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권 해양레저 관광 진흥을 위해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남해안권 해양레저 관광 진흥을 위해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 채동렬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24.04.1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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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렬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채동렬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현대해양] 지난 1월 9일 국회에서 「해양레저관광진흥법」이 통과되어 법률 제20178호로 공포, 2025년 1월 3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법의 주요 내용은 해양레저 관광의 정의와 범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해양레저 관광 종합계획의 수립과 시행, 해양레저 관광 실태조사와 통계의 작성, 해양레저 관광 자원의 보호와 관리, 해양레저 관광 산업 지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법률이 공포되고 나서 내용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고, 필자 역시 아쉬움을 느끼고 있지만 해양레저 관광을 본격적으로 진흥하기 위한 첫 단추가 끼워진 것이고, 첫 삽을 뜬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해양레저 활동이 서구 선진국에 비해 활발하지 않은 이유는 복잡·다양하겠지만, 현재까지 현장의 전문가들이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제기하고 있는 점은 ‘우리 민족은 역사적으로 바다보다는 육상에서의 활동에 익숙한 사람들’이므로 해양레저가 국민의 보편적인 여가 활동으로 정착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수준의 체험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 해양레저 인구의 저변을 확대함으로써 국민들이 바다 활동을 즐기는 문화를 먼저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금까지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해양레저 체험 지원 사업을 실시해 왔다. 전국 해안권 도시에 산재한 해양레저 교육·체험 시설에서 배출한 면허 취득자 수가 수만 명에 이르며, 크루즈 요트, 딩기 요트, 래프팅 보트, 모터보트, 카누·카약 등 다양한 레저기구를 체험한 사람들의 수는 족히 수백만 명을 넘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처럼 그동안의 해양레저 저변확대 정책 추진으로 해양레저 동호인 수 증가는 큰 효과를 얻었으나, 동호인들의 해양레저 활동 참여 빈도는 많이 증가하지 않고 있어 해양레저가 국민의 보편적 여가 활동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고 평가된다.

그렇다면, 저변확대 외에 어떤 노력이 추가로 필요한가? 필자는 안전하고 편리한 해양레저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지금부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지속해서 추진되어 온 해양레저 저변확대 정책의 직접적인 혜택을 누리지는 못했지만, 최근 지역의 대표적인 해양레저 관광지로 부상하는 곳이 있다. 동해안에서는 강원도 양양 해변이 우리나라 서핑 활동을 이끌어가고 있으며, 부산광역시의 광안리해수욕장은 서프보드(Surfboard)의 성지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이들 지역은 각각 서핑과 서프보드를 즐기기에 적합한 자연조건을 기본적으로 갖춘 곳이면서, 육상과 해상의 공간 이용 여건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지역의 해양레저 명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양양군과 광안리의 서핑과 서프보드 대중화의 공통점은 육지부(해안)에 편의시설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서비스 이용에 편리한 조건을 갖추었고, 해양 활동이 이루어지는 바다는 탁 트인 공간으로 장애물이 없어서 안전하고 자유로운 레저 활동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광안리는 부산을 대표하는 하계 휴양지이자 인구 330만 부산시민의 사계절 휴식처로 식당, 카페 등 휴게시설이 지역 경제 성장의 단계와 보조를 맞추며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었고, 양양군 서핑 명소(대표적으로 하조대 해수욕장)는 서핑 인구의 유입으로 비교적 최근에 관광휴양 인프라가 집중적으로 조성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광안리는 잘 갖추어진 휴게시설 이용객이 원래 많았던 곳인데 최근 서프보드 활동이 활발하게 되었고, 양양군 해변은 서핑 인구가 많아지면서 관광휴게시설이 들어선 곳이다. 그러나, 양측 모두 해양레저 활동이 이루어지는 해수역과 인접한 연안 육지부의 개발(관광인프라 조성)이 가능한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다는 점은 명백한 공통점이다.

우리나라 남해안은 예로부터 한려수도라 불릴 만큼 경관이 아름답고, 기후가 온화해 세계적인 해양레저 관광 지역으로 육성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앞서 제시한 양양군과 부산의 사례와 달리 육상과 해상의 공간 이용 여건이 좋지 못해 해양레저 활동이 본격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남해안에서 해상 활동이 이루어지는 해역과 접하는 연안 육지부의 대부분은 국립공원 구역으로 지정된 경우가 많아서 관광 편의시설 조성을 위한 개발의 제약이 크다. 해상공간 또한 어·패류 양식시설이 즐비하며, 어선과 화물선, 여객선, 유람선 등 각종 선박의 항행 빈도가 높아 해양레저 활동의 제약이 크고 경관 형성에 불리하다. 「해양레저관광진흥법」 은 제1조 목적에서 명시한 바와 같이 해양레저 관광을 위한 활동 기반을 조성해 해양레저 관광의 활성화를 지원하도록 세부적인 내용이 보완되어야 하며, 타 법률이 정하는 규제와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먼저, 연안 육지부의 관광 편의시설 조성을 위한 공간 확보를 위해 국립공원 구역으로 묶인 공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연공원법」과의 법률적 관계가 설정되어야 한다.

해양레저 활동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개발할 필요가 있는 육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자연공원법」에서 공원자연환경지구로 지정된 면적을 줄이고 공원 마을지구의 면적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양레저관광진흥법」과 「자연공원법」의 내용이 개정되어야 한다.

그다음으로, 해양레저 관광 활동의 공간적, 시간적 패턴이 반영된 해양공간 이용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양레저관광진흥법」에 해양공간의 이용에 관한 법 조항이 추가되어야 한다. 현행 「해양공간 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수립되는 해양공간 계획상 용도구역인 해양관광 구역은 실제로 해양레저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과의 괴리가 크다.

이와 같은 방향으로 법률 개정이 이루어져서 안전하고 편리한 해양레저 활동 공간이 확보될 수 있다면 한려수도를 품고 있는 남해안 지역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해양레저 관광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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