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블루푸드 ‘김’의 선풍 언제까지 이어질까
K-블루푸드 ‘김’의 선풍 언제까지 이어질까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4.04.09 0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전문 연구기관 설립 시급”
물김 위판
물김 위판

[현대해양] 대표적인 K-블루푸드 ‘김’의 선풍은 어제까지 이어질까? 지난해 수산식품 수출은 31억 6,000만 달러(한화 약 4조 1,000억 원)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K-블루푸드 브랜드의 위상을 높였다. K-푸드 효자품목인 ‘김’이 사상 최대 수출 기록을 경신하고 수산식품 역사상 최초로 1조 원 수출을 달성하며 이룬 결과다.

지난해 고유가, 고물가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K-푸드 단일품목 수출 1위이자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한국의 김이 최초로 1조 원을 돌파해 7억 9,000만 달러(1조 200억 원)의 수출성과를 기록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전년도(2022년) 6억 4,800만 달러 대비 22.2% 증가한 실적이다.

한국의 김은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은 70%를 달성했다. 김은 참치, 굴 등과 함께 2023년 수산식품 수출실적을 이끌었으며, 나아가 세계에서 K-푸드 바람을 일으켰다. 김은 2010년 1억 달러 수출 첫 달성 이후 2015년 3억 달러, 2021년 69억 달러, 2022년 64억 7,600만 달러 등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8억 달러에 육박한 사상 최대 수출 실적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이룬 것이다.

 

마른김
마른김

해수부, 2027년 김 수출 10억 달러 목표

김 생산자와 가공·수출기업이 기술 혁신과 신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해 미국, 중국, 일본 등 전통적인 수출시장뿐만 아니라 중동, 남미와 같은 신규 시장을 개척한 결과, 김 수출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8% 수준으로 증가했고, 수출 국가도 2010년 64개국에서 2023년 124개국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김을 이용해 만든 김밥은 김치, 불고기, 비빔밥 등과 더불어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에 고무된 해양수산부는 2027년까지 김 수출액 10억 달러(1조 3,000억 원) 수출 계획을 내놓고 있다.

K-푸드로서 김이 이렇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다양한 상품 개발을 꼽는다. 물김으로부터 만든 마른김, 마른김을 이용해 만든 조미김 뿐만아니라 스낵김 또한 가까운 아시아를 비롯해 전 세계 12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스낵김은 술안주, 간식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조미김은 마른김보다 7.3배 증가, 스낵김은 마른김보다 38.5배 전년 대비 판매량이 증가했다.

김은 주로 우리나라에서 반찬과 간편식 김밥으로 소비돼 왔으나 다양한 제품 개발을 통한 해외 시장에 진출해 건강식품으로 각광 받으며 글로벌 시장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의 인기가 확산되고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김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던 것.
 

냉동김밥 인기 원인

최근에는 냉동김밥이 맛과 건강, 간편성, 경제적인 가격을 충족시켜 채식주의자들까지 매력적인 기호식품으로 환영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없어서 못 파는 품절대란의 메가 히트로 김의 위력을 과시하는 K-푸드로 주목 받고 있다. 냉동김밥의 제품 개발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김 수출이 2019년부터 수십 년간 수산물 수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던 참치의 실적을 넘어서더니 참치의 급속냉동기술에 착안해 개발된 냉동김밥이 새롭게 부상하면서 수출에 날개를 단 것이다.

미국에서 김밥 백만 줄이 2주 만에 판매됐다는 보고는 기존에 우리가 먹던 김밥을 생각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기존에 흔히 먹던, 즉석에서 갓 말기 시작한 따뜻한 김밥이 아니라 냉장고 냉동실에서 꺼내 전자레인지로 해동해 먹는 냉동김밥이 미국 등지에서 선풍적 인기를 이끌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냉동김밥 가공 공장
냉동김밥 가공 공장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얼핏 생각하면 냉동김밥은 즉석김밥보다 차갑고 눅눅할 것이라 상상하겠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며 “냉동김밥이 방금 만든 즉석김밥만큼 맛을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저렴하고 편하게 먹을 수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서양에서는 정체불명의 ‘블랙 페이퍼(Black Paper)’로 불리며 외면 받았고, 교포 자녀들이 김밥 도시락으로 놀림 당했던 그 김이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슈퍼푸드로 입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어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하지 않을 수 없을만한 변화가 일었다.

최병락 한국김수출협회 부장은 “과거에 해외수산식품 박람회 등에 김을 가지고 나가보면 김을 블랙 페이퍼라며 쳐다보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무료로 나눠주면 곧장 쓰레기통에 버리곤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것이, 과거의 블랙 페이퍼가 지금은 ‘바다의 반도체’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김이 2019년부터 수산식품 수출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으며, 마른김을 비롯해 고부가가치 가공식품인 조미김·스낵(간식)김 등 다양한 형태로 개발돼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2022~2023년은 김 품목 하나만으로 1억 달러 수출을 달성한 기업이 탄생하기도 했다.

다양한 제품 개발의 주효함은 70년 역사의 삼진어묵의 예에서도 잘 드러난다. 할아버지가 창업하고 아버지가 대를 이어 가내수공업처럼 운영하던 삼진어묵은 10여 년 전 창업자의 20대 손자가 대를 잇고 있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경영에 참여하면서 국내 최초로 베이커리형 어묵매장을 개설하고 70가지 어묵 크로켓 등 약 80가지에 달하는 어묵 제품을 개발해 팔기 시작했다. 아이디어 전환을 통한 어묵의 고급화, 다양화는 곧 대박으로 이어졌다. 제조원가가 상승해도 일관성 있게 좋은 생선살만 골라 높은 연육함량을 지켰던 할아버지, 아버지가 일궈놓은 신뢰와 품질의 연속성이 그의 젊은 감각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만나면서 60년 만에 보석처럼 빛나게 된 것이다.

젊은 손자는 입사하자마자 어묵이 비위생 식품이라는 인식으로 인한 소비 감소와 반찬용이라는 인식으로 제한된 시장, 대기업의 어묵시장 진출로 인해 중소어묵업체 간의 가격경쟁 심화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타개할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먼저 부정적 인식 불식을 위해 다양한 간식용 어묵 개발과 생산 공정을 공개하는 매장 형태 개발, 어묵베이커리를 통해 새로운 간식용 어묵시장 개척으로 60년 동안 변함없던 전통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었던 것. 이를 통해 어묵에 대한 위생 인식이 좋아졌고, 어묵의 간식화, 식사대용식 인식 또한 제고됐다.

또 어묵 베이커리사업 성공으로 전국에 어묵 열풍과 함께 부산의 중소 어묵업체들도 다시 일어서는 계기를 촉발시켰다. 어묵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 어묵 시장의 경계를 새로운 시장으로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에서도 인기있는 김
해외에서도 인기있는 김

‘K-컬처’ 일등공신

그러나 무엇보다 김의 세계화에 주효하게 작동한 것은 ‘K-컬처’라는 흥미로운 분석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K-푸드의 인기 비결을 연구했다고 한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포레스트 라인하르트(Reinhardt) 교수 연구팀이 K-푸드 세계화 성공 과정을 분석한 결과 K-푸드 경쟁력은 곧 K-컬처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K-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한 김밥이 유럽을 비롯한 세계에 전파됐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냉동 김밥의 인기 또한 한몫을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방탄소년단 등 글로벌 스타들이 미디어를 통해 먹는 것, 입는 것 등이 노출되면 이것이 곧 세계적 유행과 문화가 된다는 해석도 잇따른다.

aT 수산사업단 관계자는 “드라마 영화 등 K-컬처를 통한 한국문화 전파가 곧 세계화의 첫걸음 시대가 됐다”며 “드라마 PPL(간접광고)을 통한 수출 대상 홍보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김 수출 시장은 수출 1억 달러를 처음으로 달성하던 2010년 64개국에 수출되던 것이 지난해에는 124국에 수출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같은 비약적인 성장에는 국내 식품사들의 노력과 이를 지원하는 수산식품 수출원팀도 한몫을 했다. 수출원팀은 2023년 2월 수산식품 수출 확대를 위해 정부와 수협중앙회, 한국수산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수산무역협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5개 수산식품 수출지원기관으로 구성됐다.

경쟁국인 이웃의 악재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있다. 우리와 같은 아시아의 김 생산국인 일본과 중국의 김 생산 부진도 한 몫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예전부터 김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우리나라 김 수출 시장의 주무대였지만 최근 김 생산량 변화가 심상치 않다는 것.

식품 박람회 한국관
식품 박람회 한국관

일본, 중국 김 원초 흉작

한국김산업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김 생산량은 1960~1980년대의 인공채묘, 냉동망 기술의 보급, 우수 다획성 양식품종 개발, 고성능 채취선 및 자동 건조기 보급 등의 기술 발전에 힘입어 크게 증가했다. 1990년대에는 연 100억만 매(물김 약 40만 톤) 정도 생산하며, 2002년 110억만 매(물김 약44만톤)를 정점으로 감소해 최근 몇 년 사이 70억 매(약 27만 톤) 정도가 됐다. 이러한 감소 추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2022~2023년 어기부터 우리나라 인접 지역인 김 주력 산지 큐슈·아리아케해에서 반토막 났다.

이처럼 연이은 기록적 흉작에 따른 생산 감소로 일본의 지난해 어기 생산은 2002년 정점기 대비 43%에 불과한 48억 매(약 19만 톤)로 추산된다. 일본에서는 이미 2022년 어기부터 김 품귀로 주먹밥 전문점, 음식점, 김 가공업자, 도매상들이 김 확보에 애를 태우고 있으며, 국내에 손을 내미는 바이어들의 한국행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김 원초 흉작의 원인은 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과 김 성장에 필요한 수중의 영양염류인 질소, 인 등의 부족과 더불어 바다새와 어류가 뜯어먹는 것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또한 흉작으로 필요한 양만큼 공급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내수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마른김 1속 도매가가 1만원을 훌쩍 넘어 이젠 김밥도 못 사 먹을 판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김 수출 증가로 인한 것으로 김밥 가격도 오를 수 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지난달 20일 2024년산(2023.10~2024.2) 김 생산량은 약 1억 속(1속은 김 100장)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14.3% 증가했다. 생산량이 소폭 증가했으나, 올해 2월까지 누적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3% 증가하는 등 수출 수요 또한 늘면서 도매가격이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해수부 발표와 달리 김 가공 수출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다른 모습이다. 김 수출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김 가공업체 등은 원초와 마른김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것. 한국김수출협회 관계자는 “작년 3월에 마른김 1속에 5,200원(도매가)였는데 올해는 1만원이 넘는다. 배로 뛰었다”며 “가장 늦게까지, 4월 중순까지 물김을 채취하는 전남 진도의 채취 상황을 봐야겠지만 마른김 재고는 바닥이 나 공장의 50%가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지주식 김 양식장
지주식 김 양식장

K사의 공격 염려 없나?

이런 가운데 국내에 진출한 일본 최고의 김 가공 유통기업 K사가 적극적으로 물량을 매입하고 있어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김 수출업계 A씨는 “00사가 물량(원물)을 많이 샀다. 작년에는 중국기업이 물량을 싹쓸이 하더니 올해는 일본 기업이 싹쓸이 하고 있다”며 “작년 12월 좋은 물량은 00사가 잡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에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내다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관계자는 “절대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생산량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에 생산량이 부족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적게 생산해서 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국내외 수요가 많기 때문에 공급이 적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럼 수출 전선에는 이상이 없을까? 한국김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작년 재고량이 적었고, 올해도 기초 재고가 적은 건 사실이다”라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상황임을 설명했다. 다만 일본 작황도, 중국 작황도 좋지 않아 우리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김 수출업계 관계자는 작년 국내에서 1억 5,000만 속이 생산됐고 올해도 1억 5,000만 속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원재료비가 올라 수출단가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해수부는 중국, 일본의 원물 생산 감소와 국내 수출 수요 증가로 마른김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원가 인상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김 수출 상황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3% 증가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김 수출 호조 전제조건

지난달 4일 해수부는 수출 스타품목인 ‘김’ 수출 8억 달러, 참치 6억 달러, 전복·넙치 1억 달러 수출 스타품목으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의 보고를 대통령실에 전했다. 또한 해수부는 2027년까지 김 수출액 10억 달러(1조 3,000억 원)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말 발표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김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올해 7월부터 신규 양식장 2,000ha를 추가로 개발하고, 기후변화와 질병에 견딜 수 있는 우수종자와 육상생산 양식기술을 확대할 계획도 내놨다.

이에 대해 최경삼 한국김산업연합회 본부장은 “일본처럼 김 작황 부진사태가 우리 어장에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김 수출 호조 전제조건으로 지적했다. 최 본부장은 또 “고수온에 적용하는 신품종 개발 등을 위해서도 김 전문 연구기관 설립이 시급하다”며 “우리나라 수산물 수출 주력 산업인 김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관련 업계들의 지원책을 강력히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인의 식품으로 등극한 김의 선풍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