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대신 참치가 강원도 특산품이 된다?
명태 대신 참치가 강원도 특산품이 된다?
  • 최윤 군산대 해양생물자원학과 교수
  • 승인 2024.04.09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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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윤 군산대 해양생물자원학과 교수
최 윤 군산대 해양생물자원학과 교수

[현대해양] 지난해 6월 16일 강원도 주문진 앞바다에서 몸길이 1.8m, 무게 160kg에 달하는 초대형 참다랑어가 정치망 그물에 잡혀 화제가 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태평양 참다랑어(Thunnus orientalis)는 알래스카에서 필리핀 북부 해역에 이르는 북반구의 온대와 아열대 해역에 널리 분포하는 회유성 어류로 우리나라에는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와 동해의 먼바다에 분포한다.

주문진 앞바다에서 잡힌 참다랑어가 주목받는 이유는 우리나라 동해 중부 앞바다에서 대형 참다랑어가 잡힌 것이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주문진 앞바다 참다랑어 출현의 주요 원인은 기후 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 때문으로 생각된다. 초대형 참다랑어의 분포 해역이 북쪽으로 확대된다는 것은 이들의 먹잇감이 되는 생물들이 북상하기 때문이며, 이것은 우리나라 동해안의 수중 생태계가 변하고 있음을 뜻한다. 참다랑어처럼 고가의 경제성 어종이 북상함으로 얻어지는 경제적 효과를 생각하면 이러한 현상이 긍정적일 것 같지만, 환경 변화에 의해서 생물 분포가 달라지는 것은 이 해역에서 바다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하고, 따라서 우리에게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 확실하다. 단적으로 과거에 동해의 주요 자원이었던 명태가 사라진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관계기관에서 명태 복원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라도 지속적인 자원 복원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명태 치어를 방류한다고 해도 성장 적수온과 먹이 사슬 구조 등 명태 서식처의 생태적 환경이 이미 변했고, 완전한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내수면과 달리 해양에서 생태복원은 훨씬 힘들다.

바닷속에서 이러한 변화가 최근에 갑자기 일어난 것은 아니다. 필자는 1990년 여름 강원도 속초 연안에서 당시 분포 해역이 제주도와 남해안에 한정되어 있던 거북복을 확인한 바 있으며, 10여 년 전부터 오징어가 서해안으로 올라오고 동해안의 오징어잡이 어선이 서해안으로 이동하는 진풍경도 예삿일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제주도와 흑산도 이남의 남해가 북방한계선이었던 방어를 충남 서산 연근해에서도 볼 수 있고, 제주도와 남해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범돔이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도 목격된다. 육상에 비해 해양 생태계 변화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되며, 눈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쉽게 인지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1990년 속초에서 발견된 거북복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수온 상승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와 해수온 상승, 한반도 주변 해역의 어류분포 변화, 녹아내리는 극지방의 빙산, 해양 미세플라스틱, 쓰레기 섬….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온 느낌이다. 탄소 배출량 제한, 일회용품 사용 억제, 더 이상 미루기에 시간이 없다. 산업혁명 이후 지속된 탄소 배출과 폐기물, 인간 스스로 초래한 지구온난화와 해양오염. 대재앙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우리는 지속 가능한 해양생태계를 회복하고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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