 배우게 된다.

1년 여 양식업에 대해 익힌 그는 2012년에는 어업권을 분할해 본인 소유의 어장 1ha와 관리선을 확보, 어촌계원에 승계함으로서 본격적인 양식업(어장 2ha, 관리선 2.42톤 신조)에 뛰어들었다.

이후 정부의 ‘창업어가 후견인제’를 통해 양식기술을 습득하고 어업인단체(기장군대변 해조류양식협회)에 가입해 지역 어업인들과 교류하는 등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계속애서 지역 수산업의 발전을 위해 움직였으며, 현재는 생미역 45t, 건조 다시마 7t을 생산하고 있다.

최일천 씨는 단순히 양식장을 넓혀가는 것이 아니라 생산·가공·유통으로 이어지는 6차 산업으로 한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김용식씨 작업모습
고소득원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전복양식에는 일찍이 귀어에 성공한 사례자가 있다. 완도에서 전복양식을 하고 있는 김용식 씨가 그 주인공이다.

어려운 고비를 겪으며 고향인 완도로 돌아와 어업에 종사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김용식 씨는 1996년부터 양식업에 뛰어들었다. 어촌에서 새로운 삶을 계획하며 김양식장 인부로 일하기 시작한 그는 1997년 그동안 모은 돈과 폐양식기자재로 김양식업을 시작했다.

김양식업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전복양식기술을 공부한 김용식 씨는 드디어 2002년에 전복어장 마을어업권 2㏊를 임차하고 약 1억 원을 대출을 받아 전복가두리 100칸을 마련하게 됐다. 그동안 쌓은 전복양식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는 가두리를 600칸으로 확대해 소득증대를 기대하고 있으며, 이제는 완연한 어촌의 일원으로, 횡간 어촌계장으로서 활동하며 어촌의 발전과 양식어업인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힘쓰고 있다.

▲ 홍성읍의 젊은 귀어인 장미선씨
젊은 귀어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인 장미선 씨는 어린 나이에 귀어해 어촌에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했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장미선 씨는 2009년 고향인 홍성읍으로 돌아왔다. 조업활동을 통해 수산현장에서 어업의 기본지식을 배워나가는 것은 물론, 도시와 다른 환경과 문화적인 차이에 적응해가며 블로그를 통해 도시민과의 소통도 이어갔다.

단지 기존에 유지되던 수산물 판매, 식당 운영을 그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블로그와 자체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수산업에 6차 산업을 접목한 그녀는 홈페이지 운영 이전보다 매출액을 8배 끌어올리며 주목받았다. 이는 새로운 세대의 아이디어와 수산업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낸 대표 사례로 거론되며 방송에도 수차례 출현했다.

장미선 씨는 제2차 규제개혁회의에 참석해 귀어·귀촌의 어려움을 건의하고, 지자체 기관이나 단체 강의를 통해 자신의 귀어 정착기와 노하우를 소개하는 등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어촌으로 돌아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앞장 서고 있다.

지역별 특성화와 어촌 상생발전 방향 찾아가야

정부와 지자체의 경재적인 지원책은 귀농보다 많은 초기자본을 필요로 하는 귀어 희망자들에게 분명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귀어와 어촌 활성화를 연장선상해서 생각해본다면, 단순히 양적으로 귀어인구를 늘리는 것보다 질적인 성장에 초점을 둬야할 때이다. 귀어를 결심하는 이들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품종의 양식어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데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귀어인구의 비교적 적은 부분을 차지하는 종묘생산, 가공, 팬션 등 어촌비즈니스 부분은 최근 수산업의 6차산업화를 이야기할 때 거론되는 수산물 유통가공, 어촌관광과 연결되는 것으로 도시의 젊은 인력이 수산업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귀어에는 무수히 많은 형태의 성공사례가 등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3면으로 둘러쌓여있고 곳곳의 자연환경이 다르며 그에 따라 각기 다른 어업을 통해 삶을 이어왔다.

귀어 이후 종사하는 세부 업종을 들여봐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강원·경북·부산 지역에서는 어선어업, 경남·전남 지역은 양식어업, 충남 지역은 마을어업 등 귀어시에 선호하거나 발전가능성이 높은 업종에 대한 특성화된 지원과 교육이 필요하다.

귀어를 준비하고 자리잡기까지의 과정이 귀농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만큼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돼 왔다. 이는 지난달 2일 국립수산과학원에 개소한 귀어귀촌종합센터가 해소해 주리라 기대된다. 전문가 상담과 기술, 금융지원, 홈페이지를 통한 실시간 서비스까지 귀어가 사람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 주민들과의 융합도 과제이다. 이미 많은 사례가 축적된 귀농과 귀촌에 있어서도 마을의 주민들과 어울리지 못해 이방인이 되어버린 경우가 존재했다. 어촌과 같은 1차산업이 주가 되는 공동체의 경우 외부인에 대한 폐쇄성을 간과할 수 없다. 농업과 달리 바다와 같은 공유제를 나누어 이용해야한다는데서 특수성도 가지고 있다. 어촌 역시 준비가 되어야한다는 이야기다.

어촌이 문을 열고 귀어가를 받아들여, 상생의 발전을 찾아갈 수 있는 길도 멀지 않았다.

 



▲ 왕돌의 전설 임창순 선장
왕돌의 전설 임창순 선장

“매력적인 바다, 젊은 귀어인들의 길잡이가 되고 싶다”

많은 귀어인들이 고향으로 귀어를 결심하게 된다. 이는 어업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 혹은, 어촌이 가진 폐쇄성이 이유일 것이다.

여기에 연고도 없는 어촌에 맨몸으로 뛰어들어 귀어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는 인물이 있다. 경상북도 울진군에서 어선어업과 낚시배 대여업을 하고 있는 임창순 선장의 이야기이다. 지난해 2월 귀어한 임창순 선장은 최신형 낚시전용 어선 ‘왕돌의 전설’(5.99톤급)을 건조했으며, “바다에 있으면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진다”고 말하는 완연한 바다사람이다.

임 선장은 운영하던 낚시점에 도둑이 든 사건으로 귀어를 결심하게 됐다. 바다에서 자란 적은 없지만 4,000회 이상 낚시에 나서고 수상레저기구 조정 면허를 취득 할 정도로 바다와 연이 깊었던 임선장은 바다를 통해 불행을 극복하고자 했다. 귀어준비를 위해 밤샘 공부를 했던 임선장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귀어인이 바다와 물고기의 생태를 아는 것은 필수”라고 강조한다.

그의 열정은, 어촌계의 일원이 되는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일단 이사를 오자마자 떡을 돌리며 무조건 인사하고 8개월 동안 칼갈기, 전기배선 작업, 노인회관 시설 수리 등 마을의 온갖 일을 도맡아했다”는 그는 만장일치로 어촌계의 일원이 됐다.

경북 귀어·귀촌 창업지원 사업도 그에게 큰 도움이 됐는데 이를 통해 2억 원을 지원 받아 ‘왕돌의 전설’호를 건조했고 이 과정의 정보를 다음 귀어인을 위해 기록으로 남겨뒀다.

임창순 선장은 귀어 정착기를 현장이나 인터넷 까페를 통해 귀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도시민들이 어촌 현장과 교류가 어려웠던 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임 선장은 “대부분의 어촌은 심각한 고령화로, 심지어 컴퓨터가 없는 집도 있다”고 우려하며 “어촌이 문을 열고 새로운 문화와 인물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느낀다”고 말한다. 덧붙여 지자체와 어촌, 수협간의 협업관계도 사업을 진행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자금을 집행하고, 어민들을 교육하는 등 수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수협에서 귀어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지원해준다면 한층 정착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의견을 표했다.

직접 경험한 노하우를 나누고, 나아가 귀어를 통해 어촌의 발전을 고민하는 그에게서 귀어인이 어촌의 도약을 이끌어내는 내일을 본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귀어귀촌종합센터’ 개소
귀어정책 등 준비부터 기술·금융 교육 등 경영 안정까지 원스톱으로 해결

귀어에 뜻을 가지고 있어도 복잡한 절차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거나, 귀어 이후의 정착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가로막힌 이들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귀어인들을 위한 구원투수가 나타났다.

귀어·귀촌 희망 도시민에게 수산정책, 품목별 기술정보, 수산현황 등 종합상담을 지원하는 ‘귀어귀촌종합센터’가 지난달 2일 국립수산과학원에 문을 열었다.

센터의 전문 상담위원은 귀어정책 안내 등 귀어·귀촌 준비 절차부터 정착단계까지 원스톱 상담을 지원하며, 기존의 국립수산과학원 양식창업기술지원센터 및 수산현장기술지원단 운영을 통해 귀어·귀촌 희망자들이 어업창업에 필요한 기술교육과 창업 이후 현안사항을 해소한다.

양식창업 기술교육은 현장 컨설팅과 연계해 해역별 소득창출 품목을 개발해 기술 교육을 거쳐 현장 기술지원까지 이어감으로써 경영안정까지 책임질 계획이다.

또한 상담전화 1899-9597(18세에서 99세까지 귀어귀촌)와 귀어귀촌종합센터 종합 홈페이지(www.sealife.go.kr)도 구축돼 간편하게 귀어 관련 조언을 얻을 수 있다.

귀어·귀촌 희망자들은 1단계로 홈페이지 방문을 통해 귀어·귀촌 준비 절차, 정책안내, 지역별 수산현황 및 기술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으며 2단계로 멘토링제 운영을 통해 현장에서 직접 전문가와 연결해 정책·기술·금융 등에 대해 실시간으로 자문을 받을 수 있다.

이밖에도 전국 지자체와 어업인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관련 교육과 자료를 공유하고 우수사례를 발굴해 홍보하는 등 귀어문화 정착을 통한 어촌 활성화까지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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